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황산벌', '왕의 남자'에 이어 이준익 감독의 세 번째 시대극에 기대가 많았다. 박흥용 화백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란 만화를 영화화한 것으로 아직 만화를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이준익 감독의 색깔이 작품에 어떻게 녹아있을지 궁금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오락적으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임진왜란 직전의 혼란한 정국에서 야망, 신념, 복수의 일념을 가진 세 남자의 격정적인 삶을 그렸고, 영화는 이를 다분히 이준익 감독 스타일로 잘 구성되어 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도 갑자기 발하는 섬광같은 긴장감은 이준익 감독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역사를 증거하거나 정치적인 의미를 담으려 했다기보다는 혼란한 시대의 세 남자의 삶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 맹인 칼잡이 황정학의 해석이 복잡한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 낸 황정민, 역시 자신의 야망에 모든 것을 건 이몽학의 묵직한 캐릭터를 차승원은 온전히 잘 그려내고 있다. 복수에 불타는 서자, 견자 역할을 맡은 백성현은 신인임에도 불구하도 다른 주연 못지않게 많은 비중과 대사를 소화하고 있으며 역시 풋풋한 연기 또한 적절했다. 한지혜의 연기은 역할이 한정적이어서 특별히 감흥이 없었지만..ㅎ 대결 장면은 오우삼 영화같은 슬로우 촬영을 보고 있으면서 나도 모르게 감탄이 흘러나왔다. 합도 잘 맞을 뿐더러 총싸움과는 달리 몸의 움직임과 휘두르고 맞 부딧치는 칼의 파동이 물과 같이 물결치며 화면을 가득 매우기 때문이다.
단지 아쉬운 점이라면 많고 깊은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만족스럽게 담지 못한 느낌이 들며, 편집에도 시간을 더 들였더라면 좋았을 것같은 아쉬움은 있다. 개인적으로 왕의 남자보다 더 재미있게 보았으며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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