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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감상입니다. 쓰리
grovenor 2002-09-01 오전 10:46:50 1539   [6]
(스포일러 있습니다)




<쓰리>


-한국, 한국, 홍콩-
<쓰리>는 태국, 한국, 홍콩 3국 합작 영화다. 세 나라 모두 아시아에서 전 세계 영화 평론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나라다. 태국과 한국은 상업적으로도 자국의 영화가 헐리웃 영화를 누르고 있고, 작품성도 영화제를 통해서 인정을 받고 있다. 특히 논지 니미부트르나 김지운 감독은 그 중에서도 가장 촉망받는 감독이라 할 수 있다. 홍콩은 영화 산업이 많이 쇠퇴했지만 그래도 홍콩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진가신 감독이 영화를 맡았고, 이 정도의 라인업이면 주목을 끌기 충분하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냐면, 이 라인업을 통해 각국의 영화들이 어떻게 헐리웃 영화를 이기고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지, 혹은 어떻게 전세계 영화평론가들이 주목하게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 가장 영화 산업이 성공했다는 3개국이 모였다. 어떻게 모이게 됐을까? 어떻게 성공했을까? <쓰리>를 분석함으로서 어떻게 아시아 영화들이 자국에서 헐리웃 영화를 제칠 수 있었는지, 어떻게 이런 성공이 '아시아 3개국 합작 프로젝트'라는 결과를 낳을 만큼 성공적이 되었는지 그 방법을 거꾸로 되짚어 볼 수 있는 것이다.



일단 [Wheel]부터 시작하자. 논지 니미부르트 감독의 [낭낙]은 자국에서 타이타닉을 제치고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영화다. 한 나라의 영화가 전세계를 독점하고 있는 헐리웃 영화를 자국에서 제치게 된 방법은 뭐였을까? 거대 헐리웃 영화를 이기기 위해 논지 니미부르트 감독이 선택한 대안은 어떤 것이었을까?



[Wheel]은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는 영화다. 작품성이 아니라, 웰-메이드로서의 완성도 말이다. 장르에 뼈대를 두고 있으며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이야기, 이미지를 강조한 화면, 완성도 높은 음악의 적절한 사용으로 관객을 영화로 끌어들이는 흡입력을 발휘한다. 자국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소재를 다루고있지만 화법은 헐리웃 영화가 그렇듯 낯설지 않으며, 그 못지 않은 흡입력을 자랑한다. 태국은 낯선 나라다. 하지만 [Wheel]은 낯설지 않은 영화다. 우리에게도 그렇다면 태국 사람들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Wheel]이 이런 흡입력을 가질 수 있게 된 이유는, '헐리웃 영화'라는 개념의 이해, 즉, 장르의 이해, 관객을 영화에 몰입시키는 테크닉의 이해가 뒷받침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메모리즈]와 [고잉 홈]도 마찬가지다. 두 작품 모두 공포와 멜로라는 장르에 충실하고, 관객이 영화에 몰두하게 하는 화법 역시 충실하다. 그러면서도 소재는 자국 문화에 기초하고 있다. 헐리웃 영화를 단순히 모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보다 더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려고 하며, 그 완성도로 관객을 붙잡는 동시에 소재는 자국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야기를 다룸으로서 관객에게 더 다가선다.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세 나라의 가장 주목받는 세 감독이 선택한 방법론은 같다. 이중 진가신은 헐리웃 진출까지 했으니 이 방법론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일단 지금까지는 잘됐는데, 앞으로 어떨지는 모르겠다. 일단 헐리웃을 넘어섰으며, 작가로서의 개성까지 확보한 세 감독이니까 계속 잘 될 것이라고 확신해도 좋을 것 같긴 하지만…….






-메모리즈-


[Wheel]은 별로다. 이야기 자체에 문제가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 이야기보다는 분위기가 위주인 영화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처음부터 되짚어 보면, 관객을 놀라게 할 기승전결을 가진 이야기로는 무리가 있다.


[고잉 홈]은 공포로 출발해서 멜로로 끝나는 완성도 높은 영화다. 진가신의 화려한 테크닉도 그대로고, 크리스토퍼 도일의 사람 놀라게 하는 촬영 솜씨도 그대로다…… 하지만 진가신이 테크닉 좋고, 크리스토퍼 도일이 촬영 잘하는 거 모르는 사람이 없는게 문제다. 또한 공포와 멜로의 연결 (아이가 사라진 것으로 시작해서 죽은 부인의 시체와 살게된 이야기로의 연결)이 독특하기는 하지만 매끄럽지가 않다.


세 편 중에 제일 괜찮은 걸 꼽으라면 [메모리즈]를 꼽고 싶다. 사실 별것도 아닌 이야기다. 공포 영화에서는 흔한 소재이지만, 공포영화에서 중요한 건 소재의 독창성이 아니라 그 소재를 얼마나 잘썼느냐는 것이다. 그런 기준에서 본다면 [메모리즈]는 만점짜리 영화다. 별거 아닌 소재를 포장한 솜씨가 놀랍다. 소리로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하는 테크닉이나 마지막의 반전을 이끌어 내기 위해 깔아놓는 포석들, 마지막 이야기가 풀리는 순간 영화를 하나로 꿰어 맞추는 솜씨는 아무나 부리는 것이 아니다.


'처녀 귀신' 이야기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재창조해낸 것도 흥미롭다. 김혜수는 긴 머리에 흰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이다. 그런데 처녀귀신이 기억을 잃었다면? 처녀 귀신이 자기가 처녀 귀신인 것을 모른다면? 이렇게 한국적인 소재를 장르 트릭으로 살짝 뒤집어서 재해석해낸 것도 독창적이다. 마지막 김혜수의 눈물이 슬프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재해석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쓰리>는 볼만하지 않은 영화일 수 있지만, <메모리즈>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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