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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계의 신들린 걸작 다크 나이트
shin424 2010-05-02 오후 3:36:12 2273   [0]

1. 극장에서 보기 이전에 호기심에 의해서 다운 받아서 캠 버전으로 봤을 때에도(그 떄 자막이 정말 질이 떨어졌다. 그 멋진 엔딩도 자막은 죄다 생략되어 있었다. 게다가 놈놈놈 피해간다고 미국 개봉 후 3주 뒤에 개봉했다. 떡밥 다 던져놓고는...), 극장에서 봤을 때에도, 집에서 블루레이 급 화질로 봤을 때에도, 그리고 방금 케이블 TV에서 틀어준 것을 봤을 때에도, <다크 나이트>는 정말 볼 때마다 감탄사를 내지르게 한다. 볼 때마다, 이런 영화를 만들다니... 감독이 미친 거야 아니면 무언가에 씌인 거야. 이 생각이 정말 머리 속에 계속 든다. 이 엄청난 걸작은, 복선과 예상치 못한 반전이 존재하는 스릴러 영화에 어울리는 시나리오 2~3개 되는 분량을 2시간 반 안에 끼워넣고 항상 관객보다 한 발자국, 아니 2~3 발자국은 훨씬 더 앞으로 나아「庸?그야말로 시종일관 가차없이 밀어붙이고 결국 힘이 다 빠지게 만들어버린다. 거기에다가 훌륭한 액션 장면과 캐릭터들의 존재감과 심리학적인 긴장감, 철학적 깊이가 느껴지는 대사들과 철학적인 메시지가 있고 심지어는 간간히 유머러스한 장면까지 끼워넣는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게다가 이 영화 찍을 때 그의 나이는 40세가 안 된, 감독으로서는 젊은 나이였다. 이런 맙소사.)

 

 

2. 먼저 이 영화의 볼거리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될 것 같다. 이 영화가 제공하는 액션 장면은, 여타의 블록버스터 영화에 비해서 그 비중이 작지만, 그러한 영화들보다 더 훌륭하다. 그니까, 난도질적인 편집을 통해 정신 사납게 하고 눈 아프고 머리가 핑글핑글 도는 그런 류가 아니란 거다. 이 영화의 볼거리는 확실히 잘 통제되어 있고, 수준급으로 절제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짧지만 굵고 다른 장면들에 비해 사로 잡는 힘이 엄청나다. 넘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부족하지도 않다. 특히 이야기 진행과 근사한 액션이 만나 탄생한 배트맨 - 조커 - 하비 덴트가 타고 있는 수송차 간에 벌어지는 중반부의 카체이스 장면은 내가 여지껏 만났던 카체이스 장면 중 가장 인상적이고 강렬했다.

 

 

 이 영화가 이루어낸 기술적 성취는 블록버스터에 걸맞는,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하고 싶다. 그 중 가장 대단한 건 아이맥스 카메라를 사용해서 촬영했다는 거다.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은 장면들은,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선명한 화질과 생생함, 그리고 스펙타클을 보여준다. 아이맥스에서 보질 못해서 확실하게 체험하지는 못했지만(내가 이걸 왜 아이맥스에서 보지 않았던 것인가. 확실히 난 아이맥스를 너무 늦게 알았다 ㅠㅠ) 그 후에 블루레이로 영화를 보면서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은 장면을 봤는데(친절하게도 이러한 장면들은 화면비율이 틀리다는 걸로 쉽게 알 수 있었다.), 분명히 70mm로 찍은 장면들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액션 장면들은 정말 장난아니지만(그 압도적 화질 ㄷㄷ), 이 카메라를 통해서 이루어낸 정말 대단한 것은, 이 영화의 전반적인 배경이 되는 고담시의 모습을 정말 어둡게, 그리고 압도적으로 그려낸 것이다. 슈퍼히어로 영화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어버리는 첫 은행 강도 장면의 첫 장면에서부터 아이맥스 카메라의 엄청난 위력을 맘껏 자랑한다.

 

 

 게다가 이 영화의 볼거리는 상당히 사실적이다. 병원이 폭발하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병원을 폭발시켰고(여기에서 약간의 CG가들어가긴 했지만 그건 단순히 유리를 넣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시카고의 도심 한복판에서 트레일러를 180도 뒤집어 엎었다.

 

 

 또 하나의 대단한 점은 편집이다. 이 영화의 편집은, 정말 신의 영역을 넘어갔다. 이 자체가 하나의 완전한 성취물이다. 스토리에 연결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절묘構?교차 편집이 되어있고 영화 전체에 걸쳐 완전히 사로잡아서 보는 이들을 쥐락펴락하는 이 편집의 위대함을 세삼스럽게 실감할 수 있다.(하비 덴트를 위해 브루스가 연 파티 장면과 경찰 청장 암살, 서릴로 판사 암살, 이 세 장면을 겹쳐놓은 장면도 장난아니지만 중반부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고 파괴적이다.) 교차 편집을 얼마나 잘 해놓았는지 이번에 6번째인가 7번째로 보는 건데도 긴장감은 여전히 엄청났고 나를 그야말로 넉 다운을 시켜버렸다.

