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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zzyz] 너무나 아름다운 - 오아시스 오아시스
ozzyz 2002-08-16 오전 12:31:47 212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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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본 필자는 단순히 예쁘고 보기좋은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사회 부적응 전과범과 뇌성마비 장애인과
의 가슴아프고 어여쁜 사랑이야기, 이 얼마나 경악할 정도로 쿵짝이
잘 맞아 떨어지는 그야말로 영화적인 소재란 말인가. 끝에 가서 둘중
에 하나 죽어나가고 바닷가에 가서 뼈 뿌려주면서 눈물의 막을 내리겠지
라는 생각.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런 의미에서 사기를 당한 느낌이다. 정말 뜨아
할정도로 뻔한 설정을 가지고 시작해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다니.
스크린 앞에서 벌거벗겨지고 눈 뜨고 희롱당한 심정이라면 설명이 될까.
영화속에서 지탄을 받아 마땅한 나쁜 인간들은 사실 너무나도 극명하게
드러나지만-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나쁘게 그려질것도 착하게 그려질 것
도 없다. 있는 그대로의 우리들의 모습. 삶의 모습, 현실의 모습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결말 역시 따지고 보면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그래서
가슴아프고 부정하고 싶은 것이다.

이창동의 세 번째 장편 작품인 '오아시스'는 이제는 이창동의 페르소나가
되어버린 설경구와 문소리가 각각 사회 부적응 전과3범인 종두와
뇌성마비 지체장애인인 공주를 연기하고 있다.
이창동은 초록물고기와 박하사탕에서도 그러하였듯이 시스템으로부터
소외당하거나 배신당하며 불신당하는 주인공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번엔
조금 틀리다. 우리 종두는 막동이나 영호만큼이나 무던히도 배신당하고
멸시받아야 마땅한 대상이지만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이다.
물론 여기서 순수하다는 의미는 천사라는 의미와는 전혀 다른, 솔직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의미이다. 사실 알지도 못하는 여자의 집에 무단
침입해서 말 건네기가 무섭게 강간하려 한 것은 종두가 얼마나 파렴치한
인간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가 전과 3범이라는 사실도 그가 얼마나
평탄치 않은 인생의 소유자인지 말해준다. 하지만 종두는 솔직하다. 자기
가 치여죽인 환경미화원의 집을 찾아간 이유는, 미안해서이다. 뇌성마비
지체장애인을 예쁘다고 생각하고 사랑한 것 또한 그 어떠한 사회의
편견이나 생각따위에 상관없이 감정에 솔직했던 그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럼 공주는? 이야기에 앞서서 문소리의 연기는 극찬이라는 말로는
설명하거나 칭찬할수 없는 범위의 그것이다. 단연 '오아시스'는 설경구나
이창동의 영화가 아닌 문소리의 영화이다. 이것은 단순히 예쁜 연기만
해도 모자른 여자 배우가 혀꼬아지고 눈 모아져서 침 질질 흘리는
장애인의 연기를 했다는 점 때문이 아니라 사랑의 순수함과 안타까움
을 소화한 그녀의 내공에 기인한다.
공주 역시 종두 못지 않게 솔직한 인간이다. 자신을 강간하려 했던 종두
에게 먼저 전화하여 왜 나에게 꽃을 주었냐고 한 것은, 이 여자가 남자에
목이 말라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러한게 당연히 아니다.
자신을 이용하여 장애인 아파트를 분양받고 자기를 버리고 떠나버린
오빠 내외에게 웃음을 보일만큼 비겁하고 힘없는 그녀는 종두란 사내의
사랑 앞에서 깨어나고 변화한다. 나무를 잘라내는 종두를 위해 라디오의
볼륨을 최대로 올리고 오열하는 그녀는 예전의 그녀가 보여줬던 조심스
러움과 방구석에서 그림자가 무서워 눈물짓는 모습들과는 동떨어져 있다.
우직할정도의 종두의 사랑 앞에 변화하는 것일까. 지하철 역에서 종두를
위해 안치환의 '내가 만일'을 부르는 (비록 상상이지만) 모습은 공주가
종두를 위해서 무엇이든 되고 싶고 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한다
는 안타까움을 노래하고 있고, 이 것은 필자가 본 그 어떤 영화에서
보다 아름다운 장면이다.

