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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터스>'너무' 예의바른 리메이크 프레데터스
jetlim 2010-09-02 오후 4:16:22 601   [0]

 

P R E D A T O R S

 

'너 무'  예 의  바 른  리 메 이 크

 

 

글=임재훈

 

(스포일러 주의)

 

 21세기 들어서만 이미 두 편의 스핀오프 시리즈(<에일리언 vs 프레데터>)가 나온 마당에 왜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20세기 괴물 프레데터를 우려먹고 싶었을까? 조엘 슈마허가 무너뜨린 배트맨의 위상을 재건하려 했던 워너브라더스의 그것과 일맥이었을까? 좌우간,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팬들은 그저 신날 뿐인데.

 

 존 맥티어넌 감독의 1987년 작 <프레데터>를 리메이크한 <프레데터스>는 원작에 충실한 영화다. 그게 문제다. 원작에 '너무' 충실하다. 이 모 특임장관님의 '90도 인사'에 버금갈 만큼 원작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으로 가득 찬 이 영화는 리메이크의 키워드인 '원작+α'가 결락돼 있다. 원작을 떼어 놓고만 본다면 분명 웰메이드 B 무비임에 틀림없지만, 리메이크작인 이상 원작과 비교당하는 건 '마크툽'이다.

 

 

 

귀 에  익 은  스 코 어 ,  벌 컨 포 의  재 등 장

 

 원작의 팬들이라면 <프레데터스>를 관람하며 귀가 가장 호강하지 않을까 싶다. 상영시간 내내 울려 퍼지는 '오리지널' 스코어 때문이다. 특히 속도감 있게 반복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타성(打聲)은 마치 낚시 기법 중 하나인 두들링(doodling)을 연상케 한다. 두들링이란 반복적인 진동음으로 물고기를 유인하는 기술이다. 프레데터의 사냥감이 된 인간들에게 더 없이 어울리는 음악이 아니겠는가.

 원작에서 더치(아놀드 슈워제네거)와 그의 부대원들이 각종 화기를 총동원해 밀림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 때 그 선봉에 선 무기가 바로 벌컨포(vulcan automatic cannon)였다. <프레데터>, 하면, 무조건반사적으로 연상되는 이 벌컨포가 <프레데터스>에도 등장한다.

 오리지널 스코어와 벌컨포를 챙겨준 데 대해서는 감사하는 바이지만, 아무래도 아쉬운 것은 '+α'의 부재다. 리메이크의 성공 여부는 원작의 익숙함과 리메이크작의 새로움을 얼마나 잘 융합했느냐가 관건이다. 그것이 잘 됐을 때, 우리는 기꺼이 '원작을 넘어선'이라는 수식어를 하사한다. 새롭게 작곡된 테마 음악이 아쉬운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등장인물들의 손에 쥐어진 무기들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넘어 서운할 정도다. <프레데터스>의 제작진들은 벌컨포와 더불어 그것을 능가하는 신무기도 선보였어야 했다. <쥬라기 공원 3>에서 티렉스를 무참히 짓밟았던 스피노 사우르스처럼 말이다. 그리고, 명색이 외계 행성에서 싸우는 전사들이니만큼 '스페셜 웨펀'을 장착해줘야 좀 싸움이 되지 않겠나. 원작으로부터 20여 년이 흘렀는데 여전히 벌컨포를 앞세운 건 원작 팬 입장에서 무척 서운한 일이다.

 

프레데터스>는 벌컨포와 더불어 그것을 능가하는 신무기도 선보였어야 했다.

<쥬라기 공원 3>에서 티렉스를 무참히 짓밟았던 스피노사우르스처럼 말이다.

원작으로부터 20여 년이 흘렀는데 여전히 벌컨포를 앞세운 건

원작 팬 입장에서 무척 서운한 일이다.

 

 

 

 

프 레 데 터 '떼'(P R E D A T O R S) 를  기 대 했 으 나 

 

 애드리언 브로디의 가슴팍에 수많은 '프레데터 포인터'들이 점점이 찍히다가 돌연 '쾅!' 효과음. 이어 절규하는 등장인물들과 프레데터의 이미지가 숨가쁘게 비춰진다. 그리고 암전, 떠오르는 제목. P R E D A T O R S.

 공식 트레일러를 보며 전율했던 이들이 어디 한 둘이겠냐만, <프레데터스>는 그야말로 뒤통수를 쳤다. 막상 트레일러에서 봤던 바로 그 장면이 나왔을 때 애드리언 브로디의 가슴팍에 박혔던 프레데터 포인터는 달랑 한 개였던 것이다. %#&@.

 

장난하냐?

 

 

 

 

사 냥 터 의  전 환 이  가 장  아 쉽 다

인 간  세 상 에  들 어 온  괴 물  V S  괴 물  세 상 에  잡 혀 간  인 간

 

 거대한 비행선 하나가 지구 주위를 유영하고 있다. 우주보다 더 우주적인 신비로움으로 빛나는 푸른 별을 시기한 걸까. 검은 모체는 지구를 향해 불청객을 쏘아 보낸다. 그 불청객은 중앙아메리카의 한 정글에 정주하며 인간사냥을 시작한다.

 <프레데터>의 오프닝이다. <프레데터>의 프레데터는 인간 세상에 들어온 괴물이다. 반면, <프레데터스>의 프레데터들은 자신들의 행성으로 인간들을 끌어들인다. 사냥터의 전환이다.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가르는 제일의 척도다. 이 점이 가장 아쉽다. 외계 행성은 철저히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다. 입구도 출구도 없다. 그곳에 잡혀온 등장인물들과 프레데터들 간의 싸움이 맥 빠지는 이유다. 인간이 승리하든, 괴물이 승리하든 달라질 게 없는 상황에서 벌이는 칼부림과 기총소사에는 아무런 모티브가 없다. 애꿎은 기운 낭비요, 총알 낭비다. 그래서일까. 로이스(애드리안 브로디)가 "총알을 아껴야 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헛웃음이 샌다.