 

 

 이 영화의 사운드 효과 역시 정말 쇼킹 할 정도로 훌륭하다. 이 영화는 배경 음악으로서의 기능을 하기 보다는 극의 긴장감을 더 유발시키고 배경과 스토리의 어두움을 더 배가시키는 음향효과에 더욱 더 가깝다.(한스 짐머가 이렇게 대단한 영화 음악 작곡가였던가?)

 

 

3. 위에서 이 영화가 블록버스터로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어쩌면 그 이상에 달하는 수준의 볼거리를 보여주었다고 했는데, 그건 정말이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 영화는 볼거리의 분량을 최소한 한 영화다. 대신에 스토리와 서사가 볼거리를 완전히 깔아뭉개고 그 위에서는 그야말로 경악에 가까운 연기들이 가득 차 있다. 정확하게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의 범주보다는 철학적인 심리학적 스릴러와 잊기 힘든, 어두컴컴한 범죄 서사극과 세익스피어적인 비극이 혼합된 형태의 영화다.(어딜봐서 이게 액션 영화인가. 이 영화는 액션보다는 드라마에 더 가깝고 심지어 예술 영화의 범주에도 들어갈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영화는 슈퍼히어로 장르의 틀 안에서 철저히 움직인다. 배트맨은 배트맨이기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조커는 조커로서 해야 할 일을 너무나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그저 그가 어떻게 움직일 지 전혀 예상할 수 없을 뿐이다.) 영화의 기본 뼈대는 조커와 배트맨의 대결이고, 이 영화는 끝나는 순간까지 그 괘도에서 절대 이탈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는 단 한 순간도 우리의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는, 숨막히고 압도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우리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장면의 횟수만 세 보아도 10번은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예고편을 보면서 영화의 긴 추격전이 후반부에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감독은 그 장면을 정중앙에 배치시킨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후반부의 전개는 예고편을 암만 봐도 정말 예상이라는 것을 할 수 없는, 그런 수준이다. 때로는 너무 빠르다는 느낌이 드는 이 영화의 페이스는 시종일관 우리를 아연실색하게 하고 이 영화의 이야기는 숨통이 트이지 않을 정도로 꽉 차여져 있고 빈틈을 찾기 힘들 정도로 모든 게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4. 이 영화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연기를 빼놓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이로움을 넘어섰던 히스 레져에 이야기하기 이전에, 다른 배우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다. 레져의 연기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지만, 그만 이야기하기에는 다른 배우의 연기도 묻히기에는 너무 아깝다. 많은 출연자 중에서 애론 에크하트와 게리 올드만의 연기가 가장 좋았다. 애론 에크하트는 고담시의 백기사로서 정의를 위해서 싸우지만 모든 것을 다 잃은 비참한 상태로 전략하여 투 페이스로서 복수를 행하고 결국 파멸의 길에 도달하는, 영화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비극적인 캐릭터를 잘 보여줬고, 게리 올드만은 쉽게 말아먹을 수 있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그걸 최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려놓았다. 매기 질렌홀도 삼각 관계 로맨스로 치닫을 수도 있었던 부분을 정말 잘 처리해냈고, 많지 않은 비중이지만 마이클 케인과 모건 프리먼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크리스찬 베일은 히스 레저와 거의 비슷한 분량을 차지하는데, 그의 모습도 정말 훌륭했지만 왠지 히스 레져에게 묻히는 듯한 인상을 약간 받았다

 

 

