최근 흥행하는 영화 타이탄을 보기 위해 기대감 없이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 어떤 감흥이란 요소가 남지 않았다.
단지 '끝났구나..' 그리고 휑~한 마음. 그래도 기대를 않았기에 실망감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무의미한가? 천만에.
재미를 떠나, 이 영화가 안겨다주는 요소들이 있다.
첫째, 그리스-로마신화가 어떤 분위기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B.C1000년이 넘은 시절, 그 곳의 사람들에게 그 신화는 신화가 아닌 종교였을 것이다.
그래서 신전도 짓고, 신들이 정말 존재한다고 믿고 살았을 것이다.
그들의 신관은 인간과 흡사한 모습과 생각을 가진 존재로 인식한다.
인간은 신에게 도전하며, 급기야 인간을 신적 존재로 인식하기도 한다.
당시 사람들에게 신이란 초인적 능력을 가진 존재일 뿐, 더이상 절대적 의미의 신이 아니다.
사실, 그리스로마신화는 인간의 삶과 내면을 투명한 허상으로써의 존재를 만들어낸 신화일 뿐이다.
누가 이 영화더러 사극이라고 표현했는데, 역사성이 없는 신화를 사극이라 말하는 것은 억지다.
당시의 신앙을 담아낸 종교극 혹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환타지극이라 하겠다.
둘째, 오늘날의 사람들의 신관을 비추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스-로마 시절의 사람들은 비록 한계를 가진 존재로 인식했지만 신의 존재여부에 대하여는 긍정하는 것이 지배적였던 것에 반하여, 오늘날이 사람들은 종교인을 제외한다면 신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경우가 흔하다. 과학적 사유가 발전함에 따라, 주류 과학의 논점에서 형의상학이 제외되는 분위기 속에서 과학만능에 젖은 사람들의 인식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무관심해졌다. 이제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 믿고, 인지도가 높은 과학자들의 학설을 신봉한다. 그들이 세운 이론은 경험적 결과물이 아닌 가설임에도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신들을 믿는 것마냥 그런가보다 라며 받아들이곤 한다.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들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어디엔가 의존해야 하는데, 그 의존의 자리에 과학이 들어앉은 모습이다. 그리스로마 사람들이 신을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화 한 것처럼, 오늘날의 사람들은 신을 과학으로 형상화(대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이 신의 존재여부를 부정하거나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과학이 바로 이들의 신이다. 과학자들의 이론에서 자신의 기원을 찾고, 미래를 내다본다. 과학은 이들이 믿는 가장 진실한 신앙이다. 최근 버스 옆면 광고판에는 '인간은 신이 없어도 열정적이고 영적일 수 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띌 정도로, 사람들은 신에 대하여 적대적이다. 이것은 그리스로마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난 것이다.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신에게 도전적이며 적대적이다. 아마 인간 자신이 신이고자 하는 흡성 때문일 것이다.
그리스로마신화가 허구라고 해서, 그리스로마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혹은 더 오래전부터 간직되었던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에도 수 많은 사람들이 신의 존재를 믿고 있으며, 비주류이기는 하지만 과학계에서도 창조론이나 지적설계론 등으로 신 존재에 대한 개연성이 제시되고 있다. 이들에게 과학이란 신이 창조해 놓은 우주를 발견해나가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지 않는 세계,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예를 갖추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견해 논란.. 이것은 이 시대가 끝나는 그 날까지 계속 될 것이다.
영화 타이탄은 그 한 축에 서서 신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
과연, 신에게 끊임없는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이 세상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영화속에 숨어있는 상징성을 찾아서
http://www.cyworld.com/Moviesymbolism/3802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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