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sunjjangill 2010-08-28 오전 9:32:54 941   [0]
“오늘 하루가 내 기억 속에 있어.” 교통방송 리포터 서유진(송지효)은 어디선가 본 듯한 전화번호를 자신의 번호라며 알려주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의 남자 강성주(고수)를 만난 뒤 이렇게 중얼거린다. 마약특별수사본부 강력계 형사 강성주는 경찰로 호송되던 와중에 사라진 100억원어치 마약의 행방을 찾고자 수사에 나선 참이다. 그리고 서유진은 자신과 같은 디지털카메라 동호회에 속한 한 멤버가 마약거래에 연루된 사람인지도 모른 채 사건에 휘말려들고 있었다. 단서를 잡으면 다시 끈이 풀리는 미로 같은 사건에 강성주가 깊숙이 다가가는 동안, 서유진은 눈앞에 벌어지는 일들이 과거의 일부였던 듯 이상한 데자뷰를 경험하기 시작한다.

유진이 과거라고 믿었던 그 이미지는 예언이 담긴 미래였다. 어긋나듯 일치하는 현실과 미래. 그 이미지의 중첩을 경험하는 그녀의 직업은, 공교롭게도 도심의 ‘현재’ 교통상황을 실시간 알려주는 리포터다. 유진의 환영이 다가올 미래었음을 밝히는 순간부터 <썸>은 예정된 비극을 막기 위해 달려가는 여자와 그 미래를 보지 못하므로 그녀보다 더 빨리 비극을 향해 달려가는 남자의 속도를 배로 높인다. 용의자였던 인물들이 죽어나가고 엄한 사람이 추궁을 당하며 마약을 가로챈 제3의 인물은 이들 모두를 앞질러간다. 유진이 보는 데자뷰도 점점 위험한 상황을 예고해간다.

<썸>이 <접속> <텔미썸딩>에 이어 장윤현 감독의 상업적 감각을 재확인시키는 대목도 거기 있다. <썸>은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과 운명을 부수었을 때 그것이 철학적 물음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강렬한 서스펜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공들인 자동차 추격신은 빠른 편집리듬을 타며 질주하고, 교통상황 안내를 위해 리포터들이 들여다보는 아홉개의 화면들은 동시간의 서울을 절묘하게 쪼개놓으니, <썸>의 긴박감은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심장을 옥죄어오는 이 긴박감은 아쉽게도 하나의 비밀과 단순한 엔딩만 남기며 맥을 조금 풀리게 한다. 쌀알 쏟아지듯 초반부에 와르르 터진 작은 설정들이 캐릭터를 친절히 설명하지 못하고, 겹겹의 수수께끼 같은 미스터리 구조도 썩 치밀하지는 않다. 그 느슨함을 채우는 건 정서적 효과들이다. 빗물 떨어지는 차창에 통과된 서울의 낯선 이미지와 차 안에서 유진의 교통안내 방송을 듣는 강성주의 얼굴. 감정과 시공간에 대한 이같은 섬세한 관찰력에 힘입어, 미스터리-액션영화 <썸>은 그리 메마르지 않은 인상을 남긴다.


(총 0명 참여)
kkmkyr
좋아요   
2010-09-05 18:09
1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86598 [레퓨지] 합법과는 거리가 먼... (2) skworld02 10.08.28 473 0
86597 [센츄리온] 센츄리온 (4) sayks20 10.08.28 491 1
86596 [분홍돌고래] 아... 졸리고 졸렸던... (2) skworld02 10.08.28 331 0
86595 [아저씨] 아저씨를 아저씨라 부르지 못하고... (4) skworld02 10.08.28 375 0
86594 [에브리바디..] 소수가정의 모습을 알아 볼 수 있는 영화...^^ (2) blueprint119 10.08.28 435 0
86593 [센츄리온] 픽트족은 영화 속에서 무력 통일을 이루려는 로마 제국에 맞서 목숨을 건 투쟁을 (1) reaok57 10.08.28 616 0
86592 [센츄리온] <센츄리온>은 국내 개봉이 확정된 가운데 최근 공개된 메인 예고편을 통해 (1) dhcjf81 10.08.28 457 0
86591 [실종] 실종 (2) sunjjangill 10.08.28 330 0
86590 [시티즌 독] 시티즌독 (1) sunjjangill 10.08.28 417 0
현재 [썸] (1) sunjjangill 10.08.28 941 0
86588 [악마를 보..] 구분할수없었어..누가악마인지. (2) sexyori84 10.08.28 781 2
86587 [신부와 편견] 신부와 편견 (1) sunjjangill 10.08.28 526 0
86586 [시실리 2..] 시실리 (1) sunjjangill 10.08.28 995 0
86585 [슬립오버] 슬립오버 (1) sunjjangill 10.08.28 506 0
86584 [스타스키와..] 스타스키와 허치 (1) sunjjangill 10.08.28 832 0
86583 [소라닌] 방황하는 청춘들의 고민과 갈등 (1) nabaru 10.08.28 414 0
86582 [고死 두 ..] 완전 실망 (1) csgcsg0815 10.08.28 908 0
86581 [에브리바디..] 새로운 소재의 유쾌한 영화~ (3) tjdahdo 10.08.28 440 0
86580 [센츄리온] 센츄리온 단순한 전쟁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먼지는 모르겠다.. (5) jenot 10.08.28 431 0
86579 [토이 스토..] 토이스토리3 (2) jhkim55 10.08.28 657 0
86578 [라스트 에..] 악평듣고갔더니, 생각보단 볼만했더라~ (4) kaminari2002 10.08.27 602 0
86577 [라스트 에..] 우리는 여전히 환타지를 꿈꾼다.... 그러나 이 영화는.. (4) cyddream 10.08.27 556 0
86576 [라스트 에..] 우리는 여전히 환타지를 꿈꾼다.... 그러나 이 영화는.. (2) cyddream 10.08.27 483 0
86575 [라스트 에..] 우리는 여전히 환타지를 꿈꾼다.... 그러나 이 영화는.. (3) cyddream 10.08.27 431 0
86574 [악마를 보..] 제목 속에서 지칭하는 악마가 누구일까.. (5) polo7907 10.08.27 862 0
86573 [서편제] [서편제] 우리소리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다 (4) sch1109 10.08.27 793 0
86572 [아저씨] 이기적인 그의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인함. (7) polo7907 10.08.27 405 0
86571 [수취인 불명] 돌아오지 않는 편지, 그리고 김기덕 (6) dozetree 10.08.27 959 0
86570 [아저씨] 기대안했는데... (7) perhaps 10.08.27 381 0
86569 [더 재킷] 애드리언 브로디 (7) jinks0212 10.08.27 980 0
86568 [남의 섹스..] 좋은 일본 영화 (6) jinks0212 10.08.27 655 0
86567 [드래곤 길..] 최고의 애니메이션 (6) q84judy 10.08.27 718 0

이전으로이전으로271 | 272 | 273 | 274 | 275 | 276 | 277 | 278 | 279 | 280 | 281 | 282 | 283 | 284 | 285다음으로 다음으로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