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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바탕으로 후에 만들어진 작품은 원체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그럼에도, 강우석 감독은 연재마감 딱 1년만에 이 영화 <이끼>를 발빠르게 영화화하였다.
영화 <이끼>, 2시간 40분으로 좀 긴 감이 있지만 충분히 볼만하고 재미있던 작품이었다.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로써 내용에 빠져들게하는 캐릭터성과 내용이 강점이었다.
물론, 좋은 원작 덕분이다.
영화 <이끼>는 배우의 캐스팅과 연기력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원작에서는 키 작고 참으로 못 생긴 기분나쁜 얼굴의 이장이었지만,
영화에서는 '정재영'씨가 역할을 맡으면서 좀 더 보기 편해졌으며,
원작 이장의 싸이코패스적인 면은 많이 감소된 편이었다.
그 밖의 이장의 수족들이나 주인공 류해국의 캐스팅 등 크게 나쁘지않은 구현화였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면서 참으로 재미는 있는데, 2시간 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때문에 엉덩이가 많이 아팠다;
원작을 보기 전인지라, 이야기나 캐릭터를 좀 더 잘라내도 지장이 없었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그것마저도 많이 가지치기를 해낸 것이더라.
이장의 수족 3명의 개인사연들... 주인공 류해국의 개인적 이야기 등... 많이 쳐낸게 그 정도.
사연없는 인간 없다는 이야기를 좀 더 풍족하게 펼쳐내기위해 만화에서는 그 부분에 좀 더 애를 썼다.
영화의 대사들, 거의 원작하고 똑같다.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의 싱크로율은 거의 100%.
만화에서는 대사가 많지 않은 대신, 인물들의 클로즈업 표정만으로 섬뜩함을 표현해내는 장면이 많다.
대사가 많았던 영화와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영화만의 사족(蛇足)엔딩.
분명히 이 부분은 원작을 안 본 본인도, '아, 이 부분은 원작차별화를 두기위해 만든 엔딩이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족같은 느낌이 들었다.
딱 '이장의 엔딩'으로만 끝나야하는 것이 하나의 완결적인 구성느낌이 났는데,
'영지의 엔딩'이 추가되면서 차별은 두었지만, 뭔가 '유주얼 서스펙트'적인 반전삘 느낌을 풍기게했다.
크게 나쁘진 않지만, 사족느낌 확실히 났다. 이 엔딩이 추가되면서, 앞부분을 다시 돌아보게하는
어디부터 영지의 개입이 시작되었나하는 되새김질을 나름 하게하면서,
부분부분의 사건주도를 좀 더 흐리게하기도..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부분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장단점이 있는 영화만의 엔딩부분.
많이 압축하다보니, 원작만큼의 '확실함'이 불분명한 영화 <이끼>였다.
영지의 개입까지 추가되다보니, 영화에서는 사건들의 개입과 주도적인 부분이 많이 흐려지게 되었다.
류목형은 결국 누가 죽인거야? 그냥 죽은거야?(원작에선 자연사로 처리)부터
그럼 기도원생들은 누가 죽였다는거지? 등등이 영화 한번 보고선 더 흐리멍덩해지기 시작했다.
'사건해결'이 중요한게 아니라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인지
영화에서는 '인간의 추악한 끝도 없는 욕망'에 대해서 더 부각되게 느껴졌다.
류목형과 이장 천용덕은 확실한 대립이지만, 묘하게도 똑같은 인간인만큼 맞닿아있는 부분도 많다.
류목형이 선(善)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오산. 일순간에 흐려지는 살인욕구에 그 또한 다를게 없다.
오죽했으면 두 부자(父子)에게 "당신이 우리와 다를게 뭐유?"라는 말까지 했을까.
자신이 믿는 정의를 위해 검사까지 끌어내린 '류해국'이나 '구원' 운운한 '류목형'도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이끼'처럼 조용히 살려는 마을 사람들을 뒤집어놓고 죽음까지 이르게한 그들 역시,
그 마을에서 조용히 살았어야할 이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선과 악의 경계는 매우 흐리멍덩하다'.
'누가 누구를 삿대질하고 구원해 준다는 말을 할 필요도 없다.'
비밀이 있던 마을 사람들이 절대악(惡)이라고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류목형이 절대선(善)이라고만 생각했다면 그것도 역시. 그 경계는 매우 모호하다.
선을 넘는 건 순식간의 일이다.
그래도, 이장만은 모든 사람의 약점을 잡으며 목줄을 잡고 이용한 '악(惡)'같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분장을 해가며 눈빛열연한 정재영이나 유해진의 숨 넘어가는 실성연기,
또 한번의 탐정캐릭을 연기해낸 박해일 등등 배우들의 연기와
나름 영화화를 위해 깔끔하게 포인트에 집중하고 '미스터리 스릴러' 부분에만 맞춰
입맛다시게하는 대중영화로 재탄생해낸 강우석의 <이끼>.
영화와 만화는 확실히 다르면서도 닮아있다. 영화는 한번 더 보고싶다.
엉덩이의 아픔을 무릅쓰고 원작을 보고나니 한번 더 끌린다.
여러분도 비교하는 재미를 찾아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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