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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속의 지우개.... 내 머리속의 지우개
sunjjangill 2010-08-17 오전 10:17:49 582   [0]
툭툭 흘러가는 시계 바늘과 엇갈리며 비춰지는 한 여자. 다크블루 계열의 아이셰도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그녀의 초조감을 더욱 고조시키는데, 결국 ‘훅~’하는 한숨소리와 함께 자조(自嘲)를 슬쩍 드러내던 그녀는 가방을 들어맨채 그곳을 떠난다. 그녀, ‘수진’의 거짓말같은 사랑이 일단락되는 이 메마른 순간이 바로 <내 머리속의 지우개>의 도입부다.

꿈결같은 열기와 현기증, 달뜸같은 무한감이 지나가고 나면, 사랑이라 믿었던 우리들의 감정은 어느새 사랑이 아닌 것으로 쓸쓸하게 부서지고, 그로 인해 우리는 한동안 지독한 피로감에 비틀거리며 일상을 지워간다. 비슷한 경험이 되풀이될수록 ‘사랑따윈’ 믿지 않는 무덤덤한 사람이 되어 가지만, 누군가는 새로 찾아온 그(그녀)에게 이번엔 진짜, 진짜, 진짜라고 뼈속같이 느껴지는 사랑을 한다. ‘수진’ 역시 마찬가지. 하나의 사랑이 떠나가던 그날, 그녀는 새로운 사랑, 예의 ‘진짜’ 사랑을 만나게 된다.

‘수진’이 진짜 사랑인 ‘철수’를 만나면서부터, <내 머리속의 지우개>는 멜로의 관습적인 공식을 무리없이 따라간다. 그들은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다. 건망증이 심한 수진의 오해에서 비롯된 만남은 철수의 그녀에 대한 운명적인 끌림을 슬쩍 보여주며, 단숨에 스파크가 일어날 깊은 사랑을 예고한다.

알고보니 수진의 아버지와 연관있던 철수, 그들은 귀엽고도 강렬한 첫 만남을 교집합으로, 속도감을 높이며 사랑에 빠져든다. 그 단초를 제공하는 것은 철수와 수진의 첫 키스다. 소주잔을 내밀며 철수가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라는 말에 (사귈거면서) “안 마시면?”이라고 튕겨보는 수진의 대응, 또 (그녀의 마음을 이미 짐작하면서) “볼일 없는 거지 죽을 때까지.”라고 마무리하는 철수의 말과 동시, 근사하게 이어지는 그들의 첫 키스.

극중 철수와 수진인 것과 더불어, 멜로 영화의 주인공들로는 더할 나위 없이 멋지고 예쁜 정우성과 손예진의 키스 장면이기도 한 이 장면은 <내 머리속의 지우개>에서 가장 예쁘고 인상깊은 장면 중 하나다. 그 이후부터 펼쳐지는 달콤한 연애 장면들은 멜로에 맞는 감성적인 음악과 맞물리며, 관객들의 마음마저 들뜨게 한다.

그 행복한 리듬감을 저지하는 갈등으로, <내 머리속의 지우개>는 이런저런 멜로 영화에서 익숙한 두 가지 ‘균열’을 장착했다. 먼저 등장하는 갈등은 그들의 사회적인 신분 차이. 곱게 자란 부잣집 딸인 수진에 비해, 철수는 행복하지 않은 가정 환경에서 파생된 삐딱한 심사, 즉 ‘가족’을 이루는 것에 흥미를 잃은 남자다. 하지만 수진의 적극적인 결혼 공세에 한발짝 물러서는 철수의 모습은 이 영화에선 작은 갈등.

이 작은 갈등이 해결된 뒤, 이 영화는 강도를 높인 닭살(?) 멜로 영화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챈다. 정우성, 손예진의 매력이 물씬 발현되며, 가만히 스크린을 보노라면 ‘저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무의식적인 반응이 치밀어오를때쯤, <내 머리속의 지우개>는 그 핵심 갈등인 수진의 불치병을 꺼내든다.

이제는 수많은 뮤직비디오에서도 지겹게 등장하는 백혈병 대신, ‘알츠하이머’라는 신선한(?) 소재를 적용한 이 영화는 주인공의 ‘죽음(암시적이지만)’이 어쩔 수 없이 가져오는 신파성을 꽤 감각적으로 줄타기하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병마의 어두운 그림자가 뿌리는 안타까움에서 한 단계 나아가, 병으로 사랑했던 기억과 추억들을 잃어가는 수진과 그녀를 바라보는 철수의 복잡한 감정들을 절절히 담아냈기 때문.

전작들에서 유감없이 드러냈던 청순미에 성숙미를 추가한 손예진은 캐릭터에 한층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병이 깊어가는 수진이 관객들에게 일으키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감정을 주목할만하게 끌어냈다. 왈칵 쏟아내기보다, 꾹꾹 감정을 억눌러 그렁하게 맺힌 정우성의 눈물 연기도 매혹적.

약간의 변주로, 신파 멜로가 줄 수 있는 짜증을 한발짝 비켜가는 <내 머리속의 지우개>에서 거슬리는 건 오히려 주변 캐릭터들이다. 수진의 직장 여상사나 담당 의사, 철수의 엄마 등 비중있는 조연이나 한 두 장면에서 등장하는 양념 캐릭터들은 지나치게 작위적인 냄새를 풍겨 전체적인 흐름에서 튕겨오르는 부정적인 효과를 낳기도. 그리고, 스토리를 타며 뭉클 솟아오르는 아린 감정을 갑자기 싸늘하게 얼려버리는 (다소 오버된) 결말의 편의점 씬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난 당신을 기억하지 않아요. 난 당신에게 스며들었어요’라는 대사가 유독 긴 울림을 남기는 이 영화는 ‘가을’을 닮은, 아니 투덜대면서도 자꾸만 빠져들게 되는 우리들의 ‘사랑’을 닮은 영화다...

(총 0명 참여)
qhrtnddk93
궁근해요   
2010-08-20 15:46
k87kmkyr
어디서 들엇던 소리 같네   
2010-08-18 15:59
jinks0212
정말 좋았던 영화.   
2010-08-17 18:28
sdwsds
너무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   
2010-08-17 13:1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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