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한극장에서 있던 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영화는 참 좋았지만 다소 지루한 감은 역시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어떤 이가 언젠가 말했다던 "시는 우리 곁에 있습니다"라는 메세지를 끊임없이 전하려는 영화
입니다. 삶은 곧 시이고, 시는 곧 삶인 것입니다. 그것을 양미자라는 노년의 여인을 통해서 그녀가 겪는
시련과 고통을 매개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1대 트로이카 중 한명인 윤정희. 솔직히 제 나이에는 잘 알 수 없는 배우입니다. 하지만 부모님께 여쭤보니
대번에 안다고 하시더군요. 예전에 정말 예뻤다. 지금은 꽤 늙었네. 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로 처음
접한 윤정희씨는 나이와는 상관없이 참 아름다운 여배우였습니다.
미자는 꾸미기를 좋아하고 꽃도 좋아하고 늘 순수한 감성으로 가득 찬 조금은 엉뚱한 여인입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때문인지 늙었다고 말할 수 있는 미자에게서는 아직 여인의 향기가 납니다.
아름답다라고 묘사할 수 있었습니다, 망설임없이. 그런 순수한 미자에게 [시]란 항상 마음에 품어온
늘 다가가고픈 것입니다. 문학강좌를 듣게 되면서 그러한 열망은 더욱 강해지는데 그런 의욕에 비해
그녀의 창작속도는 한없이 더딥니다. 아니, 전혀 [시]란 것에 다가갈 방도를 몰라 헤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그녀는 자연스럽게 [시]를 쓰는 것에 점점 다가섭니다. 바로 그녀에게 닥친 현실의
고통 때문입니다. 가족에 관한, 미자 스스로에 관한 그녀 일생일대의 시련들이 그녀로 하여금 시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 예상치 못했던 불운한 일들이 그녀에게 세상을 자세히 바라보게 하고 그녀를
더욱 사색에 젖게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나 쓰고 싶었지만 몇 줄 적어내기가 버거웠던 그 [시]를
토해냅니다. 그녀의 결단과 맞물려 너무나도 물흐르듯 당연하게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전체적으로 "간접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의 느낌을
화면 전체에 칠해놓은 것 같았습니다. 모든 것은 "딱 떨어지게" 이렇게 되었다 하는 장면이 없습니다.
무엇이든지 "아, 그렇게 되었겠구나" 싶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지루하다는 평이 많은데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동감합니다. 러닝타임도 조금 긴 편에
속하는데다 [시]라는 정적인 주제를 풀어나가다보니 특별한 긴장감이 조성되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극 중 사람들의 농담이나 행동 몇 가지에서 웃음이 나기는 하지만 박장대소를
노린 유머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영화 자체는 너무 좋다는 느낌을 받은 저조차도 꼬리뼈가 쑤셔 종종
지루함을 느꼈습니다.
[밀양]에 비하면 미자에게 충분히 집중할 수 있는 영화, 그녀를 이해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미자가 시를 적는 수첩을 꺼내고 그 수첩이 화면 가득 찬 후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져 회색 물자국이 지는 장면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지만 흥행은 못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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