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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서생> 시즌 2... 방자전
ldk209 2010-06-11 오후 8:51:03 1116   [1]
<음란서생> 시즌 2....★★★☆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얘기 뒤에 사실은 다른 얘기가 숨어 있다는 식의 영화가 처음은 아니지만, 한국 영화에선 그다지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방자전>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춘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상영금지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은 문화적 풍자에 대한 우리의 수준을 보는 것 같아 좀 씁쓸하기도 하다.

 

어쨌거나 만약 길거리를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김주혁과 류승범을 이몽룡과 방자로 캐스팅했다고 얘길 해준다면, 아마도 거의 대부분이 김주혁이 이몽룡, 류승범이 방자를 맡았다고 짐작할 것이다. 기존의 두 인물에 대한 이미지를 고려해보면 이러한 짐작은 너무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음란서생>이란 독특한 퓨전 사극을 선보였던 김대우 감독은 이런 선입견을 180도 뒤집어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물론 방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명절이면 TV에서 해주던 마당극 등) 기존 이미지를 뒤집었던 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일단 <방자전>은 상당히 참신한 시도로 보인다.

 

제목 그대로 <방자전>은 이몽룡이 아닌 방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잘생기고 과묵하고 남자다운 방자(김주혁)와 속 좁고 바람둥이 기질의 이몽룡(류승범), 거기에 춘향(조여정)은 정절을 지키는 여자가 아니라 사랑(방자)과 신분 상승(몽룡)이라는 두 개의 끈을 모두 놓치지 않으려는 영악한 캐릭터로 그려지며, 도발적인 향단이(류현경)의 캐릭터도 놀랍다. 전작 <음란서생>과 마찬가지로 <방자전> 역시 배꼽 잡는 음담패설이 영화 곳곳을 물들이고, 전반적인 상황을 정리하는 통속 작가가 등장한다.

 

아마도 김대우 감독은 신분을 뛰어 넘거나 조선시대라는 엄격한 유교사회의 법도를 깨트리는 사랑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 인간다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왕의 여자를 사랑한 <음란서생>도 그렇고, <방자전>도 그렇다. 그가 각본을 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것들이 인간답다고 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억누른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예 해방 이전의 미국에서 사회적인 강한 처벌과 배제에도 불구하고 백인과 흑인의 사랑이 끊임없이 발생했던 것처럼, 아무리 폐쇄적인 조선시대라도 모든 사랑이 법도 내에서만 작용했겠는가라는 의문은 아주 기본적인 의문일 것이다. 결국 조선시대도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였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방자전>의 첫째 장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원전을 비틀어 전혀 새로운 해석을 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점잖고 도리를 아는 이몽룡과 호들갑스럽고 가벼운 방자라는 캐릭터는 비단 <춘향전>만이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아는 오래된 이야기 내지는 사극에서 반복되어 고정화된 캐릭터로 굳어져 왔다. 소위 ‘쌍놈’을 인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캐릭터로 그리는 것은 대단히 치밀한 사상 주입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방자전>처럼 캐릭터를 뒤트는 것만으로도 매우 도발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다음으로 <방자전>의 장점은 캐릭터가 빚어내는 유머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역할은 주연보다는 조연을 중심으로 빛을 발하는데, 특히 마노인 역의 오달수와 변학도 역의 송새벽은 이 영화에서 가장 뚜렷한 인장을 남긴다. 그리고 전적 <음란서생>에서와 마찬가지로 현대의 네티즌 용어를 조선시대에서 사용하는 재치도 평가해줄만하다.(은꼴편) 그런데 <방자전>의 유머가 주로 조연에서 나온다고 하는 건 주연, 그 중에서도 김주혁이 기대 이하의 활약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확실히 김주혁은 영화 전체적으로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처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전중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가 확연히 갈린다는 것이다. 전중반부까지 음담패설을 중심으로 한 유머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의 뒤틀림에서 오는 쾌감이 지배하던 영화가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급격히 처지고 흐느적댄다. 영화 속 스릴러 요소라든가 인물의 감정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음에도 하나 하나 설명하고 재연하느라 영화는 늘어져만 간다. 전반적으로 <방자전>을 긍정적으로 관람했고 <음란서생>보다 발전했다는 많은 사람들의 평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론 <방자전>이 <음란서생>보다 후퇴한 것으로 느껴진다.

 

※ 난 <방자전>이 뒷부분으로 가면서 점점 늘어지기에 혹시 이 영화가 <스팅>처럼 몽룡, 방자, 춘향 - 셋이서 (또는 향단까지 넷이서) 모의한 유쾌한 사기극으로 끝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차라리 그게 더 나았을 거 같다.

 

※ 소문대로 정사 장면은 상당히 과감하고 과격한 편이다.

 

 


(총 1명 참여)
probe3kr1
보고갑니다~   
2010-06-17 23:24
k87kmkyr
잘봣어요   
2010-06-13 18:26
lilybj
보고갑니다~   
2010-06-12 02:34
moviepan
시즌2라   
2010-06-11 22:5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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