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이터널 선샤인 이터널 선샤인
sunjjangill 2010-09-01 오전 8:01:30 525   [0]

누구나 실패한 사랑의 기억을 지우고 싶어한다. 그들도 처음엔 그랬다. 먼저 여자가 충동적으로 남자의 기억을 지워버렸고, 배신감을 느낀 남자도 여자의 기억을 지우려 한다. 문제는 멜로의 관객으로서 우리가 주인공의 이별을 바라지 않는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절박하게, 그 자신이 지나간 사랑과 추억을 되돌리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부터 그 남자, 조엘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무너지고 사라져가는 사랑의 추억들과 그것들을 부여잡는 남자의 안간힘을 접하게 된다. 그렇게 누군가의 의식과 무의식 위를 떠다니는 경험이란 것이 가능한 일일까. 의심스럽다면 이 조합을 눈여겨보라. 찰리 카우프만의 시나리오를 미셸 공드리가 연출했다. 의식과 무의식, 꿈과 현실, 현상과 실재의 분열과 융합을 즐겨 다루는 그들이 손을 잡았다.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라”는 니체의 말이 ‘연애’의 실전에서 과연 유효한가, 하는 물음을 던지며.

<이터널 선샤인>의 도입부는 다소 혼란스럽다. 우연히 해안에서 만난 조엘(짐 캐리)과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럿)은 첫눈에 서로 끌린다.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클레멘타인을 부담스러워하던 조엘도 겨울 강에서의 첫 데이트 이후 그녀에게 부쩍 호감을 느낀다. 그녀의 집 앞에서 기다리던 조엘은 걱정스런 얼굴로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묻는 한 남자(엘리야 우드)를 만난다. 조엘과 마찬가지로, 관객도 그 남자의 정체와 의도를 알지 못한다. 다음 장면, 난데없이 서글픈 눈물을 흘리며 차를 모는 조엘의 얼굴 위로 오프닝 크레딧이 뜬다. 우린 곧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헤어졌고, 클레멘타인이 조엘의 기억을 지워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엘은 복수하는 심정으로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러 기억삭제연구소를 찾아가는데, 거기서 그가 묘사하는 클레멘타인과의 첫 만남은 우리가 앞서 보았던 장면과 일치하지 않는다. 서두의 에피소드는 그럼, 어디에서 온 것일까.

<메멘토> <돌이킬 수 없는>처럼 (그러나 부분적으로만) ‘역순 구성’을 도입한 <이터널 선샤인>의 전략은 옳았다. 가까운 기억부터 거꾸로 삭제당하는 경험은, 그것이 소멸된 (줄 알았던) 사랑의 감정과 관계에 관한 것일 때 더욱 안타깝게 마련이다. 상대에게 상처가 될 걸 알면서도 독설을 퍼붓던 폭풍 같은 파국을 지나고, 뚱한 침묵과 야멸찬 비난이 오가던 권태기를 거슬러, 죽어도 좋을 만큼 완전한 충족감이 있던 절정기에 이르면, 조엘처럼 “이 기억만큼은 남겨달라”고 절규할 법하다. 결국 처음 만나던 순간, 망설임과 설렘 속에서 사랑을 예감하던 그 순간에 다다르면 가슴이 울리는 깨달음이 찾아든다. “이젠 너무 익숙하고 안 좋아하지만, 그땐 멋있다고 생각했던” 클레멘타인의 오렌지색 티셔츠처럼, 누구나 강렬하게 매혹됐던 것들에 무뎌지고 날을 세운다. 인간의 유약하고 변덕스러운 본성, 반복되는 사랑의 실수와 실패, 찬란하고도 지리멸렬하게 이어지는 인생.


