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그리고 스쿠버다이빙
개인적으로 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다가올 사건을 암시해주는 오싹한 류의 꿈은 아니고 그저 개꿈들이다.
하지만 가끔씩 꿈속에서 나는 나를 인지할때가 있다.
가령 너무 무서운 꿈을 꾸면 '이건 꿈이야, 맞아, 꿈일꺼야. 아니면 이건 너무 슬프고 잔인하잖아.' 그러면
정말 꿈속의 내가 꿈속임을 인지한다.
그리고 고민한다. '아, 꿈이니 이제 맘이 편해졌어, 어때 더 가봐, 아님 깨?'
그래서 어떨때는 더욱 꿈꾸거나 or 깬다.
마치 스쿠버다이빙을 하다가 바다 깊숙이에서 수압때문에 고통스러워 수면을 향해 열심히 상승했는데
수면 부근에서 따사로운 햇살이 물속으로 들어오는 걸 보면서 난
수면에 가까움을 느끼고 안심을 한다.
그리고 고민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들어가봐? 아님 물밖으로 나가?
꿈에 대한 이러한 깊이감에 대한 인식은 바다에서 다이빙할때의 느낌이다.
심해로 접근할수록 바다는 더욱 무한해지고 놀라워지면서 무서워진다.
꿈속의 내가 꿈속 현실에 집중할수록 꿈속세계의 리얼리티는 상승하고 나의 체감은 전율을 더하듯이.
또 한번은 어렸을 때 꾼 꿈이었는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놀이터에서 실컷 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그만 길바닥에 넘어져 버렸다.
무릎이 까여 피가 났다. 아프고 서러워서 펑펑 울면서 ‘엄마를 불렀다’.
그러던 순간 하늘에 엄마 얼굴이 투영되면서 ‘일어나, 우리 아가’ 그러는 것이다.
나는 웃었고 기분좋게 잠에서 깼다.
그런데 실제 엄마가 누워있는 나를 내려다보면서 깨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궁금했다. 울면서 엄마를 찾던 꿈속의 내 영혼의 부르짖음을 듣고
엄마가 현실세계에서 무의식적으로 반응한 것일까?
아님, 꿈속의 내 영혼의 무의식이 엄마가 깨우는 소리를 듣고 놀라
그결과 길바닥에 넘어져 엄마를 찾았던 것일까?
꿈의 깊이(심해와 수면으로 비유되는...)라는 측면과
꿈에서 깨어날 때 실제 상황에서의 물리적 상황에 꿈에 미치는 영향 등등.....
내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꿈에 대한 해답을
친절한 비쥬얼과 명쾌한 대사로 제시해주는 듯 해서 너무너무 기뻤다.
물론 정답이야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이건 분명 기막힌 시나리오다.
이거 큰일이닷. 이런 뻑가는 영화를 보고 나서 이제 앞으로 어떤 영화에 만족할 수 있을까?
꿈꾸는 이야기꾼들의 다음 진보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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