'오아시스'에서 주변인물들은 철저한 현실의 반영이다. 다시말해 영화적
으로 나쁘게 혹은 착하게 재 구성된 인물들이 아니라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막 감방에서 출소한 종두를 향한 두려움과 멸시의
모습들, 공주가 장애인이라는 점을 이용하는 오빠 내외, 장애인이
들어오자 영업시간이 끝났다며 나가기를 종용하는 고깃집 주인, 자신
의 죄를 대신하여 형을 살은 종두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는 종두의
형과 가족들. 주먹이 불끈불끈 할정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저것이
현실의 우리들의 모습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삶과 현실의
무게에 찌들은 그네들이 그런 선택과 결정을 내리는 것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것 문제이며 우리가 돌을 던질수는 없는 일이다.
영화는 너무나도 건조한 시점으로 현실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다분히 영화적이라 할만큼 현실에서 있기 힘든 환타지적인 사랑이지만
그것은 설정상 그러할 뿐이지 뚜껑을 열어보면 쉰내 팍팍 날정도의
'현실' 의 문제다. 아, 현실이라는 단어가 이렇게도 부정적인 이미지로
밖에 쓰일수 없다는게 가슴아프다.

현실성은 결말에 이르러 폭팔한다.
공주는 왜 자신이 강간당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 하지 못하는 걸까.
띠엄띠엄이라도 천천히 이야기 하면 못알아듣나?
아니, 종두도 그래, 왜 강간이 아니라고 변명못하는 거야,
그래서, 결국 종두는 또 별을 달게 되고 공주에게 꼬박꼬박 편지를
보내며 다시 사회에 나가 재회하게 되길 바랬더라. 끝? 너무 신파적
인거 아냐? 가 아니다. 생각해보면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부분이
아닐까. 누가 전과 3범에(그중 하나는 강간미수다) 가족도 포기해서
합의도 거부하는 망나니와, 온 몸이 꼬여들어가 성욕은커녕 쳐다보고
있는 것 조차 힘든 여인내가 상호간의 자유의지로 섹스를 하고 있었다고
믿었을까(게다가 종두는 공주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다). 현실은 냉정한
곳이다. 우리 주위에 그런 일들이 있었을 때 과연 우리는 그런 사실을,
설사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인정하고 받아들일수 있었을까.
가장 처참하고 슬프고 잔인한 경험, 있으선 안되는 사실들, 아무도 인정
하고 싶지 않은 것. 그러한 것들이 마주하는 경계가 바로 현실이라는
곳이다.

종두와 공주의 사랑을 보는건 사실 너무나도 불편한 일이다.
사랑 안했으면 좋겠다. 예쁘고 아름다워야 할 사랑이 너무 안타깝고 서글
프다. 하지만 그 둘은 너무나도 솔직하게 서로를 사랑했고, 또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다. 현실의 벽이 아무리 높고, 편견이 그들을 갈러놓아도
그들은 또 천역덕스럽게 어울려서 낄낄거리며 웃고 있으리라. 되지도
않는 상상을 하고, 말도 안되는 마술에 흥분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아름답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청계고가 밑을 지나갔다.
기나긴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쭉 청계고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래,
저기서 종두랑 공주가 춤을 추웠더랬지. 쌩쌩 달려가는 무심한 자동차
들 속에서 자꾸만 종두와 공주가 생각이 나서 눈물이 아른거렸다.
부정적인 것이고 안타까움과 온갖 편견과 고통들이 넘쳐나는 공간으로서
의 '현실' 이 '오아시스' 라는 영화를 통해서 아름다운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영화에게 의지가 있고 목적이라는게 있다면. 그런것일 것이다.

그래서 난 오아시스를 찾았다.

[ozz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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