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말하는 영화일까? 전체적인 틀을 보면, 여러사람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중심에 서 있는건 공기인형이다. 공기인형이 집을 벗어나서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만나지 않은 사람도 화면에 등장한다. 그들의 모습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아무말도 없이 조용하게. 깔리는 음악도 단순하다. 차분하게 카메라도 계속 느릿하게 움직인다.
도시는 낡고 지저분하다. 깔끔하게 청소되고 있기는 하지만, 강너머로 높이 서 있는 아파트와 대조된다.
공기인형이 마음을 갖게 되고 창밖에 맺힌 물방울을 보고 말한 첫마디는 이쁘다였다. 그리고 발을 내딛어 나간 집밖의 세상을 신기한듯 바라보며 날이 갈수록 그 세상에 빠져든다. 하지만, 그녀가 관심 갖는 아이나 이웃은 그녀를 달갑지 않게 차갑게대한다. 잠시 스쳐지나갈 인연인것처럼.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비디오가게에서 만난다.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하지만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 인형인걸 들킬까봐 조마조마하다.
준이치, 그와 함께 첫데이트를 떠난날 바닷물에 밀려온 병을 줍는다. 마음에 들었나보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하고 어둑어둑해진 거리를 걷는다. 그와 다르게 비쳐지는 그림자가 자꾸만 거슬린다. 온몸에 나 있는 틀자국처럼.
숨기기 위해서 화장품을 바른다.
그리고 스타킹자국을 보고 착각한 다른 여자에게도 선물해준다.
하지만 숨기는 것이 하나더 있다. 자신의 존재.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중년남성
의 구입한 인형이라는 사실. 중년남성에게도 들키지 말아야하고 비디오가게점원에게도 들키지 말아야 한다. 비디오가게 주인은 그녀가 중년남자랑 있는걸로 목격했다면서 그녀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그녀는 아무말없이 그의 부탁을 들어준다. 그의 성욕을 해결해주는 것.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비디오점원은 그녀가 인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다. 상관없다는 것 같다. 그녀는 기쁘다.
그의 집으로 가서 우연히 발견한 사진. 그의 전애인사진인듯하다. 그녀가 쓰고온 헬멧을 사진속 그녀가 쓰고 있다.
그녀는 우울해진다. 자신은 대용품인가?
숨어있는 그녀를 대신에 중년남성은 새로운 인형을 사왔다. 그 인형에게 생일축하를 해주고 있다. 그의 앞에 나타난 공기인형. 중년남성은 놀란다. 새로운 인형을 사왔듯이, 자신도 누군가의 대용품인걸 추측이 가능하다. 그얘기를 하자 중년남성은 어떻게 알았냐며 놀란다. 그리고, 기억할수 없었던 자신의 첫생일에 대해서 알게 되고, 자신을 만드는 집을 찾아갈 결심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창조자,
하지만 자신이 왜 마음을 갖게 되고 복잡한 감정때문에 괴로워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들을수가 없다. 오히려 애매모호하게 인간도 마찬가지일거라는 말만 듣는다.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비디오가게점원 준이치의 집에 찾아간 공기인형, 그를 위해서 뭐든하고 싶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대용품으로 과거의 연인을 잊을수가 없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삶에 만족을 할수 없었는지, 아니면, 공기인형이 마음을 갖게되어서 괴로움을 느끼는 것처럼, 또 공기인형의 존재가 인간의 그리움이나 성적요구를 위한 대용품인것처럼, 자신도 대용품일지도 모른다는걸 알게 된것인지 자살을 택한다. 아마도 준이치는 인간이 공기인형처럼 사회의 사람들의 임시대용품인것처럼, 공기인형가 다를바없다고 느낀것 같다. 공기인형이 마음을 가져서 괴로워했던것처럼, 공기를 빼버리면 마음이 없어지는것처럼, 자신도 공기인형처럼 바람을 빼서 괴로움을 벗어나고 싶었던것일지도 모른다.
공기인형은 그를 살리고 싶지만 살릴수가 없다.
공기인형은 그렇게 쓰레기더미에 누워 있는다. 그녀가 살아 있는건지, 아니면 애초에 살아있었던적이 없었던것인지 알수 없게 그렇게 누워 있는다.
인간도 쓰레기중에 탈것으로 분류된다는 준이치의 말처럼, 그리고 영화 초반에서 쓰레기를 탈것과 타지 않는것으로 분류하는것이 비중있게 나오는 것처럼, 준이치는 쓰레기봉투에 담겨져서 뉴스에 나오고, 공기인형은 타지 않는 쓰레기를 그대로 두는것처럼 그냥 그자리에서 오랫동안 옷이 더럽혀지도록 누워있게 된다.
그리고 영화내내 우울한 단상을 보여주던 한 여자가 쓰레기더미 집안에서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본다. 그곳에은 공기인형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이쁘다.
쓰레기더미에 있던 여자가 일어나서 창밖을 바라보고 말한 것은 쓰레기더미에 누워있는 공기인형이었다. 공기인형이 영화초반에 일어나서 창밖에 맺힌 물방울을 보고 말한것처럼.
