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모든 투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건 아닐 것이다. <시>의 투신이 노무현을 떠올리게 하는 건 노무현이 조그마한 도덕적 흠집에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 노무현을 둘러싼 대부분의 의혹들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검찰의 먼지털이식, 창피주기식 수사는 노무현 본인을 포함한 가족들과 관련 정치인들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노무현이 단골인 식당 주인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는 지경이었다. 부끄러워할 줄 아는 인간, 창피를 아는 인간은 자존심과 존엄이 있는 인간이다. 개인적으로 노무현의 정치적 지지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노무현은 상당히 매력 있는 정치인이었고, 내가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정치인보다 어떤 면에선 마음이 더 갔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창동은 분명하게 미자를 가해자로 분류해 놓았다. 아무 것도 몰랐다고 변명할 수도 있고, 그저 어린 손자의 한 때 실수라고 해명할 수도 있지만, 미자는 그 모든 걸 자신의 죄로 인식했다. 한 인터뷰에서 이창동 감독은 청소년 범죄의 경우 부모 또한 가해자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어쨌든 미자는 최소한 지은 죄에 대한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이었고, 어떤 영화 평론가의 말대로, 미자의 도덕은 엄마의 도덕(영화 <마더>)을 뛰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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