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란 무엇인가? 아니 SEX란 무엇인가? 이 영화는 가장 개인적이고 또한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 사람의 이야기이다. 1950년대의 배경이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그 영화에서와 같은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걸핏하면 성 상품화, 외설에 휩싸이는 우리나라이니까 말이다.

사실 이 킨제이 보고서는 그가 1950년대에 휩쓸었던 충격의 책 킨제이보고서를 다룬 건 아니고, 인간 알프레드 킨제이를 다룬 영화이다. 이 인간 알프레드가 왜 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가 먼저 나오게 된다. 인간 알프레드 킨제이는 감리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렸을 적에 병약했지만, 그 뒤에 좀 나아져 자연을 벗 삼아 자라게 되었고 생물학자로서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반대로 공과대학을 다녔지만, 결국 자퇴하고 아버지와의 갈등 끝에 동물학과로 옮기게 되었다. 그 뒤로 지독히 열심히 공부한 킨제이는 조교수로 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혹벌에 대한 연구 중에 지독히 따분한 그의 성격을 가리켜 '프로페서 킨제이(PROfessor Kinsey)'의 약자인 '프록' 이란 별명을 얻게 될 뿐 아니라, 그의 그런 매력에 매료된 '맥'을 만나 결혼에 까지 이르게 된다.

이 맥과의 결혼 생활 가운데 속궁합이 안 맞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 이유는 킨제이의 페니스가 너무 큰데 반해 맥의 질이 너무 두꺼워 생긴 것이었다. 한동안 섹스 없이 마음고생을 많이 하던 중에 산부인과에 가서 해결하게 되었고, 곧 자유롭게 성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 사건을 통해 킨제이는 성생활 역시 배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학생들을 상담해 주게 되었다. 그리고 결혼 생활 이라는 과목을 가르치게 되면서 성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영화의 앞부분 중에서 사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나오는데 그것은 어린 킨제이가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몽정을 한다는 친구에게 킨제이는 자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며 정액 1g당 혈액 40g빠져나가는 것이나 마친가지 라고 말한다. 아마도 아버지에게서 받았을 것 같은 청소년 성생활 가이드 같은 책을 꺼내 들고 기도를 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서 그날 밤 킨제이는 자위를 하게 된다.

몽정을 하는게 죄라든가, 정액 1g 당 혈액 40g 이야기는 사실 굉장히 미신적인 이야기 이다. 아니 굉장히 비 과학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왜 킨제이가 이렇게 말했을까? 그것은 바로 그 당시에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성이란 것을 안 좋은 것으로 매도 해 버려서 덮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킨제이의 변화를 통해 그러한 사회적 관념의 허위성과 불합리성을 고발하고 있다. 사실 아직 우리 나라 가운데도 이러한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 일반화 되지 않았다. 여전히 사회의 벽앞에 주저 앉아 버리고 만다. 종교계에서는 죄라는 이름, 혹은 유혹이라는 이름으로 막아 버린다. 그러나 성에 대한 지식 없이는 결코 온전한 종교도 또한 사회도 이루어 지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성에대한 욕구와 욕망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 하다. 사실 온전한 성적 규범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킨제이라는 개인이 성적 문란을 조장한다든지, 변태 성욕에 대해 방관한다든지 한 것은 아니다. 범죄자를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것이 무엇인지 실체에 대해 알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것이 바로 인간 내면의 욕구이다.

사람은, 아니 남자는 나를 보았을 때, 기본적으로 '내가 정상 인가?' 라는 생각이 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는 성이란 특수성이 클 것이다.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내가 정상인지, 또 나만 이렇게 생각을 하는지,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 남들은 어떤지 관심이 있다. 점잖은 척 해도 목욕탕 가서 서로 서로 확인 하는 것이 본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오픈 되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좀 충격적인 장면 중에 하나는 킨제이가 조수 마틴과 자고, 또 조수 마틴이 그 아내 맥과 자는 것이다. 여기서 두가지 큰 의문이 들었는데, 하나는 인간 내면에 바이섹슈얼, 즉 양성애적 기질이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인간에게 성과 애정이 다른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이 양성애적 기질이라는 것이 좀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런 부분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나의 경우에도 보면 어렸을 적에 그런 경향을 보인 적이 있던 사건이 있었던 것 같다. 성적 욕망보다는 정신적 우상화나 동일시 정도 였지만, 나 스스로도 한동안 진지하게 고민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성애자 임을 생각해 볼 때, 나중에 발현인지, 혹은 구성인지 논의가 필요한 것 같다.

또한 성과 애정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후반부에 중요한 문제로 다뤄진다. 기본적으로 애정을 동반하지 않은 SEX 라는게 용인을 해야 하는 부분인가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성생활이라는 것을 통해 애정을 확인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영화 또한 그런 식으로 흘러간다. 결국 성이란 결국은 사랑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결국 인간이란 성적 욕구를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받기 위해 사는 것 같다. 섹스의 목표가 오르가즘이 아니라 그 사람의 체온이고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을 충족시키는 것인 것 같다. 결국 성이란 것을 이야기 해야 하는 본질적이 이유가 각자 개인이 받고 싶어하는 사랑을 충족시켜 주기 위함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