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과 발상은 꽤나 흥미진진합니다. 엘리트 사립학교의 교사인 놀마 루이스(카메론 디아즈)는 발가락 4개가 없이 불편하게 살고 있으며 NASA에 근무하는 엔지니어인 남편 아서는 어느 날 자신이 추진 중에 있던 프로젝트가 거절당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고 나고 난 후, 어느 날 새벽 모두가 잠든 루이스 부부의 집 앞으로 한 박스가 배달됩니다. 그리고 그 박스를 두고 간 알링턴 스튜어트(프랭크 란젤라)는 그들의 집에 방문해서 이상한 제안을 합니다. 그 버튼을 누르면 자신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지구상의 누군가가 죽지만 그 대신 그들은 백만 달러를 받게 될 거란 겁니다. 결정에 주어진 24시간 동안 그들은 생각합니다. 백만 달러가 있다면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있을 거다. 발가락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돈이 없더라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다가 결국 그들은 24시간 후 버튼을 누르고 백만 달러를 받습니다. 그런데 그 후 그들은 이상한 일들을 경험하게 되고, 이 간단한 선택 뒤에 더 큰 음모가 있다는 걸 늦게야 알게 됩니다.
영화는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어도 고전적인 배경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나는 전설이다의 작가인 리차드 매드슨의 단편 소설을 가지고 만든 이 영화는 옛날에 나왔던 환상특급의 한 에피소드의 장편 영화 버전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70년대이고 비주얼 자체도 최소한 10~20년 이상 된 듯 한 고전적인, 요즘 시각으로 보면 많이 낡은 느낌이 드는 영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그랬다고 하나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 상당히 의심스럽습니다. 스토리 자체도 70년대 스타일 그대로 답습하는 느낌입니다. 예전이야 이런 초현실적인 음모론 이야기가 참신하고 많은 관객들에게 먹혔을 수도 있겠지만 갈수록 수많은 영화를 접하게 되는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영화 중 이 영화처럼 약간 초현실적인 소재를 꺼내놓고 외계인이 등장시키고 외계인이라는 을 통해 모든 걸 설명하고 해결하려고 했던 영화가 어디 한 둘이었어야죠.(최근에 노잉이라는 재난 영화도 그랬죠. 그래도 그건 이 영화보다 훨씬 좋습니다.)
영화 더 박스를 정의내릴 수 있는 말은 터무니없음이라는 한 단어입니다. 다른 말이 필요 없습니다. 뭐 이전에도 터무니없는 영화는 많이 있었고, 스토리 자체가 말도 안 되고 이해 불가능한 영화도 많기 했죠. 그리고 정도껏 터무니없는 것은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고, 데이빗 린치는 오히려 그 이해하기 힘들게 하는 터무니없음이 다소 느껴지는 전개와 이야기를 통해 걸작을 만들어냈죠.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터무니없음은 이 영화를 완전한 파멸의 수준으로 이끕니다. 욕망으로 인한 한 미국 가족의 파멸을 통해 인간 내면에 내제되어 있는 욕망과 탐욕과 같은 도덕적 문제에 대해 생각거리를 제공함으로서 주제 의식을 끌어내려고 했던 것처럼 보이는데, 결국 그 지나친 터무니없음 때문에 그 주제의식도 잘 표출해내지 못하고, 파멸의 단계가 절정을 향해 달려가 대단원을 맺는 후반부 역시 절망감이 느껴지는 것 대신에 실소가 터져 나오게 합니다. 결과물에 비해 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히 좋았던 이 영화에서 결국 이 영화의 문제는 20분 정도 되는 단편 영화에 어울리는 듯 한 이 이야기를 2시간의 장편 영화로 풀어내려고 했던 감독의 연출력이 많이 부족했다는 건데(첫 작품으로 걸작 컬트 영화인 도니 다코를 만들긴 했지만요.) 이 터무니없는 영화에서 최소한 지루함을 찾기 힘들었다는 건 감독의 연출력이 어느 정도 받춰주어서 그런 건지 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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