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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발상이 도덕성에 던진 도전장 스플라이스
sh0528p 2010-07-11 오전 11:58:11 932   [0]

지워지지 않는 강한 인상을 남긴 <큐브>의 빈센조 나탈리 감독 작품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봐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적어도 내게는 아무리 혹평과 평점이 낮아도...
그리고 난 만족한다. 도덕적 잣대와는 별개로 재미도 있었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배우와 감독 그리고 기획"


초반 인상적이고 강렬한 인트로로 유명한 <큐브>는 한정된 공간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욕망과 사투라는 스토리를 얼마 안되는 예산으로 완성시킨 대표적인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큰 수익을 거두었고 수많은 속편과 아류작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엇갈려  후속 작품의 국내 개봉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비평가들의 눈에서 보면 그의 영화는 독창적인 발상은 놀랍지만 높은 작품성을 갖는 영화라고 보긴 어려운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런 아쉬움과 우려를 이번 기획자들의 이름으로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히트한 작품의 기획자 이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유명한 기획자인 조엘 실버와 두려운 감정을 극한으로 끌고 가며 때로는 혐오스럽기까지한 기괴한 장면을 즐겨 사용하는 <판의 미로...>의 감독인 길예르모 델토로가 기획에 참여해  빈센조의 독창성에 조엘 실버에 대중성과 길예르모의 완성도 높은 작품성이 더해지는 결과를 기대하게 한다.

 

 

거기에 비해  애드리안 브로디의 출연은  조금 생뚱맞기까지하다.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가 SF 스릴러에 출연했다는 점이 조금 의외였지만 어쩌면 그도 이번 작품과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내린 결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연기력에 비해 이번 작품에서 맡은 클리브는 다소 실망스럽기까지하다. 도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이나 과학자로서 가져야할 양심이나 가치에 고뇌하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 이제 곧 개봉하는 <프레데티스>에도 출연하는 것을 보면 예술적 영화보다 이제는 자신의 연기력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닌 흥행을 위한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가라는 생각이 들어 안스럽고  안타깝다.

 

"신에 대한 도전의 경종"


생화학자인 클리브와 엘사는 뉴스테드 제약회사에서 인류에 치명적인 병에 대한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하던 중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위험을 초래한다는 익숙한 소재를 사용한다. <아일랜드>처럼 복제 인간의 도덕적 판단을 피하기 위함인지  이 연구를 완전한 인간이 아니라는 변명으로 스스로 정당화한다. 결국 새로운 생명 혼혈체에 인간의 DNA를 재결합(스플라이스)하여 새로운 피조물을 탄생시킨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이미 무서운 결말을 암시하며 근저에 생명 탄생이라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감당할 수 없는 파국이라는 미래를 암시한다. 비록 이번 괴생명체가 인간의 DNA를 포함하여 인간처럼 비슷한 외모를 지녔지만 물속에서 호흡할 수 있는 양서류의 특징과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갖고 있는 조류의 특징을 갖고 있는 것에 더해 육식을 좋아하는 복합적인 생명체이지만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습성은 인간의 특징을 갖고 있으며 두 과학자에게는 자신들을 통해 세상에 태어난 피조물처럼 사랑하는 생명체로 그려지는 양면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새로운 창조를 향한 과학자의 욕망이 어디까지가 도덕적으로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을 쉽게하기위해 <스플라이스>에서는 이윤을 목적으로 한 제약회사를 배후에 두고 있고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과학자로서의 양심을 배치시킨다. 실제로 그들은 '드렌'이라는 피조물을 숨기고 보살피면서도 그의 위험성에 수차례 제거하려는 시도로 자신들의 도덕성을 회복하려 갈등한다.

 

"도덕성과 스토리의 한계"


그런 와중에 <스플라이스>는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한다. 자신들이 마치 재왕절개를 해서 세상에 태어나게 한 생명체인 '드렌'을 정성껏 키우지만 클리브(에드리안 브로디)는 그녀와 섹스를 하고 만다. 이 장면은 마치 근친상간을 보는듯해 불편함을 참을 수 없다. 드렌과 춤을 추다 실험에 사용한 인간의 DNA가 엘사의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뒤 (사실 이점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드렌의 모습에서 엘사를 느끼며 사랑했다는 억측도 무리수가 따른다.

 

 

진저와 프레드의 진행과정이 보여주는 단서는 미래를 예상하게 한다. 점차로 줄어드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의 수치가 줄어들고 급기야 대중에게 보여주는 장면에선 남성으로 성이 변해 서로 처참히 죽이게 된다. 이 장면은 후반부 드렌이 여성에서 남성으로 변할 것이란 점을 암시하지만 왜 진저와 프레드 두 마리 중 여성만 남성으로 성이 변했는지 설명이 없고, 왜 변하게 되었는지의 설명도 부족하다.  아무리 인간의 DNA가 접합되어 인간의 모습이 남아있다 해도 생식기마저 유사한 기능을 한다는 점은 상식을 넘어 억지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성이 변한 드렌이 자신의 엄마와 같은 엘사를 강간하는 장면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본다. 클리브와의 자식을 거부한 엘사가 신의 영역에 들어가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진 비극적 결말을 위해 자신의 몸안에 새로운 '고농축 단백질'이라는 실험체를 잉태하는 형벌을 받게 하기 위함이리라. 하지만 이 장면 또한 도덕적 잣대에서 자유롭지 못하긴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하나 더... 탄생부터 그렇게 급격하게 성장하던 세포의 증식이 왜 갑자기 더디게 진행되는 것일까 의아하다. 그때문에 어처피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두 과학자도 죽이지 않고 살려둔것인데 성인이 된 듯한 모습에서 왜 노쇠한 드렌으로 넘어가지 않은 것일까...

 

"창의성 vs 도덕성"


분명 <스플라이스>는 <큐브>만큼은 아니지만 독창적인 발상이 돋보였고 신의 영역에 도전한 인간의 이기적 행동의 무서운 결과를 보여주는 점에서는 주제의식도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주제를 말하기위한 전개는 모순과 비도덕으로 얼룩져 오점을 남긴다.

 

빈센조를 좋아해서인지는 모르지만 주위의 평가처럼 그렇게 처참한 영화는 아니라고 본다. 여전히 녹슬지 않은 빈센조의 창의적 발상은 매혹적이고 다소 완화된 기괴한 영상은 대중적인 면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을 알면서도 과감히 도전한 빈센조의 의도 또한  관객들과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것은 이 작품에서 비극적 결말이 있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과학자로서 끝까지 가보고 싶은 욕망처럼 도덕적 테두리를 벗어난 행위의 비극적 결말을 보여주려는 목적을 위해 희생을 감내한 감독으로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었을까...

 


(총 0명 참여)
k87kmkyr
황당해요   
2010-08-15 17:54
seon2000
잘봤어요   
2010-07-11 20:03
kooshu
드렌역 배우 사진 보니까 얼굴은 cg처리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ㅋㅋ   
2010-07-11 14:47
1


스플라이스(2009, Splice)
제작사 : Gaumont, Dark Castle Entertainment / 배급사 : (주)화천공사
수입사 : (주)미로비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spli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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