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유령작가 맥카라의 죽음으로 완성되지 못한 전 영국 수상인 아담 랭의 자서전을 마무리하는 유령작가로 일하기 시작하지만 일을 맡기 시작한 날부터 소매치기와 테러를 시작으로 알 수 없는 위험을 직감합니다. 급기야 전임작가의 죽음이 단순 자살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악마의 씨>, <피아니스트>등으로 거장의 위치에 오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신작 <유령작가>는 히치콕의 계보를 잇는 정통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0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고 관객들에게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피 한방울, 자극적인 폭력적인 영상 없이 두려움과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감독의 탁월한 역량과 흩어진 단서들을 통해 서서히 진실에 접근해가는 베스트 셀러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원작은 이번 작품의 백미입니다. 감독의 연출과 각본의 매력 못지않게 돋보이는 이완 맥그리거와 피어스 브로스넌의 (오랜만에 제대로 된 작품에서 연기 색깔을 드러낸) 연기 대결도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입니다.
"진실 게임"
베일에 쌓여 있는 단 하나의 진실을 찾기 위한 과정이 이번 작품의 핵심이듯 영화는 많은 단서를 보여 주지도 쉽게 결말을 예상하게도 하지 않습니다. 초반부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을 설명한 뒤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진실 게임은 조금씩 또 다른 단서들을 보이지만 오히려 진실을 찾는데 혼란을 야기합니다. 쉽게 예상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베일에 쌓인 범인과 그런 범인을 애초부터 지목하고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부분이 결말에 공개되도록 한 감독의 연출은 히치콕의 방식과 매우 흡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폴란스키 감독은 히치콕 감독의 전개 방식과 달리 중요한 흐름을 혼란시키는 또 다른 이야기를 다양하게 늘어놓고 있습니다. 가령 아담 랭이 국제 형사 재판소에 수사를 받는 또 다른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인물에게 의심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거두며 히치콕과의 차별성을 두고 있지요. 그런 혼돈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음모와 범인의 실체 그리고 처음부터 범인을 알려주었던 단서는 이번 작품의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실체와 허상"
진실을 파헤치는 인물을 'Ghost writer' 즉,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작업하는 허상의 작가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음모의 실체와의 대립을 스토리에 중심축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모의 실체에서도 겉으로 드러난 악의 모습과 그 뒤에 감춰진 배후는 또 다른 실체와 허상이라는 구도를 이루며 다각도의 복잡한 면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령 작가>는 단순히 범인을 맞추는 탐정 소설과 같은 형식이 아닌 이면에 감춰진 음모와 이유가 전체 구도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선 인물들의 심리가 중요한만큼 '유령작가-아담 랭- 부인 루스 랭 - 비서 아멜리에' 이렇게 각각 인물들의 심리에 대한 해석도 나름의 해석에도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사실과 허구"
이 작품의 아담 랭이 실제 영국 총리인 토니 블레어를 모델로 쓴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난무할만큼 영화가 제시하는 근거는 매우 사실적이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영국과 미국 그리고 CIA간에 얽혀 있는 숨겨진 이야기... 그런 이유로 이번 작품이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것인지 아닌지를 본인 나름대로 판단하는 점도 거장 로만 폴란스키가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정통 스릴러의 재미 이외에 또 하나의 숨겨진 선물이 아닐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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