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의 영화는
범죄. 그리고 그 범죄의 희생자가 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오아시스의 장애인 성폭행
밀양의 어린이유괴
그리고 이번엔 청소년강간살인..
이창동의 의도는 알겠다.
잔인한 범죄가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강타하면서
일어난 파급효과를 감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거지.
오아시스에서는 범죄자와 장애인의 순수한 사랑.
밀양에서는 종교를 넘어선 인간애.
시에서는 현실의 추악함을 넘어선 시의 아름다움..
참 좋은건 사실인데.
난 이창동이 정말로 그 아름다움을 보여줬는지 의심스러워.
하긴 이건 주관적인 것이니..
시의 할머니는 오아시스의 문소리.밀양의 전도연과 통하는 인물.
세상의 때를 아직 덜 맛본 순결한 여성이라 그거겠지.
사실 이건 무리한 시도다. 화사하게 꾸며입고 시작에 열심히
나서는 할머니는 청춘을 그리워하는 평범한 할머니일뿐.
옷을 예쁘게 차려입고 시작에 나서는 건 의외로 할머니들 특유의
세상에 대한 도전의식(약간의 치기)에서 나온건데..
순진한(!)문학도인 이창동은 그걸 미학적 아름다움으로 여겨.
그리고 이어진 범죄..
세상이 이렇게 추악한 지 몰랐어요..
한숨이 나온다.
이 할머니정도의 연세를 가지고 세상의 추악함을
몰랐다고 하는건 순결과 선의 이미지가 아니라 무관심과 나태로
보인다. 이 할머니를 보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피티 고모님이
생각나. 칭찬아님!
이창동은 오아시스에서는 장애인성폭행에 사랑의 딱지를 붙였고
밀양에서는 이웃사랑으로서 종교를 대신하려들었다.
시는 상대적으로 정도가 덜하지만
약간 하나님 놀이(!)를 하는듯해..
시적 영상?
턱없는 과대평가.
이 영화의 카메라워킹은 대단히 느린데
이게 오히려 시의 감수성을 전해준다긴 보단
산문을 천천히 읽는듯한 나른함을 가져다줘.
노인들중에 시를 습작하는 분들이 있다.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가 자기감정에 취해버리기때문
영화 "시"도 바로 그것에서 멀지않다.
윤정희.. 프랑스에서 살아서 그런지 서구적 세련됨을 가지고 있어
밉진 않았다.
하지만 연기력은 아주 전형적이라 느껴진다.
그래도 "하녀'와 비할 작품은 아냐..
임상수와 달리 이창동은 진짜로 정직하게 영화를 만드는 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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