 

<프레데터스>의 프레데터(들)은 자신들의 행성으로 인간들을 끌어들인다.

입구도 출구도 없는 공간이다.

인간이 승리하든, 괴물이 승리하든 달라질 게 없는 상황에서 벌이는

칼부림과 기총소사에는 아무런 모티브가 없다.

 

 

 

만 족 스 러 운  2 기 멤 버 들

 

 뉴스와 트레일러로 확인한 2기 멤버들은 만족스러웠다. 특히 주연을 맡은 애드리안 브로디는 <아레나>紙의 표현대로 "역사상 가장 의외의 캐스팅"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어쨌든 의외였다. 어설픈 '포스트 아놀드'-어차피 불가능했겠지만-보다 아예 기질이 다른 배우를 기용함으로써 원작과 구분되는 새로운 '리더'를 보여주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라고 해석했다. 애드리안 브로디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로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고상한' 경력과 안 어울리게 꽤 마초적인 구석도 겸비한 배우다. 이런저런 잡지들을 통해 공개한 그의 육체는 전혀 '피아니스트'의 그것이 아니다. <프레데터스>에서 그는 기어이 벗고 만다. 진흙을 뒤집어쓴 그의 우람한 상체는 필시 원작에 대한 오마주이리라. 원작의 더치가 자기희생적이고, 부대원들 개개인을 끔찍이 챙기는 포용의 리더라면, 리메이크작의 로이스는 개인주의자다. 영화 속 대사를 패러디하자면, 로이스는 'choose to be a leader'가 아니라 'chosen to be a leader'랄까. 자기 식대로 행동할 뿐이었는데 남들이 그걸 따르다보니 엉겁결에 리더가 된 케이스다. 대책 없이 나뿐인 놈이지만 나쁜 놈은 아니다, 라는 게 로이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 매력이 그나마 쫓는 프레데터와 쫓기는 인간들의 건조한 레이스에 보습제 역할을 해준다.

 어느 작품에 어느 역할로 나오든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로렌스 피쉬번은 <프레데터스>에서 기묘한 다중인격자로 등장해 흥미를 돋운다.(살고 싶으면 따라오라 해놓고 엿먹이는 품새가 꼭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연상시킨다.)

 그 밖에, 영화에 반전을 선사하는 에드윈(토퍼 그레이스),  원작의 여성 포로에서 여전사로 대체된 이사벨(알리스 브라가), 일단 비주얼만으로 '먹어주시는' 커칠로(대니 트레조)까지 모든 2기 멤버들은 원작 못지 않은 개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제작진이 애드리안 브로디를 캐스팅한 건 어설픈 '포스트 아놀드'보다

아예 기질이 다른 배우를 기용함으로써

원작과 구분되는 새로운 '리더'를 보여주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원작의 더치가 자기희생적이고, 부대원들 개개인을 끔찍이 챙기는 포용의 리더라면,

리메이크작의 로이스는 개인주의자다.

대책 없이 나뿐인 놈이지만 나쁜 놈은 아니다, 라는 게 로이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2기 멤버들 중 왠지 언급 없이 넘어가면 미안한 캐릭터가 바로 한조(루이스 오자와 창치엔)다. 원작의 과묵한 인디언 용병 빌리(소니 랜덤 Sonny Landham)의 변용임이 분명한 이 야쿠자는 <프레데터스>가 로드리게즈가 제작한 영화임을 상기시킨다. 바람이 달빛 머금은 풀밭 사이를 헤짚으며 스산한 곡성을 내지르는 밤. 그 외계의 어둠 속에 가타나를 든 한조와 프레데터가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사무라이 쇼다운. 인간과 괴물은 그렇게 검투를 벌인다. 로드리게즈 식 B 스타일은 지구가 아닌 곳에서조차 먹힌다.

 

원작의 과묵한 인디언 용병 빌리의 변용임이 분명한 한조는

로드리게즈 식 B 스타일을 완성하는 캐릭터다.

 

 

 

 

착 하 기 만  한  리 메 이 크 ,  그 래 서  아 쉬 운  

 

 로드리게즈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면 좀 더 건방진 리메이크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프레데터스>를 기대한 건 사실 로드리게즈 때문이었다. 회사에서도 오버한다 싶을 정도로 예의 바른 사원은 대개 크리에이티비티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 선배들이 그러더라. 그래도 예의 없이 일도 못하는 것들보다는 훨씬 낫다, 고도 선배들이 그러더라. <프레데터스>는 최소한 전자쪽이다. 즉, 극장에서 볼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는 결론.

 

 

 

이미지 출처

<프레데터스> : 야후 무비 제공 공식 트레일러 & Spot 캡쳐

<프레데터> : DVD 캡쳐 

 

 

 

* 때로는 나에게 영화 http://jet_lim.blog.me/

 

 

 


(총 0명 참여)
kimastudio
이런 리뷰는 첨 접하네요^^   
2010-09-06 09:35
kooshu
정말 감사요~~   
2010-09-02 18:27
kkmkyr
람보가타요   
2010-09-02 17:46
boksh2
감사   
2010-09-0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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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터스(2010, Predators)
제작사 : Troublemaker Studios, 20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 배급사 : 20세기 폭스
수입사 : 20세기 폭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foxkorea.co.kr/preda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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