(총 0명 참여)
minamian
아...   
2010-09-05 02:20
kkmkyr
혼란스러워요   
2010-09-02 23:00
1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86760 [뮬란: 전..] 10여년 전 애니메이션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 (5) aizhu725 10.09.01 477 0
86759 [이끼] 유선을 비롯 정재영, 박해일, 유준상, 유해진, 김상호 등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배우 (3) reaok57 10.09.01 671 0
86758 [이끼] 지난 14일 개봉된 2010년 최고 기대작 영화 '이끼'에서 30년간 베일에 (2) dhcjf81 10.09.01 635 0
86757 [해프닝] 인간에게 경고하는 메세지 (3) jinks0212 10.09.01 725 0
86756 [10억] 서바이얼게임영화.스릴은없음. (3) jinks0212 10.09.01 622 0
86755 [키친] 두 남자를 사랑하는 신민아~ (2) jinks0212 10.09.01 1052 0
86754 [아내가 결..] 재밌어! 독특해!현실은접어둬. (2) jinks0212 10.09.01 922 0
86753 [백야행 :..] 기대치 이하 : 백야행 (2) jinks0212 10.09.01 643 0
86752 [아나콘다 ..] 아나콘다2 (2) sunjjangill 10.09.01 587 0
86751 [완벽한 그..]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것 (2) sunjjangill 10.09.01 750 0
86750 [알렉산더] 알렉산더 (2) sunjjangill 10.09.01 919 0
86749 [오르페브르..] 오르페브르 36번가 (2) sunjjangill 10.09.01 472 0
86748 [양아치어조] 양아치어조 (2) sunjjangill 10.09.01 870 0
86747 [인 굿 컴..] 인 굿 컴퍼니 (1) sunjjangill 10.09.01 806 0
현재 [이터널 선..] 이터널 선샤인 (2) sunjjangill 10.09.01 525 0
86745 [유로트립] 유로트립 (2) sunjjangill 10.09.01 364 0
86744 [윔블던] 윔블던 (1) sunjjangill 10.09.01 879 0
86743 [월드 오브..] 월드 오브 투모로우 (1) sunjjangill 10.09.01 712 0
86742 [뮬란: 전..] 감성에 기댄 뮬란의 사랑과 전쟁 (2) kaminari2002 10.09.01 446 0
86741 [스텝업 3D] 이 영화는 3D로 보기를 절대추천!! (1) kaminari2002 10.09.01 387 0
86740 [슈퍼배드] 슈퍼 배드 본 후에~~ (3) sejin2ho 10.09.01 697 0
86739 [땡큐, 마..]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봐도 좋을영화 (2) hyojin50 10.09.01 209 0
86738 [토너먼트] 킬러들의 배틀로얄 (3) moviepan 10.09.01 477 0
86737 [태양의 노래] 노래하는 유이~ (2) jinks0212 10.09.01 630 0
86736 [말리와 나] 리트리버와 유쾌한 애니스턴부부 ㅋ (1) jinks0212 10.09.01 682 0
86735 [그는 당신..] 멜로/애정/로맨스/코미디/드라마 (1) jinks0212 10.09.01 1053 0
86734 [센츄리온] 센츄리온 확실하게 보여주란 말야! (2) anseil2se 10.09.01 451 0
86733 [애프터 라..] 대박은 아니지만 goooood ! (3) jinks0212 10.09.01 465 0
86732 [애프터 라..] 시사회 갔다왔어요~~ (3) yalli28 10.09.01 460 0
86731 [뮬란: 전..] 뮬란 시사회후기 (4) rapd79 10.08.31 312 1
86730 [아저씨] 올해 대표 설레발 영화. (2) cipul3049 10.08.31 390 0
86729 [엑스페리먼트] 그레이스는 2008년 흥행작 ‘테이큰’에서 ‘브라이언’(리암 니슨)의 사랑스러운 (2) reaok57 10.08.31 411 0

이전으로이전으로271 | 272 | 273 | 274 | 275 | 276 | 277 | 278 | 279 | 280 | 281 | 282 | 283 | 284 | 285다음으로 다음으로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