영화속의 공기인형은 영화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서 영화는 완성된다. 그리고 영화가 전하고자하는 바가 전달될것이다.
공기인형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영화속 공기인형은 누군가의 대용품이다. 원래의 것이 아니다. 다른 목적을 위해서 대용품으로 임시적으로 쓰이는 것. 작은 칼날에도 바람이 빠져버리면 쓸모가 없어지고, 그 누구에게도 사용이 되지 않으면 쓰레기장으로 향하는 존재이다.
그녀의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나이를 먹어가는걸 서글퍼하는 사람, 또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 그리고 임시직에 불과한 직업이나 존재에 슬퍼하는 사람, 세상에 아무런 존재도 아닌 사람,
자신이 행한 행위가 범죄에 영향을 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경찰에게 고백한 할머니에게, 경찰은 할머니는 아무런 영향를 끼치지도 않았다고 한다. 다행인건가? 그렇지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고 여겨지는 자신의 인생이라고 돌려서 말하는 듯하다.
성욕을 채우길 바라지만, 사람간의 복잡한 관계를 꺼리는 중년남성에게 공기인형은 그저 성적욕망을 해결하기 위한 대용품이다. 날계란을 밥에 풀어먹는걸 그렇게 좋아하는 비디오가게주인도 혼자밥먹는 자신의 존재에 화가나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을 그리워하는게 아니라, 성적욕망을 갈구하는 존재이다.
공원에서 만난 노인은,
공기인형에게 속에 아무것도 없이, 2세를 생산하기만 하는 하루살이를 예를 들며, 많은 사람들도 결국 2세를 낳는 존재일뿐 속이 텅빈, 사회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도 못하고 임시대용품과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길거리에서 말라죽어가는 꽃을 보며, 안타까워하던 공기인형에게 비디오점원은 죽지 않으면 생명체로 넘쳐날거라고 말한다.
젊기때문에 손님들에게 관심을 받는 여종업원은 파견계약직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버려지는 존재이다. 그녀를 부러워하는 나이든 여인은 그소리를 듣고 안심을 하지만, 결국 자신도 젊었을때 인기가 있다가 늙어서 찬밥신세인거는 마찬가지이다.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던 한 학생도 결국에는 여자대신 인형을 대용품으로 성욕을 해결한다.
공기인형이 일하던 비디오가게에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이런 저런 내용을 말하며 비디오를 찾아달라고 한다. 결국 자신이 이루지 못한 어떤 욕망을 대리로 느끼기 위한 대용품이 비디오이다.
그 비디오가게의 임시부품처럼, 준이치가 죽고, 새로운 점원으로 다른 학생이 들어온다. 중년남성은 새 대용품인 인형으로 성욕을 해결한다. 인형을 계속 안고 있던 소녀는 공기인형이 갖고 있던 반지로 바꾼다. 소녀가 갖고 있던 인형도 결국엔 반지의 대용품이다. 공원에서 만난 할아버지도 임시교사였으며, 젊은 여직원도 파견계약직일뿐이고, 중년남성도 식당에서 언제잘릴지 모르는 임시직과 같은 존재였다.
영화속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언가의 대용품을 찾지만, 또한 그 자신의 존재조차 사회의 대용품인것처럼 임시직으로 나온다.
공기인형이 누군가의 대용품이고 스쳐지나가는 존재인것처럼, 영화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직업의 임시직원이고, 어떤 이웃의 임시이웃, 사람간의 관계에서는 쉽게 잊혀지고 헤어지는 임시대용품일뿐이다라고 말한다.
하루살이처럼 단지 종족을 잇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왜 태어나야하고 존재해야하는지를 고민하게 되면 복잡한 생각에 마음이 아픈 존재가 인간이다.
이 사회가 잘못된것인지, 아니면 인간이란 존재가 그런 한계를 갖고 있는지 묻는다.
공기인형은 자신의 입김으로 준이치를 살릴수 없었다. 그래도 공기인형은 꽃씨를 입김으로 분다. 공기인형이 불은 씨앗이 사회에 퍼져간다. 수많은 사람에게 간다. 임시대용품으로 바뀌어버리고 임시대용품들인 존재들에게 그녀가 살리고 싶었던 소망의 씨앗들이 그곳을 향해 날아간다. 아마도 우리 인간들이 사회의 임시대용품이 아닌 존재가 되길 바라는 듯하다.
그리고, 그 씨앗을 만나, 쓰레기 더미에서 무기력하게 있던 여인은 일어난다. 그리고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쓰레기더미에 공기인형이 보인다. 공기인형이 창밖의 물방울을 보고 이쁘다고 했듯이, 그녀도 쓰레기 더미의 공기인형을 보고 이쁘다라고 말한다.
영화내내 쓰레기 더미속에 있던 여인이, 그리고 임시대용품인 인간처럼 임시대용품이었던 공기인형이 쓰레기더미에 있는걸 보고 이쁘다라고 말한것은
자기 자신,
인간에 대해서 이쁘다라고 말한것 같다.
이쁘다.
인간은 지금, 사회의 임시대용품으로 전락해서 슬퍼하고 그리워하고 괴로워하지만, 그런 인간이지만, 이쁘다. 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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