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까지 봤던 블록버스터 영화 중 가장 위대한 블록버스터였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다크 나이트에 대한 극찬을 시작할 때 이런 말을 했었다. “복선과 예상치 못한 반전이 많이 존재하는 2~3편의 스릴러를 2시간 반 안에 숨 막힐 정도로 빈틈 없이 끼워넣고 항상 관객보다 한 발자국, 아니 2~3 발자국은 훨씬 더 앞으로 나아가면서 그야말로 시종일관 가차없이 밀어붙이고 결국 힘이 다 빠지게 만들어버린다. 거기에다가 훌륭한 액션 장면과 캐릭터들의 존재감과 심리학적인 긴장감, 철학적이고 깊이가 느껴지는 대사들, (그 예전 걸작 웨스턴 영화로부터 이어지는) 선과 악의 모호함을 베이스로 하는 철학적인 주제 의식이 있고 심지어는 여기에다가 간간히 유머러스한 장면까지 끼워넣는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100% 이해했다고 절대 말 할 수 없는) 인셉션에 대한 극찬도 이와 비슷한 이런 말로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 메트릭스나 다크 시티의 비주얼과 세계관을 지닌 SF, 오션스 시리즈로 대표되는 기가 막히는 케이퍼 영화(강탈 영화) + 사기극, 스릴 넘치는 첩보 스릴러 / 스파이 영화를 2시간 20분 안에다가 끼워넣고 관객보다 몇 발자국을 앞서가서 심지어 이해 불능의 수준에 근접하는 곳까지 도달하여 결국 두뇌를 완전히 소진시키게 만들어버린다. 거기에다가 많은 양은 아니더라도 기가 막히게 구성되고 편집된 액션 장면과 3D 영화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정교한 CG와 스케일, 여기에다가 프로이드 심리학이나 장자의 사상 등 여러 가지 철학 사상을 마구 집어넣고 머리를 싸매게 하는 철학적 주제 의식이 내포되어 있으며, 이 속에서도 간간히 유머러스한 장면들을 끼워넣는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영화는 숨이 멎을 정도로 재미있다. 도대체 이게 가능한 것인가..?”
이해 불능의 수준에 근접한다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여름산 블록버스터치고는 두통이 유발될 정도로 복잡하다고 느끼기는 쉽지만) 영화 자체는 그렇게까지 복잡하지 않다. 초반에 제시되는 몇 가지 설정이나 용어만 잘 이해하고 따라간다면, 그리고 한 장면이라도 놓치지 않고 집중해서, 보는 내내 두뇌 활동을 왕성하게 하면서 본다면 (팝콘 먹고 음료수 먹으면서 한 두 장면 놓치는 것,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스트레스 풀래요 이런 정신 상태로 영화를 보는 짓은 이 영화에 정말 몹쓸 짓을 저지르는 것이자 이 영화에 대한 모독이다.) 충분히 따라갈 수 있고, 심지어는 이 영화의 중심 이야기가 단순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파프리카>, <매트릭스>, <다크 시티>와 같은 수작 영화의 설정을 제법 빌려온 듯하다. 이 영화의 발상은 경이로울 정도로 창의적이고 새롭다기 보다는 감독이 자신의 세계관을 투영시켜서 숨막히는 인간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 다른 장르 영화에서 몇 가지 설정을 빌려와서 응축시켜 놓은 결과물에 더 가까운 것 같다(물론 새롭긴 하지만 완벽한 오리지널리티를 자랑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이렇게 영화가 단선적인 이야기인 것 같고, 설정도 완벽히 새로운 것이 아닌 것 같아도, 놀란이 만들어 놓은 영화는 인간의 머리 속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기가 힘든, 기적과도 같은 걸작이다.
코브는 엄청난 실력을 가진 추출자이다. 그는 팀원들과 함께 팀을 꾸려 사람의 꿈 속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무의식을 통해 그들의 비밀스러운 생각들을 훔쳐내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다. 코브가 그런 일을 하는 이유는 집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자식들을 보기 위함이다. 그에게 어느 날 거대 기업의 회장인 사이토가 와서 경쟁 기업의 상속자인 로버트 피셔에게 인셉션을 해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말 하나에 그 제안을 승낙한 코브는 아서, 설계자 아리아드네, 포인트 맨 임스, 약쟁이 유세프, 그리고 사이토와 함께 팀을 꾸려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작전을 실행하지만, 그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과 위협에 계속해서 빠지게 된다.
