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이든.. 동물이든.. 위 제목과 같은 ‘자연의 법칙(natural law)’ 이라는 명제 하나로 통일된다. 영화 전반적으로도 한 목소리를 내며 깔려있는 이 명제위에 우리 부모님, 또 그 윗세대 부모님, 또 그.. 그 윗세대 부모님들은 그 옛날 인간들의 죄를 위하여 십자가를 지셨던 예수님처럼 반평생을 자식들을 위하여 헌신하여 온다.
그렇다면,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왜 자식들을 낳아서 사서 고생하냐’는 터무니없는 말을 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그럼 과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나, 읽고 계신 분은 절대로 만남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사랑한 사람 (애인이든, 친구이든)도 없을 것이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아니, 자기 자신조차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엔 필자도 이 글을 읽는 네티즌도 자식들이 생기게 마련인데, 이 모든 것이 종족보존을 위한 법칙과 함께, 자연을 구성하는 하나의 구성체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옛날, 우리나라는 유교학문에 입각한 부모와 자식간에 지켜야 할 법도가 많았다. 물론 세상은 변해서 지금은 그 정신만이 부분적으로 유지되어 오고 있지만, 때로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식의 싸움처럼 부모와 자식간의 불신과 오만함이 팽배하여 그릇된 패륜도 저질러지곤 한다.
가끔 영화는 이렇게 망각되어온 부모 자식간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아주 중요한 인생 교과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작년 한해 잔잔한 감동을 몰고왔던 ‘빌리 엘리엇’과 ‘어둠속의 댄서’가 그러했고, 가까이는 올 봄, 한국에서 대대적인 흥행을 한 ‘집으로..’가 한 몫을 했다. 이제 여름의 블록버스터 전쟁 포화가 지나간 극장가에는 가을, 따뜻한 감수성을 자극하는 한 편의 영화가 우릴 반길 준비를 한다.
<로드 투 퍼디션> 제목만으로는 이 영화가 무엇인지를 모르실 분들이 많겠다. 포스터 비주얼을 살펴보아도 어디 한구석 감동이 흐를만한 것이 없어 보이도록, 검은 채색에 빗줄기 같은 흔적, 중절모를 쓴 중년 사나이가 한 손에는 기관총을 다른 한 손에는 어떤 아이의 손을 잡고 있다. 이제 대충 짐작이 가시겠지만, 이 아이는 바로 그 중년 남자의 아들이고, 그들은 이 암흑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걸음을 걷는 듯 보인다.
‘죽음의 천사’라 불리우는 아일랜드계 마피아 킬러인 ‘마이클 설리반(톰 행크스 분)’은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그 모습을 큰 아들인 ‘마이클 설리반 Jr.(타일러 후츨린 분)’가 엿보게 된다. 이제까지 아버지의 직업을 몰랐던 아들이었기에 그 충격이 크겠지만, 문제는 이게 아니었다. 마피아 두목 ‘존 루니(폴 뉴먼 분)’의 아들 ‘코너 루니(다니엘 크레이그 분)’은 자기 자신에게 위협이 가해질까봐 ‘마이클’의 부인과 작은 아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마이클’과 ‘마이클 Jr.’는 끝없는 복수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 할 말도 많고, 해주고 싶은 말도 많은 사이이지만, 그 시간까지 한번도 대화다운 대화를 해본 적 없는 말뿐이었던 그들 사이에 차츰 편견과 오해와 불신의 얼음은 봄철 따뜻한 태양아래 눈 녹듯 녹아내렸고, 그들 사이에 진정한 아버지와 아들간의 믿음, 사나이와 사나이간의 믿음의 싹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한편, ‘존 루니’는 자식과도 같은 존재인 ‘마이클’에게 살인 청부업자 ‘맥과이어(주드 로 분)’로 하여금 어쩔 수 없는 총부리를 겨누게 된다.
이제 ‘마이클’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살인 청부업자인 ‘맥과이어’를 피해 부인과 막내아들을 위한 복수도 해야 하며, 처음으로 서로가 통했던 큰 아들과의 또 다른 행복을 위하여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를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 아들에게 똑같은 전철을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목을 그대로 직역한다면 ‘파멸로 이르는 길’이다. 제목이 섬뜩하지 않은가.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그런 무차별적인 암흑세계의 차가운 영화가 아니다. 그 ‘파멸로 이르는 길’.. 자기 자신 걸어왔던 인생을 아들에게 똑같이 대물림을 해주지 않기 위한 아버지의 피나는 노력을 영화는 114분간 아들의 시점에서 또는 제 3 자의 관점에서 유유히 따라간다.
‘마이클’이 지어야 했던 십자가는 ‘마이클 Jr’ 이기도 했지만, 이제까지 그가 잘못된 삶을 살아간 길을 아들에게 똑같이 되풀이되지 않게 이끌어 주는 것이다. 너무나 자기 자신과 똑같았던 아들에게 그 흔한 사랑한단 말 한번 건넬 수 없었던 그가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로드 투 퍼디션> 제목에는 두 가지 함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한 가지는 위에서 구구절절이 설명했던 ‘파멸’에 관한 이야기이고, 또 다른 하나는 ‘마이클’에게는 처형이 되고, ‘마이클 Jr.'에게는 이모가 되는 집으로 향하는 지명이기도 하다. 결국 그 집으로 향하려면, 아버지와 아들은 그 고난의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야 하며, 우리는 그 두 명이 펼치는 여정속에서 때로는 웃고, 때로는 눈물을 지어야만 영화는 결말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마이클 Jr.'의 독백처럼 가슴으로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 내 아버지 '마이크 설리반'이 선인이었는지 악인이었는지 누군가 물으면 나는 늘 똑같이 대답한다. 그는 내 아버지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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