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가 영화화 된다는 말 곧 개봉한다는 말에 일전에 웹툰을 찾아봤습니다. 오호, 듣던대로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운이 좋게도 [이끼] 일반인 첫 시사회에 당첨되어 6일 보고 왔네요. 내용은 대부분 웹툰을 보셔서
아시리라 생각하니 쓰지 않겠습니다.
일단은 자잘하게 재미있습니다. 물론 웹툰에서도 캐릭터마다 그런 면이 조금씩 있습니다. 다들 약간
모자란 듯하면서 능글맞으면서도 잔인하고 무서운 인간들이죠. 덕천(유해진 분)같은 경우는 바보
캐릭터라 그런가 정말 깨알같은 웃음 포인트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니까 원작에 비해 천용덕 이장이
굉장히 희화화되었습니다. 능글맞으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듯한 무서운 그 두 눈, 희번득거리는
그 눈이 많이 보이지 않아 조금 아쉬웠네요. 정재영씨 눈이 크기는 한데 약간 꿈벅꿈벅한 느낌이라^^;;
박해일씨는 류해국 역할에 정말 잘어울렸어요. 물론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특히나 돋보였
습니다. 특히 공포를 느끼는 부분을 표현하는게 일품이었네요.
원작에 비해 이영지(유선 분)의 비중이 굉장히 큽니다. 원작에서도 물론 그녀는 중요한 존재이고
결말의 열쇠를 쥐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그 이상의 존재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작 웹툰과 진행되는
시간의 배열이 다르다보니 그녀가 원작에 비해 모든 일에 자주 개입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비중이 더 늘어난 듯합니다. 유선은 외모적으로나 연기로나 모두 캐릭터와 잘 어울렸습니다.
영화를 보면 원작을 보고 오는 관객들을 타겟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영화의
특성상 원작의 팬들을 업어가려는 성향이 강하겠죠. 잘된 웹툰으로 만들었기에 자잘한 부분에 대해서는
시간상 생략한 것이 많습니다. 웹툰을 다 보고 왔다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죠.
하지만 동행한 친구의 경우는 원작을 보지 않아서 몇몇 부분에 대해 의문을 가지더라구요. 왜 그렇게
됐는지 이해하자면 이해하겠지만 깊게 생각하면 또 이해가 안간다며. 그래서 기왕이면 웹툰을 보신 후
관람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설정도 몇가지 수정된 부분이 있습니다. 삼덕기도원에 대한 연출은
솔직히 이해가 안가더군요. 매우 모호하게 처리해두었는데 어느쪽이든 확실하게 표현하는 쪽이 나았다
고 봅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웹툰을 보면서 소름돋았던 무릎을 딱 쳤던 소소한 반전들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표현했다는 겁니다. 물론 웹툰과 2시간 30분이 넘어가는 영화의 호흡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긴장감의 크기를 똑같이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영화는 약간 전개가
쳐지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특히나 류해국이 처음 굴을 발견하고 나중에 그 굴을 만든 사람과 쓰임에
대해 본인이 착각을 했음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 없고 굴을 발견하고
다음날 바로 전석만의 집으로 찾아가죠. 작은 부분이라 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전
그런 게 [이끼]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아깝더라구요.
마을 구조는 정말 원작과 거의 같아서 실제로 만화에서의 마을 전경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네요^^
결말 부분도 천용덕 캐릭터의 미묘한 변화와 이영지 비중의 확대 때문에 약간 수정되었습니다.
뭐 영화의 결말도 크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영화 후반부가 갑자기 길고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다른 영화에 비해 러닝타임도 약간 긴 편이라 보다가 엉치뼈가 아프더라구요.
아...유준상의 박민욱 검사 연기는...나쁘지는 않았는데 그 유준상 특유의 발성때문에 너무 사람이
가벼워 보이게 느껴졌네요. 류해국, 박민욱 검사의 말씨름과 신경전, 미묘한 유대감은 영화에서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원작만큼 탁월한 영화라고는 보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영화였구요.
무엇보다 연기 잘하는 배우 자기 색깔 있는 배우들을 기용한 것이 이점이었던 같네요.
후반부는 약간 쳐지지만 원작과 일부분 다른 결말이 신선하기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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