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슈렉다웠던 영화
이수근이 더빙한 더빙판 영화를 시사회로 보게 됐다. 자리도 앞쪽이라서 깜박하고 디카를 못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핸드폰 카메라로도 이수근 얼굴과 슈렉이 나름 선명하게 찍혀서 좋았다. 슈렉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과거의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려 럼펠과 자유로운 하루를 얻기 위해 과거의 어느 하루를 바꾸는 계약을 맺게 된다. 그리고 해약조건은 종이를 꼬깃꼬깃 예쁘게 잘 접으면 진실한 사랑의 키스라는 조건이 뜬다. 럼펠은 슈렉이 태어나던 날을 뺏었고, 슈렉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게 된다. 피오나의 진실한 키스를 얻기 위해 사랑도 속삭이고 선물도 하지만 전혀 먹히질 않는다. 피오나는 그 사이 홀로 성을 도망쳐나와 터프한 혁명전사의 우두머리가 됐기 때문이다. 피리부는 사나이의 공격으로 슈렉일행은 잡혀들어가게 되고, 슈렉이 자신과 나머지 도깨비들을 바꿔줄 것을 요청한다. 그러나 피오나는 반은 인간, 반은 도깨비라서 묶이게 된다. 이때 미러볼 속에 마치 트로이목마처럼 슈렉 일당과 동키, 냐옹이가 들어오고 전투 끝에 승리한다. 24시간을 알리는 모래시계가 똑~ 모래를 다 떨어뜨렸을 때쯤 피오나와의 진실한 키스로 슈렉은 잠시 뿅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볼 때는 깔깔대고 웃었는데 막상 리뷰를 쓰려고 보니 재미있었던 대사들이 기억나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슈렉만이 과거의 모든 기억을 간직한 채 동키에게 아는 체 하거나, 냐옹이의 과거 날씬했던 모습을 기억하고 돼지라고 놀리는 장면이나, 피오나의 비밀을 알고 사랑고백을 하지만 냐옹이가 가르쳐 준 것으로 오해받거나 하는 장면은 충분히 재미있었다. 3D영화로서의 평가는 50:50이다. 처음에 제작사 동그란 로고나 달 위에서 낚시할 때 낚시줄은 정말 나를 낚아챌 것 같은 느낌에 헉~ 오~ 하고 소리지르는 관객이 많았는데 막상 영화 자체는 3D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는 않았다. 원근감 등이 있기는 했지만 처음의 로고나 낚시줄만큼의 강렬함은 아니었다.
슈렉이 2000년대 초반에 나왔던 것 같은데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내 기억에는 기존 디즈니 만화영화의 상식을 넘어서는 반전이 있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아기돼지 삼형제, 피노키오 등이 등장하는데 디즈나와 약간 다른 캐릭터였고. 피오나 공주도 슈렉과의 키스를 통해 슈렉과 함께 멋진 인간모습의 공주님, 왕자님으로 변할 줄 알았는데 그대로 슈렉의 모습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슈렉 포에버 더빙에서는 도깨비로 번역하던데 도깨비 하면 뿔 달리고 얼굴이 붉거나 검은 한국스타일의 도깨비가 생각나서 개인적으로는 원어 발음 드대로 오거가 마음에 든다.) 피오나 공주의 모습도 연약하고, 남자의 도움만 기다리는 모습이 아니라 매트릭스 장면을 도용하여 다리찢어 발차기 포스도 보여주고. 개구리, 뱀 등으로 풍선을 만들며 즐거워하는 모습, 노래를 부르면 새가 빵~ 터지는 모습도 기존 디즈니와의 다른 매력이기 때문이다. 슈렉 포에버에서도 결론은 "행복하게 / 잘 / 살았 /더래요"라는 것은 명확하지만 여러 대사나 장면에서 상식을 깨는 부분들이 등장했다.
한편 슈렉의 가정으로서의 모습에서 우리네 부모님들의 고단한 삶도 생각하게 됐다. 아이들이 그걸 느껴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웃다가 나오면 다행이고. 물론 머나먼 왕국 주인으로 살아가는 슈렉이기에 물질적 부족함은 없었겠지만 매일 반복되는 세 아이 돌보기, 기저귀 갈아주기, 맘마 먹이고 트림시키기. 그리고 슈렉 집 앞을 지나가는 관광버스. 자기 집이지만 마음대로 진흙목욕도 못하고 화장실도 못 가고. 화장실은 자주 막히고. 나중에 자유로운 영혼이 된 슈렉 + 마지막에 행복을 되찾은 슈렉이 진흙목욕하며 누워서 팔을 바둥거리는 건 너무 귀여웠다. 특히 슈렉의 세 아이가 바둥거리는 건 두번째로 귀여움. 슈렉 포에버의 최고 귀여움은 장화신은 냐옹이가 애절한 눈빛으로 눈망울을 크게 뜨고 이리저리 굴리며 촉촉한 눈동자를 만드는 장면이다. 정말 사랑스웠다구. 자신이 하루 자유로워지기 위해 계약을 했지만 원래 살던 곳에 가니 집이 없어지고 가족과 친구들이 위험에 처한 것을 알고 후회하는 가정적인 모습의 슈렉. 슈렉, UP 등 대부분의 미국 애니메이션이 가족의 소중함,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인간상을 그린다는 점에서 참 마음에 든다. 분위기도 밝고 유쾌하고. 슈렉 포에버라고 하니 베트맨처럼 슈렉 비기닝 등으로 5편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질투에 눈이 먼 럼펠에게 다시 동화책을 뜯기지 말고 동화책 안에서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더래요."로 살아가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