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감독의 첫 작품, 이렇게 글을 시작해야할듯 싶습니다. 온전하다기엔 배우들의 매력이 너무 강하지만, 완전하다기엔 모자란 점이 눈에 띄지만, [연애소설]은 그래도 감독의 작품이라 여겨지는 까닭이지요. 이한 감독이 직접 쓴 각본으로 연출한 본작은 퍽이나 재미있고 깔끔한 영화입니다.
본작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아마도 인물들 간의 구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연애소설]은 기본적으로 삼각관계의 구도를 유지하지요. 그러나 섬세한 심리묘사는 본작이 지리한 사랑이야기에서 방점을 찍지 않게끔 하고, 풀밭의 지뢰처럼 세심하게 깔아놓은 복선은 후반부에 예상 외의 반전을 가져오면서, 본작의 인물관계를 결코 상투적이지 않게 만들어냅니다.
차태현은 다시 한번 적역을 만났습니다. 어느 정도 순수하고 어느 정도 어리숙한 지환 역을 그럴듯하게 소화해내며 매력을 과시하지요. 수인 역의 손예진은 의외성 넘치는 캐릭터를 맡아 영화의 시종 무난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역시 경희이지요. 이은주는 [번지점프를 하다]에 이어 본작에서도 특유의 묘한 매력을 선보입니다. 꼭 그 나이의 여성들이 가질만한 행동과 생각들을 조금은 여리게, 그러나 발랄하게 연기했지요.
작년 여름 대박을 낳았던 [엽기적인 그녀]. [연애소설]은 그 이상을 기대해도 좋을 영화입니다. 무엇보다도 '여운'에 있어서 본작은 분명 [엽기적인 그녀]보다 한수 위이지요. 옛사랑의 기억을 후벼파는 영화, 잊고 살았던 그 기억을 본작은 재생시켜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