위에서 영화가 단선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완벽하게 새로운 설정은 아니라고 했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정말 복잡하고 필요 이상으로 꼬여 있는 영화이다.(<다크 나이트>를 보라. 조커와 배트맨의 대결이라는 단선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얼마가 깊고 광활하게 파고 들어갔던가.) 너무나도 많은 층을 쌓아놓아서 한 층을 통과하면 또 다른 층이 나오고, 그런 식으로 계속 자기 힘으로 낑낑대면서 층을 넘어가야 하는 영화다. (친구의 말을 빌려서) 간단하게 표현한다면, 이 영화는 몽중몽중몽중몽 구조다.(구운몽은 몽중몽 구조였지.... 이 영화는 해석에 따라 저 뒤에 중몽이 더 붙을 수도 있다.) 꿈 속에서 또 다른 꿈 속으로 들어가고, 그 꿈 속에서 또 다른 꿈으로 들어간다. 그 꿈은 각자 시간 개념이 다 다르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는 4개의 꿈이 동시에 진행된다. 게다가 이 영화의 이야기가 다루는 영역도 정말 광활하다. 아예 못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의 영화는 아니지만 정말 따라가기에 벅찬 구조의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이렇게 복잡한 구조에 따라가기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영화가 차갑고 냉정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은 틀렸다. 이 영화는 감정을 이입시킬 수 있는 이야기가 2개 있다. 첫 번쨰는 피셔에 대한 것이다. (이 점은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히는 <시민 케인>과 맞대고 있다.) 피셔는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그가 쌓아올린 거대 기업을 상속받는 위치에 있다. 그는 이제 세상의 모든 것을 얻을 기세다. 그러나 그 심리는 가까운 사람들도 모를 정도로 숨겨져 있다.(케인에게 로즈버드와 같은 존재가 피셔에게는 바람개비인 셈이다) 그는 이루어진 모든 것을 얻었지만, 그의 내면은 항상 공허하다. 그런 그가 그의 무의식으로 들어가서 벌어지는 정말 슬프게 봤던 장면이다.(그는 평생 동안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걸까? 그가 얼마나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했고 얼마나 사랑받고 이해받고 싶어 했을까?를 생각하니까 그저 안타까움에 눈물이 주르륵 날 뻔 했다는...) 그는 결국 인셉션을 통해 그의 무의식과 마주하게 됨으로서 그는 아버지의 영향력으로 벗어날 수 있게 된다.(그러니까 일종의 치료인 셈...)
(이 단락은 스포일러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안 보신 분들은 제발 스킵하시길..) 두 번째는 코브와 맬의 이야기이다.(맬의 캐릭터가 너무나도 짜증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이야기도 약간은 이해가 된다. 처음에 나도 약간은 그랬다. 그런데 나한테는 무엇이라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이 이야기가 너무나도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코브와 맬은 무의식의 해변가에서 몇 년에 걸쳐서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곳에서 늙을 때까지 함께 있기로, 영원한 사랑을 하기로 다짐한다. 그러나 영원이라는 것이, 현실에서 불가능한 이야기가, 꿈의 밑바닥에서라고 해서 과연 가능하겠는가? 코브는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어떻게든 맬과 함께 그 세계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그러기 위해서 코브가 한 행동은 정말 의도치 못한 결과를 불러온다. 맬이 자살한 것은 자신의 꿈에서 해어나오지 못하고 현실에서조차 여기가 꿈이고 또 다른 현실이 있다는 사실을 믿도록 그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인해 그는 맬에 대해 죄책감을 잊지 못하며 상실감으로 고통받는다. 그는 기억의 감옥 속에 그녀를 가두어두고 그녀를 잊지 못한다, 마지막에 결국 그 죄책감을 이겨내고 그녀를 떠나보낸다.(어떻게 보면 코브는 인셉션으로 인해서 나락과 같은 상황에 빠지고 인셉션을 통해서 결국 자기 구원의 상태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나오는 것이 아리아드네이다.(어떻게 보면 이 영화의 중심에는 그녀가 빠지지 않는다. 어쩌면 아리아드네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지도...) 영화를 처음 볼 때 관객들은 아리아드네의 입장에서 시작하게 된다. 코브가 그녀에게 이 모든 걸 설명해주면서 우리도 그녀를 따라 이 모든 설정을 이해하게 된다(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듯이..).이 모든 작전이 다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그녀가 꿈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코브의 내면 상처를 알게 되는 유일한 인물이며, 코브가 이 모든 내면의 상처를 이겨내는데 결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도 그녀다. 그녀는 이 영화의 진행의 축이 되며, 관객들에게는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축(일종의 기준)이 된다.(이 얼마나 사려깊은 장치인가.)
