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벗어난 달을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재밌다는 말이 모호하기는 한데, 그래도 영화 관람료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언맨을 볼까 했는데, 아내는 액션물/SF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라, 데이트 영화를 같이 봐야하는 저와 아내로서는 '구름을'을 잘 선택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만화책을 보고 싶더군요. 만화책은 좀 더 심오한 내용이 많고, 견자의 중심에서 이야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꿈이 없는" 견자는 비중이 작았지만 그래도 아버지와 한지혜로부터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게 자신의 최후를 맞이하면서 꿈을 찾게 되는지라 안타깝더군요. 사실 마지막 장면에서 차승원과 한지혜가 한가로이 뱃놀이를 즐기고, 봉사 황정민과 서자 견자가 (자신들을 배척하는 세상으로부터 떠나 구속되지 않고) 유람을 하는 장면은 그들이 꿈꿨던 소박한 세상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에서 선악을 구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꿈이 있던" 이몽학이 그리던 세상도 "앞을 볼 수 없는" 황정민의 세상과는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결국 결승점은 같지만, 가는 길이 다른 진보와 보수가 생각이 나더군요. 태초에 순수했던 모든 꿈들은 절박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논리로 변질되어 가는데 못내 아쉽기는 하지만, 저는 최소한 이몽학의 꿈도 응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유머와 의미부여를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아쉬운 점은 차승원과 황정민의 칼싸움에 슬로우모션이 많아서 조금 긴박감을 떨어졌습니다. (물론 감독의 나름 고심이 있어서 선택했겠지만, 그냥 일반 관람객이 봤을 때는 리얼리티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