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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대부 대부 (디지털 리마스터링)
kookinhan 2010-06-01 오후 4:35:22 420   [0]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충분히 예상했던 대로 대학입학에 실패한 나는 종로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침에 문을 열고 청소를 하고 손님들이 들어오면 음료와 차를 배달하는 단순한 일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페이를 받으면 서점에서 시나리오 관련 책을 사고 남은 돈으로 오락실에서 시간을 보내고는 했다. 어느 날 거리에 영화 대부의 포스터가 날라다니고 있었다. 72년도에 나온 영화니까 그 무렵의 기준으로도 고전이었다. 영화 잡지에서 충분히 접했던 영화였으므로 마음 잡고 보기로 했다.
그 무렵 종로에는 몇 군데의 소극작이 있었고, 관람객도 꽤 많이 모였다. 어느 소극장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골목 중간에 위치해 있었던 것 같다는 막연한 기억만 있을뿐.
표를 끊고 들어가보니 아직 상영시간이 되지 않아 휴게실에서 뮤직 비디오를 감상했다. 모니터에서는 그 당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던 웸의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흐르고 있었다. 하얀 눈 산을 배경으로 두 명의 남자가수가 번갈아 노래를 불렀던 것 같다.
영화가 시작되고 끝날 때 까지 나는 영화에 압도 당했다. 게다가 이런 영화가 벌써 10년도 더 지난 옛날에 나왔다는 사실에 경악할 지경이었다.
극장을 나와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나는 혼자였다. 친구들은 실베스터 스텔론이나 슈왈츠제네거가 나오는 영화에나 관심을 가질까, 대부 같은 옛날 영화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종로에서부터 광화문까지 걸어갔다. 여전히 거리에는 대부의 포스터가 무더기로 날라다니고 있었다.
행복을 넘어 황홀했다.
대부의 깊은 의미를 그 당시의 내가 이해했을리 없다. 다만 대부가 보여준 영상들이 송곳이 되어 내 깊은 곳을 찔렀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압도 당해 있을 뿐이었다. 바람이 불면 휙 날아가버릴 것처럼 감정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시절이어서 더욱 그랬을 수도 있다.
그 후 나는 줄곧 영화를 생각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만취한채 거기를 방황하면서도 영화를 생각했고, 그 이듬해에 입대한 군대에서도 영화를 생각했다.

가끔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를 비교해본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따위의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종로 거리에서 우연히 대부의 포스터를 줍고, 곧장 소극장으로 들어가서 그 영화를 보았던 그 순간의 기억은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날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총 1명 참여)
okran0103
잘보고가요~   
2010-08-15 22:22
soja18
잘읽었어요:)   
2010-07-23 17:53
pjk0315
보고갑니다^^   
2010-06-13 01: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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