복잡하고 감성적인 면을 제외해도 이 영화는 여름산 블록버스터로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다.(오락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다크 나이트보다 월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이전의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리고 설사 비슷한 장면을 봤더라고 해도 정말 정교하게 만들어진 장면들이 줄기차게 이어진다. 놀랐던 것은 도시가 접히는 장면이라던지 도심을 기차로 질주하는 장면이 차분하고 담담한 장면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다른 감독이였다면 엄청나게 과장해서 만들었을텐데 놀란은 절제한다. 영화 전체를 보고 나서 골똘이 생각해보면 액션의 비중이나 스펙타클의 양이나 강도가 그렇게까지 세지는 않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렇게 절제되어있지만 영화 자체의 오락성은 다른 블록버스터와 비교를 거부할 정도로 정말 뛰어나다. 처음 볼 때는 그야말로 의자에 앉아있거나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이다(특히 엄청나게 긴 분량을 자랑하는 후반부의 교차편집. 그리고 마지막에 꿈에서 빠져나가는 킥의 그 절묘한 타이밍이란....). 흥분 지수나 아드레날린 분출량이 왠만한 블록버스터를 그냥 사뿐히 즈려밟는 수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많지 않은 액션 장면을 타이밍에 맞게 절묘하게 배치시켜 놓았다는 것과 한스 짐머의 너무나도 압도적이고 완벽한 영화 음악 때문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이것도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 한스 짐머가 이 영화의 OST를 만들 때 일부러 감독이 영화를 보지 않고 만들 것을 주문했다고 하고 짐머는 실제로 이렇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배경 음악이 이렇게 영화와 절묘하게 매치될 수 있는 건지.. ㄷㄷㄷ). 감독이 최대한으로 CG를 안 쓰려고 노력헀다고 하지만(그 예로 실제로 무중력 장면을 찍었다. 그래서 그런 건지 영화 역사상 가장 사실적인 무중력 장면을 볼 수 있다.) 정교한 CG 역시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안 나온다(남발하는 3D보다는 정교한 2D가 백배 천배 만배 낫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끔 느끼게 해 주었달까. 일단 올 해 아카데미 시각, 음향효과 관련 상은 죄다 노미네이트 될 것이라고 감히 말한다.)
배우들 역시 정말 뛰어나다. 물론 다크 나이트에서의 히스 레져처럼 눈에 뜨이는 역은 없지만, 다크 나이트 때처럼 놀란 감독은 등장 인물간의 밸런스를 완벽하게 맞추고 배역에 맞는 연기를 최대한으로 끌어내는데 또 다시 성공했다. 이제 더 이상의 의심이나 수식어가 필요 없이 이미 연기파 배우의 자질을 다 갖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필두로 해서, 매력 있고 액션 장면은 정말 멋있기까지한 조셉 고든 레빗과 톰 하디, (영어 악센트가 약간은 어색하긴 했지만) 무개 있는 켄 와타나베, 자신감 넘치는 모습만 보여주는 엘렌 페이지, 상당히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준 마리온 꼬띨아르(그녀의 분노의 눈동자가 너무 무서웠다는 ㅠㅠ)까지 각자 자신이 맡은 역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놀란 감독이 만들어놓은 것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완벽하고 복잡한 미로다. 우리는 아리아드네의 입장에서 일단 이 미로에 발을 들어놓게 된다. 이렇게 일단 발을 들어서면 해맬 수 밖에 없고, 출구를 찾을 때까지는 빠져나올 수 없다. 길을 찾은 것 같으면 또 다른 길을 만들어놓고, 찾았다 싶으면 또 다른 길로 해매는 이들을 복잡하게 만든다이 복잡한 미로의 길을 찾아서 출구에 도달하는 길은 정말 숨이 막힐 지경이고 출구에 다다랐을 때 안도감을 가지게 되지만, 그와 동시에 이 미로의 창시자는 알아서 출구들을 찾아보시게나. 이러는 생각으로 정말 쓰러질 정도로 복잡한 미로를 하나 더더 툭하고 던져준다. 그리고 그 미로의 출구를 찾아 가는 길은 해매는 자의 몫으로 남겨놓는다. 그리고 그 미로의 출구는 해매는 자에 따라서 그 위치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무서워서 발을 못 담구는 사람들도 더러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냥 보라. 그리고 이 미로 속을 해매면서 미쳐버리라고.
