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된 지금 내가 아이었을 때 갖고 놀았던 장난감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 주며 행복함을 준 내겐 너무 특별한 장난감으로 남을 영화
"무심코 지나쳤던 장난감이 보여 준 무한 상상력"
아이적 친구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장난감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별스럴것도 없는 장난감이지만 왜 그때는 그리도 장난감이 좋았는지... 하루 종일 함께하고도 손에 놓기가 싫어 함께 잠드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않는 그 때의 내 모습을 찾아 보기도 한다. 1편이 세상에 나온지 15년이 지난 <토이 스토리>는 당시 친근한 '장난감'이라는 소재에 생명을 불어 넣은 상상력이 합쳐져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대표적인 애니메이션이었다. 미국 서부시대를 연상시키는 우디나 우주 개척에 선구자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버즈는 다분히 미국적인 특색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사소함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다른 장난감과 어울어져 우리가 즐겨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떠올리며 그들 캐릭터에 푹 빠져들었다.
픽사와 디즈니가 함께 만들어낸 <토이 스토리>는 영상의 혁명을 이룬 작품이기도 하다. 2D의 평면적인 영상에서 입체감을 살려 보다 실사에 가까운 움직임을 표현해 낸 시초격으로 이후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 거창한 미사여구가 아니더라도 <토이 스토리>는 친근한 이야기와 한번쯤 상상했을 법한 소재를 획기적인 영상 기술로 표현해 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인기를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1편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4년이 지나서야 속편이 나오고 무려 10년이 넘은 시간동안 속편이 나오지 않아 성장한 어른이 그 시절 장난감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처럼 뇌리에서 <토이 스토리>가 잊혀진 뒤 드디어 3편이 등장했다. 이미 10년이 훌쩍 지났기에 이제는 아이까지 생겼지만 그때를 추억하고, 아이에게는 장난감 이야기에 매력을 맛보여주기 위해 3편을 관람했다.
" 변함없는 등장인물과 확 달라진 이야기"
오래간만에 만나 본 장난감 친구들은 무척이나 반가웠다. 보안관 우디와 늘 함께 다닌 애마 불스아이, 우주전사 버즈, 강아지 슬링키, 포테토 부부 버트와 배티, 공룡 렉스, 돼지 저금통 햄 등 변함없은 등장인물이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한때는 서로 주인 앤디의 사랑을 차지하려고 싸우던 우디와 버즈는 이제 하나처럼 서로 의지하는 모습이 변한 세월을 세삼 느끼게도 한다.
변함없는 등장인물로 시작하는 새로운 이야기는 흘러간 세월만큼 앤디도 17살이되어 대학에 가야하는 상황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제 예전처럼 늘 함께 하던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는 엔디는 대학 기숙사로 가기 위해 짐 정리를 하던 중 우리를 제외한 장난감을 다락에 두려다 착오가 생겨 쓰레기처럼 버려질 위기를 맞고 간신히 도망친 장난감들은 앤디를 오해하며 다른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려한다. 끝까지 앤디를 믿고 그들의 마음을 돌리려는 우디와 앤디는 이제 변했다며 스스로의 인생을 살자는 나머지 친구들과의 이야기는 탁아소를 배경으로 전작과 달라진 스케일을 선보이며 우정과 배신 그리고 음모와 같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이전에 등장하지 않았던 랏소의 등장으로 전편보다 스릴있고 긴박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겉으로 보이기엔 탁아소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평화로운 천국인 '나비방'과 달리 거친 아이들에게 처참한 괴롭힘을 당하는 '애벌레방'으로 배정해 자신들의 행복을 이어가려는 검은 속셈을 모르는 버즈와 친구들을 구해내야 하는 우디의 활약상이 스토리에 뼈대이다. 막강한 힘을 가진 빅 베이비와 모든 곳을 감시 카메라로 보고 있는 원숭이를 피해 철통의 요새를 탈출하는 과정은 <프리즌 브레이크>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긴장감을 갖게 한다. 끝이라고 생각할 무렵, 또 다른 곳에 폐기될 위험에 수차례 직면하고 용서를 통해 화해를 하려다가도 배신이 등장하고 그때문에 절체 절명의 위기에선 의외에 장난감이 그들을 구해주는 아슬아슬함도 있다. 쉴세 없이 이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장난감들의 암투와 배신은 아이 뿐 아니라 어른들이 봐도 재미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장난감이 피할 수 없는 안타까운 숙명"
