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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 풍의 음모론 스릴러 유령작가
shin424 2010-06-02 오후 2:32:13 1311   [0]
 
 

 

 

< 쓰기에 앞서서... - 원작 소설을 안 읽고 본 영화입니다. 그리고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음! >

 

 

1. 로만 폴란스키 감독하면 많은 이들이 유태인 학살을 다룬 홀로코스트 작품 <피아니스트>를 떠올린다. 아무래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상도 많이 받았고, 게다가 엄청나게 냉철하면서도 감동적이기까지 하니까... 그래도 폴란스키 감독의 주 종목은 역시 스릴러다. 그가 만든 최고 걸작들 - <차이나타운>, <악마의 씨>, <혐오> 등... - 은 전반적으로 기괴하고 음침한 분위기를 깔아주는 대단한 스릴러/미스터리 영화이다. 히치콕만큼은 아니더라도, 폴란스키 감독은 이 장르 영화계의 최고 달인 중 한 명이다.(그런 의미에서 보면 <피아니스트>는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이질적이고 가장 사적인 영화다.)

 

 

 그가 가택 연금 중에 만들었다고 하는 <유령 작가>는 스릴러에 대한 감각을 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폴란스키 감독이 여전히 자신이 이 장르 영화의 최고의 수준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 영화는 스릴러라는 장르 영화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그리고 파괴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너무나도 확실하게 알고 있는 감독이 기가 막힌 솜씨를 가지고 만들어낸 탁월한 작품이다. 영화 전체의 배경만큼이나 차갑고 건조한 이 영화는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 느린 전개 속에서 매순간마다 심리적인 긴박감을 느낄 수 있는, 대가의 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특히, 당했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전혀 찝찝하지 않은 이런 종류의 영화는 실로 오래간만이다.)

 

 

2. 전 영국 총리인 아담 랭(피어스 브로스넌)의 회고록을 쓰고 있던 선임자 맥카라의 의문의 사망 이후, 유령 작가(이완 맥그리거)가 그 일을 맡게 된다. 그는 일을 진행해나가면서 선임자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게 되고, 그의 죽음을 조사하게 된다. 한편 아담은 국제 재판 사법소에 의해 고소당하고 그는 전범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사실상 적막하고 한적한 섬에 고립된 상태에서 작업과 조사를 계속해 나가던 유령 작가는 선임자가 남긴 자료들을 보게 되고 거대한 음모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역시 죽음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3. 모처럼 스크린에서 모습을 보인 피어스 브로스넌과 이완 맥그리거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영화는 값어치를 한다. 둘이 함께 나오는 장면에는 묘한 긴장감과 힘이 있다. 둘 다 자신의 캐릭터에 완벽히 들어맞는 연기와 매력, 태도를 보여준다. 조연으로 나오는 킴 캐트럴과 올리비아 윌리엄스 역시 모두 어울리지 않는 듯 하면서도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융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4. 상당히 히치콕스러운 영화다. 일단 피 튀기는 장면이나 살인 장면 같은 건 전혀 없다. 스릴러답지 않은 느린 속도로 진행시키면서 서스펜스를 쌓아올리는 것, 밀어붙이고 엄청난 자극을 선사하기 보다는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조여 나가는 서스펜스, 끝도 없이 꼬여놓은 상황 속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들어갔다가 알면 알수록 더 위험해지는 주인공의 상황, 탄탄하고 계산된 플롯, 장인의 힘이 느껴지는 완급조절, 버나드 허먼을 연상시키는 배경 음악, 음산한 분위기와 영화 전체적인 공간적 배경, 차가운 세트, 그리고 영화 전체적으로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맥거핀까지도 말이다.(특히,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유령 작가와 폴 애멋과의 대화 장면과 별다른 편집이나 기법을 사용하지 않은 추격전 장면은, 정말 히치콕스러운 느낌이 확 든다.)

 

 

 히치콕의 느낌이 나지만, 여기에는 감독 자신의 색채도 들어있다. 차갑고 쓸쓸한 배경이지만 모든 장면들은 정말이지 아름답고 세련되게 만들어져있다. 영화 중간중간에 유머도 가볍게 들어있다. 결말도 상당히 냉소적이고 비관적이다.(이는 확실히 히치콕의 결말과는 다른 느낌이다.)

 

 

5. 히치콕스러운 요소들을 도입해서 폴란스키 감독이 만든 건, 우리 시대의 국제 정치 속의 힘의 논리를 집어넣은 70년대 느낌의 음모론 스릴러다. 여기에서 그려지는 정치판은, 서로 먹고 먹히고, 아무도 믿거나 의지할 수 없고, 쇼 비즈니스의 세계이자, 지배자들의 음모와 추한 모습으로 가득하고. 다 얻은 듯 하고 다 갖추어진 자들도 더 큰 손에 의해 놀아나고 패배하는, 그런 세계이다. 유령 작가는 이 세계의 소용돌이 속에서 실체를 알아내려다가 결국 알아내고 그와 동시에 지배자들에 의해 무기력하게 파괴된다(이를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은 엄청난 여운이 남는 대단한 장면이다.) 이 영화의 중심 축(이자 맥거핀)인 아담 랭 역시 이 세계 속에서 정세에 놀아나는 희생양이자 유령이고.

 

 

 

 

 이 영화의 결말에서 주인공은 모든 것이 다 해결되어 자축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자신이 거대한 음모 속에서 휘둘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러한 음모는 계속되고, 약자뿐만이 아니라 지배자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모두가 패배자가 되고 희생양이 되는 세상임을 보여주는 거 같다는 생각을 문득 해 본다.

 

 

 

 

p.s.

 

 

1.  (이건 스포일러 암시니 안 보신 분들은 건너뛰시길)

 

 

 결말에 가서야 감독의 게임에 놀아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영화의 결말은 어떻게 보면 예상이 가능하지만,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을 하질 못하게 한다. 왜냐하면, 감독은 우리가 결말과 사건의 실체를 보지 못하도록 우리의 신경을 집중시키는 장치를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장치가 있는데, 가장 처음에 본 장치는 초반부에 나오는 장면이다. 아담의 변호사에게 받은 원고를 들고 가던 주인공은 원고의 두께가 624 페이지나 되는 걸 보고 식겁한다. 그 원고를 가지고 집에 들어가려던 그는 소매치기를 당한다. 이 장면을 통해 도대체 무슨 음모가 진행되고 있는 거지 하면서 영화에 집중하게 되지만, 끝까지 이 장면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 영화 전체에 깔려있는 음모와도 상관이 없다. 일종의 맥거핀인 셈이다.

 

 

 이 영화의 전개의 중심에도 그러한 장치가 있다. 감독은 그 장치를 중심으로 해서 영화를 진행시켜나가고 관객들이 그 장치와 그것에 대해 신경 쓰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 실제 모든 사건과 음모의 진행은 그 장치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그 장치는, 감독이 우리에게 던지고자 하는 질문과 관련이 있을 뿐이다.

 

 

2. 폴란스키 감독은 가택 연금 중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택 연금 안 당하고 있는 감독들은 대체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3. 근데... 이 장면 영화 속에 있었나...?

 

 


(총 0명 참여)
gonom1
잘봤어요   
2010-07-03 23:42
kooshu
완전 기대중   
2010-06-03 05:5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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