그리고 머리 속으로 이 생각이 들 것이다. 놀란의 머리 속 비밀을 추출시켜서 내 머리 속에 인셉션 시켜버리고 싶다는 것을. 단연컨대, 이 지구상에 놀란 만큼 블록버스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고, 놀란만큼이나 영화를 완벽하게, 그리고 천재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감독도 거의 없다. 그와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관객들은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지만, 동시대의 감독들은 머리를 쥐어싸매야 할 것이다. 자신의 고집대로 만든 영화지만 과욕의 작품은 아니며, 놀란 감독은 또 다시 자신이 동시대의 감독 중에서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최고 수준의 감독이며 자신이 천재임을 증명해내었다. 그의 연출력은 어느 하나 부족함이나 결점을 찾아볼 수 없다. 어느 누가 이렇게 말하더라. 인셉션은 21세기 영화계의 하나의 종교 현상과 같은 영화가 될 것이라고. 그 말에 100% 공감하는 바이다.
p.s.
1. 제발. 이 영화를 보면서 장르를 구분지으려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말자. SF + 강탈 영화 + 스릴러 + 멜로 드라마 + 액션 + 한 개인 위주의 서사 영화. 감독은 이 모든 장르를 다루면서 이를 하나로 통합시켜놓았다. 어떻게 구분지을 수 있겠는가?
2. 이 영화를 놀란 감독의 전작인 <다크 나이트>와 비교해서 <인셉션>이 더 낫다, <다크 나이트>가 더 낫다.. 이런 식의 비교를 하는 글을 많이 봤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셉션>을 <다크 나이트>와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본다. 장르 자체도 완전히 다르고, 이야기 자체도 완전히 다르며, 주제 의식도 <인셉션>이 <다크 나이트>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 할 수는 있겠지만(인간의 비완벽성에 대한 것 정도..) 이것 만으로도 이 두 영화를 비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몹쓸 짓까진 아니겠지만...) 완성도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두 영화는 대등한 수준의 완벽성을 자랑한다. 그래도 굳이 비교하라고 강요한다면, 나는 그래도 <인셉션>이 <다크 나이트>보다 약간은 아래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다크 나이트>의 경우에는 전작인 <배트맨 비긴스>에서 완벽하게 발판을 만들어놓고 우주로 도약할 준비를 마쳐놓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자유롭게 날아올라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그야말로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었지만, <인셉션>의 경우에는 발판을 견고하게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자유롭게 날아올라서 활보하는 것까지 한 편의 영화로 해결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영화는 모두 걸작이고, 여지껏까지 내가 본 블록버스터에서 1,2위를 다툴 영화이다.(자연스럽게 <반지의 제왕 3>는 바이바이~~)
3. 다크 나이트의 스케일과 메트릭스의 미래가 만났다라는 홍보 카피는 정말 보기 거슬린다. 다크 나이트가 그렇게까지 스케일이 큰 영화가 아니었기 떄문도 있지만, SF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것만 너무 부각시키다 보니 (최근에 나온 수많은 SF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가 죄다 킬링 타임용 영화였음을 고려해보면..) 이 영화 역시 단순하게 머리 식히면서 볼 수 있는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보는 사람들이 의와로 많이 생길 것 같기 때문이다.
- 여기서부터는 약간의(어쩌먼 다수의) 스포일러가 있거나 암시되어 있습니다... -
4. 창의적이면서도 몇 가지 흥미롭고 공감이 가는 설정이 정말 많다. 우리가 꿈의 시작은 기억 못 하지만 꿈의 중간부터 기억한다는 사실, 현실에서 짧게 꾼 꿈이지만 꿈 속의 시간으로는 몇 시간, 몇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꿈 속에서도 현실의 음악이 들린다는 것(알람을 기억하라!) 등등...