장난감들이 벌이는 모험이 이번 작품의 핵심 스토리이긴 하지만 이번 속편에선 '장난감의 숙명'이란 애잔함이 기저에 깔려있다.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으며 평생을 함께 할 것같은 시간이 지나 조금씩 관심에서 멀어져 결국 잊혀지고 마는 장난감의 숙명이 나는 어땠나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물론 그게 잘못이라고 꼬집지는 않는다). 그 시절 난 어떤 장난감을 갖고 놀았을까 생각해 보지만 잘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어쩌면 내게도 우디와 버즈와 같은 장난감들이 있었고 내가 모르는 사이 나를 원망하고 새로운 주인에게 간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면서 그들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마저 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 이면에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생명이 없는 물건이라 함부로 대하거나 조금 식상해졌다고 새것을 원하며 마구 버리는 무절제함을 갖지 않도록 의인화시킨 장난감에 경고가 깔려 있다. '버리면 안돼'나 '낭비하면 안돼'라는 직접적인 주입식 메세지는 금방 잊게 되므로 내가 사랑하고 아끼던 장난감에게 그런 아픔이 있다며 애절하게 말하는 모습을 본 아이들에겐 간접적인 교욕의 메세지는 더 효과적인 것이다. 장난감이 새로운 운명을 스스로 찾아 가는 과정에선 자립심을 배우고 위기의 순간에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모습에선 공동체 의식을 배울것이다. 랏소처럼 힘으로 남을 억눌러선 안된다는 걸 랏소의 운명을 보고 느꼈을 것이고 용서를 배신으로 갚은 댓가가 어떤 것임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런 점이 아이들이 재미있게 보면서 자연스레 교육 효과도 기대하는 디즈니-픽사 에니메이션의 강점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스토리에 비해 아쉬운 3D"
최근 3D 제작이 붐을 이루는 시류에 편승해 <토이 스토리3>도 3D로 만들어졌다. 사실 <아바타>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 <드래곤 길들이기>정도만 되어도 훌륭하다고 눈을 낮춰서인지 초반은 꽤나 멋진 3D 장면들로 채워진다. 끝어진 다리를 향해 달리는 기차를 멈추기 위한 우디의 활양삭이나 전투견, 공룡, 악당 통돼지 박사의 모험은 앞으로 남은 이야기에 기대를 한껏 높여줬다.
그러나 뒤에는 굳이 이 작품을 3D로 만들 이유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입체감 넘치는 장면이 드물다. 이야기 과정 중 탁아소를 탈출하는 등 위기와 활약이 이어지는 과정에도 입체감을 살리는 영상은 손에 꼽는다. 이전보다 달리진 기술력으로 점점 실사와 같은 영상은 돋보이지만 3D 영상만큼은 조금 아쉬움을 남긴다.
"이제는 다시 못 볼 장난감 이야기... 하지만 절대 잊지는 않으리"
10년의 시간이 지난 뒤 4편이 또 나올 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새로운 속편은 없을 것 같다. 그 시절을 떠 올리며 행복한 추억을 하게 한 <토이 스토리>는 장난감의 숙명처럼 시간의 뒤안길로 사라지는듯하다. 그러나 그들의 마지막 이야기는 속편이 이어질 수록 내용과 작품성이 떨어지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더 재미있고 훌륭하기에 아쉬움이 더하다. 그래서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토이 스토리>의 마지막 이야기는 못내 아쉽기만하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내가 이번 작품을 보고 언젠가 지난 그 시절을 떠 올리며 추억의 회상에 잠기듯 멀지않아 사춘기를 맞아 아빠와는 소원한 사이가 될 지 모를 내 아이들이 <토이 스토리3>를 다시 보며 이 작품을 아빠와 함께 관람했고 아빠가 자기들을 사랑했다는 걸 기억해 주면 정말 더 바랄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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