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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꿈을 꾸지만, 그 꿈은 한낱 일장춘몽일 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kaminari2002 2010-04-22 오전 2:16:45 1306   [0]

양반은 권력 뒤에 숨고, 광대는 탈 속에 숨고, 칼잽이는 칼 뒤에 숨어야재...

이 꿈은 모두가 같이 죽는 꿈이여...  - 맹인검객 황정학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영화내용보다 등장인물들의 대사에서 더 많은 주제와 명확한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는 영화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꿈은 동상이몽이다. 각자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적 세상도 다르듯이, 그들이 생각하는 꿈과 한계도 다르다. 그렇기에 이 꿈은 현실이 되는 순간, 일장춘몽처럼 사라진다. 잡을 수 없는 꿈...

 

박흥용 화백의 원작을 대상으로 만든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이준익 감독의 세번째 장편 사극 영화이고, 역시 그 분의 장점은 현대극보다 사극에서, 먹물이 한지에 잘 흡수되듯이 발휘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타가 난듯한 영화제목은, 훈민정음 초기시절에는 발음나는대로 썼다고 하여, 그 제목마저 그대로 옮겨왔다고 한다. 

 

영화는 단순히 가상의 스토리가 아닌, 조선시대 임진왜란 직전의 벌어진 국가적 내란과 왜적의 침입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혼란스러운 시대를 담아내었다. 감독님도 직접 말씀하셨듯이 원작만화 자체가 역사적, 인문학적으로 상당한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탄탄한 작품이므로, 영화적 허구보다는 현실과 과거의 정치시대를 보는듯한 느낌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이몽학, 황정학, 정여립 등은 모두 실존했던 인물이고, 대동계[] 역시 실제로 존재했던 단체. 그 사실성이 영화적 허구성을 많이 상쇄시키고, 영화에 더 빠져들게 한다. 동인과 서인으로 나눠져서 나라의 정책사항을 왈가왈부하는 꼴은 현대 국회에서 열심히 왈가왈부하시는 그 분들을 떠올리게 한다. 서로 자기네의 의견대로 해야한다면서, 왕을 이리저리 왔다갔다하게 하는 모습이란 참.. 관객들은 입만 가벼운 신하들의 모습에서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게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우리의 국가대사를 그런 이들에게 맡기고있다는 사실에 공포를 떨어야할 것이다.

 

 

 

왕 또한, 왜적과 대동계가 동시에 궁궐로 쳐들어오자 일찍이 궁궐과 백성을 버리고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런 자에게 나라를 맡기고 있었다는 점에서 울화와 한숨이 동시에 나온다. 이몽학(차승원) 역시 이미 왕이 떠난 궁궐에 들어온 후에야 그 허탈함과 인생무상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데, 어찌보면 그의 사상이 어느정돈 맞았는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서 그는 쿠데타와 같은 칼부림 혁명을 통해 세상을 바로잡고, 직접 왕이 되려고 하여 그 자리까지 힘겹게 왔건만 한심하게 떠난 왕을 보곤 여러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을 것이다.

 

이몽학이란 캐릭터를 보고있으면, 급진적 혁명, 그야말로 무력으로 정권을 잡으려는 피바람의 중심을 떠올리게 한다. 유독 그의 모습에선 날카로운 송곳니가 돋보였는데, 뱀파이어 혹은 흡혈귀와 같은 존재가 그가 아니었나 싶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체들을 밟고 피바람을 일으키고, 대동계의 중심이 된 존재. 그도 악인은 아니었지만, 너무 급진적인 생각과 실천을 가진 이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해서 정권을 잡을지언정, 그러한 비슷한 존재에 의해 정권 또한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정민씨가 연기한 맹인검객 황정학은, 당연히 처음에는 '자토이치'라는 영화의 캐릭터가 제일 먼저 생각났다. 하지만, 당연히 맹인검객이니까 그 부분만 같을 뿐 이야기와 캐릭터가 가진 스토리 자체가 다른 인물이므로 그 생각은 이내 사라진다. 황정민씨의 연기는 이 영화의 핵심이다. 차승원씨가 카리스마, 백성현군이 성장과 복수, 한지혜씨가 애모를 표현한다면, 황정민씨는 영화의 익살스러움과 비장함, 깨인 의식 등을 모두 가진 캐릭터이다. 그의 연기가 관객들의 이성과 감성을 모두 사로잡는다. 맹인검객과 견자의 스승, 이몽학의 친구 모두로써의 역할과 중심을 잡아내는 역할이었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많은 부분에서 의외의 짠한 감정을 만들어내는 영화이다. 각자가 가진 날카로운 사상의 칼들이, 너무도 선명하고 확고하기에, 이몽학, 황정학, 견자, 백지 그 누구도 악인이고 틀렸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날카로운 칼들이 서로 맞부딪히게 될 때엔, 결국 부러지거나 누군가는 죽기 마련이다. 그 각자의 비장함이 너무 강인해서, 그 칼들과 감정이 부딪히는 장면에선 의외로 가슴이 울리는 감동을 받기도 했다.

 

이 영화를 아이언맨처럼 단순한 오락영화로만 보기에는 너무 많은 생각들이 담겨져있다. 황정민의 익살스러움 맹인연기에는 맘놓고 웃어도 되지만, 우리의 현실과 과거의 역사가 겹쳐지는 순간에는 사뭇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 속 그들의 칼처럼 영화는 날카롭게 우리가슴에 꽂히진 않는다. 오히려, 영화의 영상처럼 한 폭의 수묵화와 같이 은은하게 오래 적셔들 것 같은 인상이다. 한국적 영상과 이야기에 어른들을 모시고 봐도 괜찮을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언맨2와 맞붙어서 윈윈하는 선전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총 1명 참여)
wjswoghd
그래요   
2010-04-26 20:08
hsgj
감사   
2010-04-25 01:13
snc1228y
감사   
2010-04-24 09:05
kkmkyr
볼만해요   
2010-04-23 11:18
ckn1210
정보 감사   
2010-04-22 23:46
sinman81
기대작~~내일 보러 간답니다   
2010-04-22 23:36
ssh2821
네 잘읽었습니다   
2010-04-22 23:24
man4497
잘봤어요   
2010-04-22 11:57
kkmkyr
볼만해요   
2010-04-22 11:44
kooshu
궁금하네요   
2010-04-22 05:53
1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
제작사 : (주)타이거 픽쳐스, (주)영화사 아침 / 배급사 : (주)SK텔레콤
공식홈페이지 : http://www.cloud2010.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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