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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 멈추지 않는 의문의 메세지 싸인
datura 2002-08-09 오후 11:18:51 1122   [7]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새 영화 '싸인'(Signs)은 전작 '식스센스'에서 보여줬던 충격적인 반전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서스펜스라 말할 수는 있겠지만 공포영화라 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식스센스'의 섬뜩한 반전이나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공포를 기대하는 관객들은 실망할 수도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외계인이나 미스터리 서클 등을 소재로 한 이 영화에 대해 '인디펜던스 데이'의 스펙타클이나 '화성침공' '맨인블랙' 등의 유머를 기대할 수도 없다.

'싸인'은 SF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일은 운명적으로 이미 결정돼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내포한 드라마적 요소가 강하며,
'극단적인 상황하에서 징조(sign)란 것이 존재하는가'에 관한 감독의 성찰을 스릴러 형식에 담은 영화다.

 "인간은 두 부류로 나뉘지. 한 부류는 어떤 행운이나 기회를 단순한 운이나 우연 이상의 징조로 받아들이고 절대자가 존재한다고 믿지. 또 한 부류는 운은 그저 운이라고만 비웃어버리고 가볍게 생각하지. 너는 어느 쪽이야?"

주인공 그래함(멜 깁슨)이 동생 메릴(호아킨 피닉스)에게 던지는 이 질문은 곧 '싸인'의 주제이기도 하다.

미 캘리포니아 벅스 카운티. 실수로 다리를 접지른 부인이 경찰관의 사건목록에오를 만큼 평화로운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옥수수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그레이엄(멜 깁슨)은 천식 걸린 아들 모건(로리 컬킨), 결벽증 있는 어린 딸 보(아비게일 브레슬린) 그리고 마이너리그 좌측방면 최장거리 홈런 기록과 최다 삼진아웃기록을 동시에 갖고 있는 야구선수출신 동생 메릴(호아킨 피닉스)과 함께 살고 있다.

한때 성공회 신부였던 그레이엄은 아내가 사고로 죽은 후 더이상 신을 믿지 않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그레이엄의 옥수수 농장에 '미스터리 서클'이 발견된다.

미스터리 서클은 주로 옥수수밭에 나타나는 거대한 원과 선 모양의 흔적으로 순식간에 생겨나는 특징이 있는 외계인의 좌표라고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미스터리 서클을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그레이엄.

하지만 UFO,외계인, 미스터리 서클 등 외계생물체의 흔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마음이점점 흔들리고 결국 교통사고로 아내를 죽게했던 레이의 집에서 외계인의 존재를 확인한다.

극단적인 공포감에 괴로워하는 가족들.

그레이엄은 '왜 다시 제게 이런 고통을주는가'라며 신에게 절규하고 어느새 검은 피부의 외계인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싸인'은 이 모든 것이 어떤 거대한 손길에 의해 예정돼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보가 물을 마시지 않는 것부터 아내가 숨지면서 남긴 뜻모를 이야기까지 모든 것이 이미 예정된 인과론 속에 있다는 것이다.

'싸인'은 보는 내내 가끔 외마디 비명이 나오고 종종 웃음이 나온다.

관객이 만나는 건 스케일 큰 액션의 재미도 아니고, 알수 없는 결말을 추리하는 두뇌 플레이의 맛도 아니다.

막바지엔 관객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 있지만 그 충격은 '식스 센스'에 비할 바가 아니다.

'싸인'의 맛은 다른 데 있다.

묵시록적 분위기가 스크린을 누르는 가운데, 무서워 발버둥치는 인간 모습의 우스꽝스런 묘사가 빚어내는 유머와 죽음의 공포가 야릇하게 공존하고 있는 기괴한 맛이 그 알맹이다.

외계인에게 포위된 집안에서 어린이들이 쿠킹 호일로 모자를 만들어 머리에 쓰곤 "이렇게 하면 외계인이 우리 생각을 못 읽는대…"라고 아빠에게 말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막판에 집으로 뛰어들어온 외계인에 맞서 그래함이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며 난투극까지 벌인다.

영화는 플래시 백으로 회상되는 그래함 아내의 교통사고 장면과 외계인과의 마지막 대결을 연관시키며 "인간사의 모든 일은 정말 예정되어 있는 것인가"하는 물음을 던진다. 매우 주관적인 물음이다.

'싸인'은 짜릿한 재미가 있는 영화와는 거리가 있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가 이내 낄낄 웃음이 나오는 이상한 롤러코스터 같은 정서의 체험은 쉽게 해보기 힘든 것이다.

'싸인'은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결국 한 가족의 화해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식스 센스'와 맥이 닿아 있다.

영화를 시작하고 40여분이 흘러서야 외계인이라는 존재가 직접 드러나는 스릴러적인 요소도 비슷하다.

처음 타이틀 화면부터 나타나듯이 평화롭게 보이는 마을과 가족들에게서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계속해서 관객들의 숨을 죄어오는 히치콕 스타일의 스릴러는 일품이다.

'싸인'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은 바로 항상 젖어있는 듯한 멜 깁슨의 눈빛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며 가족을 지키려 하지만 자신도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그레이엄이라는 인물은 모두 그의 눈에서 나온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를 이끌어내는데 특별한 능력이 있는 듯하다.

멜 깁슨과 함께 동생 메릴역으로 나오는 호아킨 피닉스, 아들 모건역의 로리 컬킨, 딸 보역의 아비게일 브레슬린 등은 공포 속에서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면서도 서로 아껴주는 가족을 연기하며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빨아들인다.

호아킨 피닉스와로리 컬킨은 각각 '아이다호'의 리버 피닉스와 '나홀로 집에'의 맥컬리 컬킨의 동생이기도 하다.

외계인이 나타났을 때의 세상의 반응도 같은 소재의 다른 어떤 영화보다도 사실적이다.

속속 등장하는 외계인 관련 속보로 매스컴은 온통 외계인 얘기 투성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는 모 음료업체의 광고는 지겹게 되풀이되며 약을 사러간 그래함에게 고백성사를 하는 종업원은 그다지 소란스럽지 않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수수한 모습의 외계인도 오히려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스크린을 피로 적시지 않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 존재의 분위기만으로 관객들을 조금씩 조여가며 긴장을 자아낸다.

하지만 초자연적인 존재의 정체가 구체적으로 등장하는 순간부터 오히려 영화는 힘을 잃는다.

만약 모든 일은 예정돼 있다고 믿는 관객은 '싸인'의 다소 황당한 결말도 흥미롭겠다.

반대로 이를 믿지 않는 관객은 초반 1시간은 스릴러의 묘미를 느끼겠으나 나머지 40분과 결말은 다소 실망스럽다.

영화 속에 나타난 의문들을 한꺼번에 해소시키에 마지막 장면의 반전은 그다지 충격적이지않다.

징조(sign)가 갖는 종교적 의미도 답답할 정도로 보수적으로 느껴진다.

샤말란 감독은 수의사 레이역을 맡아 얼굴을 내밀며 감독의 카메오 출연이라는 트레이드 마크를 지켜나갔으며 필라델피아를 배경으로 한다든가, 회상장면과 결손가장이 등장한다든가 하는 전작들의 특징도 반복된다.

(총 0명 참여)
샤말란 영화에 웃음이라 점점 기대되는데여 시간 내서 보러가야 겠어여 이렇게 말들이 많은영화는   
2002-08-1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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