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은숙(문소리). 지방 심천대학의 염색학과 여교수이자 환경단체 ‘푸른심천21’에서 일하는 은밀한 매력의 소유자다. 한쪽 다리를 약간 저는 것까지 남자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은숙은 함께 일하는 교수와 선생들은 물론 지방 방송국 김PD(박원상)와도 모종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육감적인 몸매, 비음 섞인 콧소리, 애교 넘치는 그녀만의 백치미가 마치 여왕벌처럼 남자들을 꼬이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
그 남자 석규(지진희). ‘박필’이란 필명으로 인기를 얻은 만화가인 그가 ‘푸른심천21’에 합류했다. 곱상한 외모지만 육두문자를 즐겨 쓰고, 카오디오 강매가 주업인 형과 시도 때도 없이 가출하는 사고뭉치 조카를 둔 이 남자. 얼떨결에 교수가 되어 부임한 심천대학에서 과거 어두운 기억을 공유하는 은숙과 맞닥뜨리게 된다.
또 다른 남자, 유선생(유승목). 생활한복을 즐겨 입는 운동권 출신 유선생은 은숙의 열렬한 팬으로 자못 순수한 사랑을 갈구한다. 물론 어여쁜 딸을 둔 유부남이지만. 술기운에 하룻밤을 함께 보낸 은숙에게 더더욱 매달리지만 갑작스레 등장한 석규가 의심스럽기만 하다. 결국 뒷조사에 착수한 유선생은 석규와 은숙을 궁지에 몰아넣게 된다.
이 세 사람의 삼각관계로 읽혀도 무방한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하 <여교수...>)은 홍상수의 세계로 간 10대 날라리들의 후일담이다.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빨간마후라’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이하 감독은 신인감독 답지 않은 뚝심으로 ‘심천’의 낯선 풍경을 직조해냈다. 주인공들과 꼭 필요한 등장인물을 제외하고는 흔한 엑스트라도 배제시키는 않는 <여교수...>는 인물들의 세밀한 동작과 심리에 집중한다. 적당히 까발리고, 적당히 조롱하기의 전략은 우리 코미디 장르로는 꽤나 낯선 전략이지만 그 만큼 유효한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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