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밝혔듯 멋대로의 결말이니 보시는 분은 그냥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고 넘어가주시길.
일단 이런 요상한 결론을 떠올린 계기를 말한다면 당연히 부정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너무 많은 부정과 부정을 거치다보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갑작스럽고, 어쩐지 서툰 결말. 피니쉬 펀치 날리기 좋아하는 놀란이 과연 샤말란급의 마무리도 짓지 않았다?
‘가만 내가 지금까지 본 게 맞는 거야? 마치 식스센스처럼 뭔가 잘못 알고 있는데 이대로 스쳐 지나가지는 않았나?’
이제 본론.
결말을 분석하기에 앞서 모든 영화가 그러하듯 인셉션 역시 사람과 사람이 - 그것이 사람이 만들어낸 무의식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이라고 치자 - 얽히고설켜 파생시키는 이야기다.
이러한 사건과 감정의 접점, 혹은 교차점에서 원작자들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단서를 남겨둔다. 예를 들자면 특이한 대사나 행동을 던지곤 한다.
인셉션은 기본적으로 사건 위주의 영화다. 그렇기에 매력적인 조연들마저 사건의 일환으로 돌려버리기 일쑤다. 이는 주연들도 마찬가지라 감정적인 교류는 두 시간 이십분 동안 오로지 코브와 멜 만이 나눈다(둘은 무려 부부다, 부부. 그들 이외에는 감정의 교차점도 없으니 케릭터 면으로는 무미건조의 극치를 달린다 하겠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놀란은 힌트를 던졌다. 키워드는 바로 ‘집착’ 되시겠다.
집착. 국어사전적으로는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 이니 그 사람의 현재 상황을 지배하는 정신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자, 그럼 인셉션에서의 집착을 보자. 여기서 집착을 드러내는 케릭터는 총 세 명.
1. 코브 : 아이들.
2. 멜 : 코브.
3. 아리아드네 : 현실.
무언가 느낌이 오는가?
그렇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멜은 놀랍게도 아이들보다 남편인 코브만을 맹목적으로 집착한다. 물론 멜이 말하는 현실이 림보이기에 그 안에 아이들이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대사를 보더라도 ‘아이들’ 에 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오로지 코브에 대한 맹목적인 갈구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아이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하다는 어머니인데 말이다.
반면 코브는 지나치게 아이들이다. 이미 죽고 없는, 아니 자신의 눈 앞에서 죽어버린 아내이기에 멜 자체가 트라우마라 할지라도 그가 보이는 부성은 눈물날 지경이다.
마지막으로 아리아드네는 현실, 더 정확하게 코브의 현실에 매달린다. 이건 거의 막무가내 수준이다. 그의 림보로의 무단침입은 약과에 불과할 정도로.
이쯤에서 애기하고자 하는 바를 짐작하신 분도 있겠다.
내가 내린 잠정적 결론은 바로 죄의식의 대상을 우리가 잘못 파악하고 있지 않은가, 라는 거다.
코브의 내면에 자리 잡은 트라우마의 대상은 아내 멜이 아니라...
아이들, 즉 팔리파와 제임스다!
처음 코브가 아이들과 통화할 때, 필리파의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목소리를 기억하는가? 그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투정이라고는 설명하기 힘든, 어쩐지 섬뜩한 음성 말이다.
그리고 등을 보이고 노는 아이들과 코브의 이별은 코브가 한눈 판 사이에 아이들이 잘못되었다는 암시를 주지 않는가?(물론 코브는 멜의 계략으로 어쩔 도리 없이 떠나야만 했다고 회상하지만.)
즉, 코브가 아내의 부재 시 아이들을 돌보다 잠시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렸을 때 두 아이에게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는 말이고, 그에 충격을 받은 코브를 치유하기 위해 아내 멜이 코브와 심층의 내면, 림보로 들어갔다는 가정은 어떨까?
어차피 잘못된 아이들이기에 멜은 남은 식구인 코브라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그래서 림보의 세계로의 여정까지 불사했지만, 결국 코브는 림보에 갇혀 나오기를 거부했다는 거다.
결국 멜은 할 수 없이 자신 혼자 현실세계로 돌아오고 - 호텔에서 낙하 ‘킥’ 으로 - 코브는 멜과 림보를 인정하지 않고 아이들이 죽기 전의 세계만을 현실이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한마디로 코브에게 나타나는 멜의 환상은 멜과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결합하며 만들어낸 코브의 트라우마가 실체화한 모습이라는 거다. 그래서 멜로 대변되는 코브의 트라우마는 의식적으로 아이들을 언급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아이들의 죽음을 회피하는 것이다. 또한 코브는 멜을 인셉션 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인셉션했다는 가정이다. 멜의 금고라고 나온 곳은 현실을 부정하는 코브의 공간이라는 말이다.
이는 코브와 장인 마일스의 대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애당초 멜과 코브에게 꿈의 접속방법을 가르쳐준 마일스는 코브의 정신상태를 헤아리는 듯 ‘자네의 환상 속으로 제자를 데려가려는가?’ 라고 묻는다.
무슨 뜻일까? 코브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여전히 환상, 즉 림보의 세계에 갇혀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마일스가 아리아드네에게 코브를 재인셉션하도록 부탁했는지까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부탁을 했다면 미션은 실패했을 것이고, 이는 인셉션 2로 이어지겠지.
여태까지 제멋대로의 인셉션 이야기. 어차피 억측이 많은 마음대로 가정이므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주시길.
재미난 영화를 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거기다 관람 후에도 여러 가지를 떠올릴 수 있다면 행운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셉션은 내게 행운의 영화다.
사족. 포스터에도 설명하듯 멜은 그림자다. 당연히 코브의 그림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멜은 코브에게 있어서 Influence였을까, 아니면 Dark shape였을까?
상상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