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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기대가 많았던 영화다. 웹툰을 미처 보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웹툰은 웹툰이고 영화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만화가 표현하기 힘든 부분의 섬세함, 감독 나름의 해석과 의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강우석 감독의 이 신작은 러닝타임이 무려 2시간 43분이다.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한 메인 포스터의 어두운 모습들이 장시간 펼쳐질 강우석 스릴러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강우석 감독은 이끼에 대해 상당히 의욕을 쏟은 것 같다. 그가 2시간 43분짜리 스릴러 영화를 만들거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놓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개인적으로 실망에 가깝다. 강우석 감독은 이전과 별다른 연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감독의 장점이라 생각되는 스피디하고 직선적인 스토리 진행은 사라지고 과장된 연출과 애매모호한 복선이 난무한다. 시놉시스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토굴은 주인공이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통로이자, 비밀에 가까와지는 통로이며, 폐쇄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는 복선이었지만 후반에 들어서는 흐지부지되어 버린다. 초반에 주인공 아버지에 대해 내비치는 마을 주민의 깊은 원망에 대한 설명도 흐지부지..애매모호하다. 영화 내내 어두운 비밀에 대한 기대감과 복선을 지루하게 끌어가던 영화는 느닷없이 끝나버린다.. 편집과 조명은 뛰어난 부분이 딱히 없었지만 음악과 효과는 박진감 있었다. 연기에 관하여는 박해일을 제외하고 다른 배우들은 딱히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지 못한다. 정재영을 포함한 다른 배우들은 자신들의 연기 스타일을 전혀 바꾸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연출자에 어느정도 책임이 있다. 특히 유선은 영화에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미스캐스팅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 영화가 오락적으로 완전히 실패한 영화라고 보기는 힘들다. 또한.. 대중의 취향과 거의 완벽히 일치하는 여자친구는 영화를 매우 재미있게 보았으며 결말에도 만족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이 강우석 스타일의 스릴러를 즐길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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