 히스 레져의 연기에 대해. 일단 이 영화에 그가 보여 주었던 모습 자체부터가 그가 이전까지 쌓아왔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여기에는 브로크백 마운틴의 히스 레져는 존재하질 않는다. 저렇게 순한 얼굴을 지닌 배우에게서 난 도대체 감독이 어떻게 이런 이미지를 읽어낼 수 있었는지 전혀 모르겠다. 그의 연기는 미스테리하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그런 류의 모습이다. 확실히 그는 절제되고 노련한 배우들에게서도 찾기 힘든, 경이로운 통제력을 지닌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나는 굳건히 믿는다. 그러나 어떻게 저런 상황에서 이성이 완전히 맛이 가 버린, 통제불능의 비이성적이고, 과격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5. 이 영화는 얼핏 보기에는 간단히 선과 악의 대립이라고 볼 수 도 있을 것 같다. 조커는 확실히 절대악이고, 배트맨은 그래도 선한 캐릭터에 속한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 영화 속 대사처럼, 그는 혼돈의 사도이다. 그는 그야말로 선함을 흔들어서 악함으로 뒤바꿔놓고 이 세상의 혼란과 무질서를 조장한다. 이 영화에서의 조커의 광기는, 선한 위치에 있는 배트맨을 시험들게 만든다. 배트맨은 이 영화에서 선함이 무너지는 듯 하면서도 안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도시의 정화를 위해 법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행위로 범죄자를 잡아들이면서 도시를 깨끗하게 하지만, 조커에 의해 그는 사람들에게 무법자라고 불리우는 위치로 추락한다. 조커는 배트맨을 궁지로 몰아넣고, 그를 무기력하게 한다. 이러한 대결 구도 속에서, 정확하게 말한다면 결국 조커의 승리이다. 그러나 배트맨은 그걸 용인할 수 없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악당의 위치로 끌어내리고, 그를 통해 99%의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 고독한 영웅의 초라한 길로 홀로 한 발자국 내딘다.

 

 

 조커와 배트맨은, 하비 덴트가 가지고 있던 동전의 양면을 차지하는 것 같다. 배트맨은 앞면, 조커는 뒷면을 차지하는 거겠지. 그러나 덴트가 가지고 있던 동전은 앞 뒤가 똑같다. 선과 악, 흑과 백 등 정 반대의 것을 상징하는 동전의 앞 뒤가 같다는 건, 결국 조커와 배트맨이 대표하고 있는, 선과 악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거다. 선과 악은 동전의 두께 차이밖에 되지 않는다는 거다. 여기에는 극단적인 악도, 극단적인 선도 존재하질 않는다. 배트맨에게는 겉잖은 정의감이 있지만 조커를 잡기 위해 그는 고담시의 모든 핸드폰을 도청하고, 심문 도중에 조커를 무차별적으로 팬다.

 

 

 이렇게 선과 악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하비 덴트이다. 그는 고담의 백기사로서 완전한 선을 이루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조커에 의해서 완전히 타락한다. 그렇게보면 이 세상에는 정말 완전무결한, 순수한 선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보인다. 그저 덜 사악하고 더 사악하고의 차이만 존재할 뿐, 영화 진행 중 그는 이 중요한 대사를 내뱉는다. 영웅으로 살거나, 아니면 오래 살아서 스스로 악인이 되던가. 타락한 세상 속에서 깨끗한 사람이 되시겠다? 그는 결국 거기에 실패를 한다. 그리고 영화는, 절대악인 조커는 안 죽이지만, 세익스피어적 비극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듯한 악 하비 덴트를 죽여버린다. 이토록 비참한 결과지만, 영화에서는 일말의 희망을 던져준다. 가령 배에 탄 사람들이 서로 서로를 죽이지 않았고, 배트맨은 자신이 그 모든 걸 감당하고 사회를 위해 배트맨은 여전히 수호자이자 어둠의 기사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그렇게 보면 엔딩은 정말... 그냥 끝내준다.)

 

 

P.S 1. 과연 이 영화의 속편은 나올 수 있을까? 이렇게까지 멋지고 끝내주는, 도달 할 수 없는 정점을 찍었으니 다음 편을 어떻게 만들 수가 있을까?(아직도 이 영화급의 블록버스터가 몇 년 안으로 나오긴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놀란 감독은 요즘 활동하는 감독 중 천재성으로는 5순위 안에 들고, 그의 영화는 항상 놀랍게 하거나 나를 경악시킨다. 솔직히 이거의 반 이상만 되는 3편을 만들기만 해도 충분히 성공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2편으로 이렇게 마무리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이건 3편이 나와주어야 한다는 게 내 믿음이다. 몇 년이 걸리든 몇 십 년이 걸리든지 말이다.(다행이도 감독도, 주연인 크리스찬 베일도 3편을 만들겠다는 의향이 있고 이 역시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하는 장면이 있을 것이며, 2011년~2012년 사이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설사 2021년~2022년 사이에 개봉한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만큼은 속편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능가하기는 힘들겠지만...)

 

 

2. 아카데미 시상식을 믿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 또 있다. 작품상과 감독상에 노미네이트가 되지 못한 것이다.

 

 

3. 많이 봤지만 이 영화만큼은 감상문 쓰기가 힘드네요.... 볼 때 마다 여전히 머리는 뒤죽박죽...

 


(총 0명 참여)
kbrqw12
잘읽었습니다   
2010-08-19 15:28
qhrtnddk93
너무 잘 봣어요   
2010-05-16 19:49
k87kmkyr
잘봣어요   
2010-05-15 13:07
1


다크 나이트(2008, The Dark 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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