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목숨만큼 사랑하는 유일한 삶의 희망인 딸이 오랜만에 찾아와 즐거운 저녁 시간 도중 갑자기 피를 쏟자 병원으로 향하려는 그때... 괴한에 의해 무참히 딸이 살해 당하고 맙니다. 경찰이기 때문에 자신을 노린 범죄로 초점이 맞춰져 수사가 벌어지지만 딸의 소지품을 단서로 조사를 해 갈수록 그녀가 일하던 회사인 노스무어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회사를 조사하는 도중 관련 인물들이 하나 둘씩 살해 당하고 급기야 자신의 생명까지 위협받기에 이릅니다.
2006년 자신이 직접 감독한 <아포칼립토> 이후 무려 4년만에 본래의 연기로 돌아온 멜 깁슨. 아직도 <리썰 왜폰> 시리즈의 화려한 액션을 잊지 못하고 오매 불망 기다리던 팬들에게 <엣지 오브 다크니스>는 절반의 만족을 선사한 작품으로 보입니다. 스토리 상으로 볼 때 액션의 비중이 지나치게 적고 화려함이 없는 것은 어쩌면 그의 나이를 고려한 마틴 캠벨 감독의 배려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켐벨 감독 자체도 <007 카지노 로얄>에서 보았듯이 액션보다 감정과 스토리에 역점을 둔 점을 되새겨 보면 이번 작품의 색깔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번 작품은 1985년 자신이 직접 연출한 동명의 TV 시리즈물을 영화로 옮겼기에 그런 추측이 설득력을 얻기도 합니다.
"다윗과 골리앗"
<엣지 오브 다크니스>는 많은 영화들이 즐겨 사용한 '복수'라는 소재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적을 설정합니다. 상대는 일반 기업이지만 막강한 권력과 국가의 비호 아래 많은 비리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 그런 회사입니다. 그에 반해 크레이븐 (멜 깁슨)은 보통 시민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아버지로 이들의 대결 구도는 마치 다윗과 골리앗을 연상합니다. 대기업의 비리를 끈질기게 고발한 실화를 영화로 옮긴 <에린 브로코비치>에서 생계를 걱정한 평범함 어머니가 주역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선 딸을 잃은 아버지가 거대 기업의 막강한 힘에 대항하여 처절한 사투를 벌입니다.
"잃을 것 없는 아버지"
딸의 죽음을 조사하여 조금씩 밝혀 진 진실의 한 귀퉁이에 국방부와 연계된 거대 민간 기업의 악행을 보게되는 크레이븐. 회사와 기밀 보안 서약을 했지만 정의를 위해 목숨을 건 용기로 변호사와 정치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딸의 생명을 더 단축시키게 되었다는 사실에 절망한 아버지는 법을 수호하는 경찰로 사건을 해결하느냐 아니면 딸이 당한 그대로를 되갚아 주느냐를 고민합니다. 결국 그는 뱃지와 총이 있는 탁자에서 총만을 집어들고 마지막 복수를 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서지요. 법을 수호해야하는 아버지가 법의 이중성에 한계를 느끼고 법을 어기면서 복수를 한다는 설정은 핵 확산을 우려해 더 이상 핵을 만들지 말라고 외치는 미국이 민간 기업을 통해 핵을 만들고 국가는 이를 비호한다는 점과 동일한 아이러니입니다.
"섬뜩함과 지리함"
그러나 아무리 액션보다 인물의 감정에 주목하고 스토리 전개에 비중을 두고 보더라도 멜 깁슨 주연인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영화 전개는 다소 지리함면을 지울 수 없습니다. 굳이 총을 많이 쏘고 많은 것을 부시지 않더라도 강렬한 액션하나 없는 것은 감독과 배우를 좋아한 관객들에겐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 줄 수 있습니다. 작은 단서를 통해 조금씩 진실을 밝혀 내는 전개는 흥미롭지만 그 또한 빠른 전개가 아쉽기만하고 결국 아버지의 복수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에 머문다는 한계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예고편을 보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알고 있음에도 돌연 벌어지는 몇 장면에선 경기를 느낄 정도로 놀라움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런 점을 잘 살리고 좀 더 액션이나 볼거리를 살렸다면 보다 재미있는 관람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이젠 크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배우보다 감독으로, 액션배우보다 다른 장르에 어울리는 배우로 조금씩 그에 대한 기억을 바꾸어야 할 때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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