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20분에 육박하는 긴 러닝타임에도 본인을 극장좌석에 꽉 붙들어두었던
리들리 스콧과 러셀 크로우의 <로빈 후드>는 대만족이었다.
이 영화 관객의 눈을 영화로 이끄는 묘한 힘이 있는 영화였다.
로빈 후드의 정의로운 모습을 그린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인데도 상영시간내내 본인을 붙잡아두었다.
꽉 찬 시나리오의 힘, 평범한 로빈 롱스트라이드가 무법자 로빈 후드로 되어가는 이야기,
그것을 새롭게 발현해내는 '러셀 크로우'의 묵직한 마초적 연기,
그리고, 후반부에 대규모의 전투씬을 만들고 이끌어내는 리들리 스콧의 조화로운 솜씨..
알면서도 영화에 빠져들게 하는 힘이 분명히 있었다.
이 영화는 '로빈 후드'의 탄생 프리퀄이야기이다.
이번에는 역사적 사실을 살짝 첨가했다.
사자왕 리차드 왕이 죽고 존 왕이 왕계를 이으면서 세금수탈이라는 명분으로,
나라를 두 조각내는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그 와중에 '고프리'라는 배신자로 프랑스왕까지 쳐들어오게되는 설상가상.. 그들을 모두 격퇴해냄으로써 영국의 권리헌장을 보장했지만 그것을 거부해버린 존 왕의 모습..
그 뒤의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빨리 속편이 보고싶어질 정도였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최근 본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동인, 서인이 나눠지고 대동단이 일어나며,
그 와중에 왜군까지 쳐들어오는 상황을 연상시켰다. 역사적 사실은 언제나 관객의 흥미를 이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후에 실제로 존 왕은 영국대헌장에 서명을 하게되고,
그 사건은 영국에서 백성들의 존재를 왕과 지배계층에 각인시키게 된다.
이 역사적 사건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로빈 후드'라는 인물을 통해서 또 한번 보고싶어졌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속편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살짝 내비치기도.
'로빈 후드'는 최고의 궁수(弓手)이고, 의적이라는 사실은 이 영화에서 많이 배제한 편이다.
어떻게 그가 그런 인물이 되어갔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캐릭터의 새로운 완성이라는 면에서 볼만했다.
그의 활쏘는 장면은 초반, 종반밖에 안 나오지만, 그 인상은 강렬했다.
마지막, 이마에 피를 흘리며 활을 '고프리'에게 쏘는 장면은 정말 멋졌다!
러셀 크로우가 <글래디에이터>에 이어서 제대로 멋있는 캐릭터를 보여준 듯.
정의의 이야기는 언제나 가슴을 묵직하게 한다. 현대에 정의(正義)라는게 많이 사라져서일까?
이런 영화에서라도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되면, 왠지 모르게 뭉클해진다.
수탈당하는 서민의 모습은 울분을 갖게하며, 그것을 강탈해가는 악인들의 모습은 같이 처단하고싶다.
그것을 차근차근 이야기와 캐릭터적으로 쌓아가며 관객들의 공감과 감정이입을 얻어내는데 성공한 이 영화 <로빈 후드>.
러셀 크로우, 마크 스트롱, 윌리엄 허트, 막스 폰 시도우, 케이트 블란쳇 등 연기파 배우들은 자기 자리에서 그 캐릭터를 자기인 마냥 너무 잘 연기해주었다.
이러한 큰 대규모서사극을 잘 이끌어내는 '리들리 스콧'의 솜씨에도 다시 한번 감탄을!
이 영화의 엔딩쯤 되면 묵직한 뜨거움이 가슴에서부터 올라오는 느낌이 들 것이다.
화려하고 정신없는 볼거리로 치장한 여름 블럭버스터들 사이에서,
차근차근 요령부리지않고 하나의 묵직한 역사시대극을 만들어낸 <로빈 후드>는 꽤 볼만하다고 할만한 영화였다. ★★★★
Rise and rise again, until lambs become lions..
(일어나고 또 일어나라, 양이 사자가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 '만인의 자유권'을 위해 끝까지 싸운 그의 모습이 멋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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