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엄지아빠.
독립영화를 앞에 붙이는 이유는 말 그대로 독립영화이기에.. 그만큼 열악한 조건에서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더 정이 간다는 이유랄까.. 상업영화의 홍수 속에서 용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독립영화들.. 우리는 열심히 보아주고 찾아주는 방법외엔 다른 기여가 없을테니..
엄지아빠는 정말 엄지아빠였다. 엄지라는 아이를 둔 아빠.. 주인공은 엄지아빠, 유괴범이었다.
알고보니 감독은 유괴한 사람의 입장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한다. 그도 그럴만한 이유를 갖고 있기에.. 그렇다고 그 사람을 옹호해 주자는 것이 아니고 그럴만한 이유를 갖고 있다면 들어볼 만 하기에.. 내가 이해하기엔 그랬다.. 새로운 시각에서 영화를 만들어 본다는 것은 신선한 것 같다.
누군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얘기를 한다. 바로 그러한 시각이 아닐까 싶다.
영화는 새로운 방식으로 단 하나의 카메라로 찍은 엄지아빠가 들고 가는 돈가방에 설치된 카메라와 도시 곳곳에 설치 되어 있는 cctv를 통해 우리들에게 보여지는 것 같다. 처음엔 좀 답답했다. 화면이 흔들리고, 소리도 분명치 않고(그런 이유로 자막을 넣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막글자체가 쉽게 읽혀지기 어려운 서체였던 점이 아쉽다.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상황파악이 정확히 안되어 더더욱 불편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좀 적응이 되었다. 사람은 곧 적응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처음의 그 답답함이 좀처럼 가시진 않았다. 넓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시원하게 보았던 화면에 길들여져서인가.. 작고 좁은 면적만을 보여주고 그것이 어떤 상황인지 잘 와닿지 않는 장면들이 계속되면서 지루함이 없지 않았다.. 솔직한 느낌이다.
그러다가 그 유괴범이 엄지아빠이고.. 그러저런 상황들이 전개되고 이 이야기가 엄지아빠의 시선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때 영화에 애정이 생겼다. 이해도 되고, 지금까지 불편함이 조금은 사라졌다. 영화도 사람의 관계처럼 오해가 풀리고 이해가 되면
지금까지 힘든 과정들이 조금은 수그러지는 것 같다.
독립영화, 단돈 300만원이란 초저예산으로 만든 엄지아빠. 그 많은 연기자 분들은 전혀 한푼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연기할 때 밥만 사줘서 먹었다고.. 그만큼 시나리오가 좋아서 출연했다는 분들.. 그들의 그 열정이 고맙고 아름답다.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있을까 싶은 이런 시대에 감독과 연기자분들의 땀과 열정만으로 탄생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새로운 시도는 높이 사고 싶다. 300만원의 초저예산도 멋지다. 하지만 나만의 영화가 되지 않기 위해선, 조금 더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와 연출, 연기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영화가 끝나고 처음 시사회를 갖는 것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참 아쉬웠다. 적어도 영화를 보러 평일도 아닌 주말에 시간을 내서 온 사람들이라면 관심이 있어서 왔을텐데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로부터 영화를 본 소감을 들을 수 있을까.. 이 점을 한번쯤 고민하고 왔어야 했고 그랬다면 뭔가 준비를 할 수 있었다고 본다. 나라면 설문지도 만들어 볼 수도 있겠고, 아님 최소한의 질문을 만들어 관심있는 분들은 이메일로 답을 달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듣고 싶은 것인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독립영화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다고 얘기를 꺼내고 이런 얘기로 면박아닌 면박을 주는 것은 그래도 애정이 있기에 하는 소리이다. 정말 애정이 있으면 싫은 소리도 솔직히 할 수 있는 것이지 않는가.. 다음 작품에서는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 그 때가 언제일까..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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