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이 정말 잘 되어있다. 전도연이 아니었다면 확실히 은이라는 캐릭터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고, 설사 존재했다고 할 지라도 이 정도로 살아있는 캐릭터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애시당초 이 캐릭터는 이해 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으니...) 밀양에 이어서 하녀에서도 이 정도 모습을 보여주다니. 이제 그녀는 정말 연기의 신의 자리에 다 올라갔다는 생각이 든다. 이정재도. 약간 마초스러웠던 태풍에서의 이미지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정말 새로웠고 강렬했다(특히 그 몸매. 정말 탐나드라 ㅠㅠ). 젊은 나이에 맞지 않는 듯한 캐릭터를 자꾸만 맡으시는 서우 역시 자신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선사한다. 병식으로 나오는 윤여정은 이 영화를 코미디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활을 했다는 말이면 충분할 거 같다. 어쩌면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로. 해라의 엄마로 나오는 박지영은, 정말 짜증나는 캐릭터를 맡아서 정말 치가 떨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끝까지 냉소로 일관하는 영화다. 화려하게 장식한 삼류 막장 드라마의 탈을 쓴 인간의 욕망과 추함, 속물스러움에 대한 조롱, 사회 계급에 대한 냉소적 비판을 보여주는 영화다. 조금 더 나아가서 이 영화는 정치에 대한 조롱과 정권, 위정자들에 대한 냉소적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오페라와 클래식과 화려하게 꾸며진 집으로 대변되는 그들의 품위있는 삶 속에 있는 온갖 추잡하고 이기적인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훈이 은이와 관계를 맺은 후 돈을 주고, 아기를 낙태하면 1억을 준다고 하는 등... 그들은 돈으로 모든 걸 덮으려고 하고 해결하고자 한다. 그래도 안 되니까, 그들은 같은 인간으로서 정말 치가 떨리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 집에서 가진 자들은, 그 가진 것을 지켜내기 위해 가지지 않은 자를 파멸시키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또 누군가의 하녀 신세가 되고,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 기생충처럼 붙어서 번식한다.
오프닝 장면에서 비추는 사회는 우리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현실 속 모습이다. 그 뛰어내린 사람을, 사람들은 묵묵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그 속에 은이가 있다.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백치 같은 그녀는, 이러한 아더매치(극중 대사다. 아니꼽고 더럽고 매스껍고 치사하다.)한 사회 속에서 있다가 부잣집의 하녀로 들어가게 된다. 그녀가 있었던 현실과 비교하면, 이 곳은 그야말로 신세계 같다. 더러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과 동시에 누릴 거 다 누리면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 영화가 차갑게 바라보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조롱한다. 주로 병식을 통해서다. 침대에 누워서 아더매치를 외치는 모습은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느껴지지만, 훈과 헤라가 나간 후 해방이다 이러면서 기뻐하는 모습은 정말 통쾌하다. 이러한 블랙 코미디가 정말 잘 먹히는 장면이 몇 장면 더 있는데, 출장을 갔다가 공항으로 들어오는 훈의 뒤에 같이 들어오던 정장입은 그의 부하(다른 표현을 찾지 못해서 걍 부하...)가 미끄러지는 장면이나, 마지막에 은이가 복수하러 집에 들어와서 헤라가 낳은 아기를 만질 때 어쩔 줄 몰라하는 훈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에 병식이 훈과 헤라에게 멋지게(?) 한 마디 하는 장면도 그러한 장면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장면에서 누군가 자살했을 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것처럼, 마지막 장면에서 은이가 보여주는 행동 역시 그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마치 아무도 없었던 것 마냥. 그녀에게 있는 것을 다 빨아먹은 그들에게, 은이가 그런 행동을 보여준다고 해도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 사건 이후, 그들의 삶은 다시 평범하게 돌아간다. 있어보이는 삶. 아들 생일 때 샴페인을 터뜨리는 모습. 그러면서 감독은 보는 이들에게 날카로운 비수를 던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바로 이런 곳이다고 말하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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