5. 영화의 결말에 대한 가설은 정말 많다. 보면서 한 5~6개 정도 생긴 것 같은데... 인터넷에 정말 디테일하게 널려 있지만 나름대로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①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인셉션을 성공하고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토템이 안 쓰러진 것은 그저 세게 돌렸기 때문이다.
② 비행기 안에서 코브가 꾼 꿈이다. 이 가설에서 코브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생각을 훔쳐낼 줄도 모르는...
③ 유세프의 지하실에서 코브가 꾼 꿈이다.
④ 사이토가 자신의 이익과 목표를 위해 코브를 인셉션한 것이다.
⑤ 교수와 아리아드네가 한 패이고 아리아드네가 설계하고 교수가 코브를 인셉션 한 것이다.
⑥ 그냥 감독이 관객의 머리를 인셉션 한 것이다.(!?)
⑦ 맬이 코브를 인셉션 한 것이다.
보는 이들에 따라 다른 결말을 낼 수도 있고 답도 다 다르다. 위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미로를 해매지만 해매는 사람에 따라서 출구의 위치나 성격이 다를 것이라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렇게 애매한 결말을 만들어놓은 것은 감독이 “어디까지를 꿈이라고 말할 수 있겠으며 어디까지를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꿈과 현실의 경게를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겠는가?” 에 대해 우리에게 묻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영화의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꿈인가에 따라서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확실한 답은 없다.
6. 보고 나서 토템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도 안 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열린 결말을 통해 놀란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것 같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곳은 현실인가... 꿈인가...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나 현실인지, 무엇을 근거로 구분 지을 수 있는가....
그러다 보니 떠오른 생각 두 가지. 첫 번째. 영화 속 대사에 우리가 꿈의 시작은 기억하지 못하고 꿈의 중간부터 기억한다고 대사가 있다. 10시간 동안 자면서 꾸는 꿈이 첫번째 꿈에서는 1주일, 그 꿈 속의 꿈에서는 6달, 그리고 그 꿈 속의 꿈에서는 10년으로 늘어나는데... 무한정으로 계속 들어간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도 꿈이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토템을 돌려서 여기가 꿈인지 현실인지 확인 좀 해봐야 되겠고....(퍽!!)
두 번째. <아바타> 떄에도 지구는 싫어, 판도라로 갈래 이러면서 판도라로 가고 싶다는 엄청난 열망과 그로 인한 허무함(?)으로 자살한 사람들이 있었다. <인셉션>도 왠지... 지금 살아가는 세상이 너무 싫어. 이거 꿈 아니야? 근데 꿈에서 죽으면 현실에서 깨어난다네!? 그럼 나도 자살하면 현실에서 깨어나지 않을까. 이러면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생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퍽!!) 그러나 어디까지나 저런 생각을 하면서 자살하는 건 자신의 이 짜증나는 삶이 꿈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싶은 사람들한테만 해당되는데... 진짜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만약에 잠 들기전에 강력한 진정제를 먹었다면 현실에서 깨어나기 전까지는 꿈의 밑바닥인 림보에 빠져서 더 비참한 삶을 살아가야하니까 그냥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경고를....
7. 얼추 쓰고 나서 보니까... 도저히 내 짧은 글 실력으로는 도저히 이 영화에 대해 다룰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음...(아직 이 광활한 영화를 완전히 이해를 못 한 건지 아니며...) 나중에(아마도 몇 달 뒤에) 이 영화에 대해 다시 정식으로 리뷰 쓸 날이 올 것만 같은..... 프로이드의 이론을 잘 몰라서 리뷰에서 다루지 못한 게 제일 아쉽고...(심리학 이론을 심층적으로 공부해 본 적이 없으니까...)
8. 마지막으로 영화를 이해 못 하셨을 분들을 위해서... 이미 많이들 보셨겠지만 이 영화에 대한 완전 분석한 글의 링크를 밑에 걸어둡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 영화는 절대로 한 번 보고 아하 이러면서 끝낼 수 있는 종류의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참. 밑의 사이트에는 초강력 스포일러로 도배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는 필요 없겠지요?
http://shougeki.egloos.com/2648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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