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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 감상입니다. 헤드윅
grovenor 2002-08-14 오전 12:01:27 1511   [4]

<헤드윅>

('헤드윅'이라는 발음보다는 ' 헤드비히'라는 발음이 더 마음에 들어서 그걸로 통일합니다)




'롹 뮤지컬'
이 세상에 잘 만든 롹 뮤지컬 영화처럼 신나는 건 없다. 시작의 [Tear me down]부터 엔딩의 [Wicked little town]까지 영화는 롹과 팝과 뮤지컬의 팬이라면 기분 좋을 흥겨움으로 가득하다. 롹, 뮤지컬, 드랙퀸 쇼 셋 중 하나의 팬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헤드비히'
'헤드비히' 역할의 존 카메론 미첼은 영화의 감독이기도하다.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이 <헤드윅>이지만 그는 트랜스젠더가 아니며, 드랙퀸조차 아니다. 원래 뮤지컬 배우였던 그는 어느 날 '헤드비히'라는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뮤지컬을 생각해냈고 그것에 쏟아진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의 결과가 영화 <헤드윅>이다.



<헤드윅>은 저예산 영화이면서도 야심찬 영화이다. 뮤지컬과 에니메이션을 정신없이 섞은 스타일에 아바 패러디부터 시작해서 초현실적으로 상징적인 장면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파격 요소는 어이없을 정도로 간극이 넓다. 신이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반씩 나눴다는 신화와 동독과 서독의 분단 상황과 헤드윅이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는 신체적 조건과 그녀/그의 옛 연인과의 사랑을 한가지 코드로 묶어낸 그 무모함을 보라. 헤드비히의 거창하지만 결국 아무 것도 아닌 가발과 메이크업이 그렇듯, 영화의 서브텍스트는 거창하지만 결국 아무 것도 아니다. 영화를 깎아 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영화의 스타일임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허황되어 보이는 파격은 퀴어 시네마의 필수조건이며, <헤드윅>은 잘된 퀴어 시네마이다. 언뜻 보이는 것보다는 백만배는 더 잘된 영화다.






'존 카메론 미첼'

문제는 이 허황된 이야기의 주인공인 헤드비히가 감독의 상상이 낳은 가공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영화의 허황됨이 종종 일종의 사치로 보일때가 있다. 헤드비히와 토미 노시스의 사랑과 이별과 화해는 상당한 신파고, 맨 마지막 헤드비히가 이착에게 가발을 건네주는 장면처럼 너무 엄숙해서 유치하다 싶은 장면도 있다. 개인의 슬픔이 너무 지나치면 타인에겐 상당한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법이다.


더 칼날을 들이대자면, 헤드비히가 겪은 유년의 상처, 그가 독일 장교에게 버림받은 것, 실패한 성전환 수술 때문에 남자도 여자도 아니게 된 일 등 그녀/그가 겪은 시련조차도 사치스러워 보인다. 존 카메론 미첼이 한번쯤 되고 싶었던 비극의 주인공 역에 헤드비히를 끼워 맞췄다고 할까, 안 그래도 허황된 영화라 '비극'이 '낭만적인 비극'으로 보일 때가 많다.



하지만, (이 말을 또 하게 되는데) 이건 영화를 깎아내려고 함이 아니다. 꼭 자서전을 써야 자신을 객관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타인에 자신을 투영하는 것이 더 자전적으로 보일 수 있다. 우리는 고호의 자화상보다는 '밀밭의 까마귀'를 보면서 그의 고통을 더 깊이 느낀다. 많은 뛰어난 예술가들이 그런 결과물을 내놓아왔고, 존 카메론 미첼 역시 그렇다. 그는 헤드비히라는 비극적인 인물의 사랑과 시련과 절망과 화해를 수다스럽게 엮어놓았지만, 이런 반짝거리는 장식물 사이사이에 그의 진심이 숨어있다. 존 카메론 미첼의 연기를 보라. 그가 어쩌면 그 자신보다도 더 사랑하는 헤드비히라는 인물에게 쏟는 열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더 앵그리 인치의 신나는 공연 역시 마찬가지다. <헤드윅>은 지나치게 치장한 영화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감독의 진심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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