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은 우리가 저 밑바닥에 깔아두고 꽁꽁묶어 감춘 그곳으로부터 우리의 본모습을 긁어내보일 줄 아는 이다. 누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을 가리켜 감히 아름답다고 치장하는가. 영화가 끝나면 우리는 현실로 돌아온다. 지금 내 옆에 홍종두과의 인간이 있다면? 전과 3범(그것도 강간에서 과실치사에 이르기까지 화려하다)에 시종일관 다리를 떨고 어딘가에 쫓기는 듯이 너무나 정서가 불안해보이는 건달이 있다면, 우리는 그에게 이 영화를 보고 나온 직후의 그 감정처럼 선뜻 당신을 이해한다며 따뜻한 포옹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이 감독은 우리에게 현실을, 우리가 보고 겪는 이 현실보다 더 리얼하게, 더 치열하게 묘사하고는 그것을 포장하거나 다듬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바로 눈밑에 들이밀었다. 이제껏 스스로의 자로 세상을 판단하고 그 나름의 결계안에서만 가능한 상황들만을 수용하고자 했던 관객으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 능력이야말로 나는 이창동 감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사실상 배우라기보다는 현실보다 더 치열하고 지독한 리얼리티를 표현해내는 데 충실히 제 몫을 다한, 또는 그 이상을 보여준 이 영화의 공모자이다. 얼마전 오아시스의 설경구를 두고, 모 기자는 '그는 인간의 탈을 쓴 배우'라 지칭한 바있다. 보이는 것만을 현실로 판단해왔던 평범한 관객의 입장으로서는 그가 평범한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솔직한 이 현실의 단면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