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스튜디오가 <벼랑위의 포뇨> 이후로 2년만에 내놓은 신작 <마루 밑 아리에티>.
지난 주말 개봉하였는데요, <해결사>가 1위를 차지하긴했지만 <마루 밑 아리에티>의
의외의 공세에 많이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아리에티'의 흥행파워가 의외로
세다고 할 수 있는데요, 추석에 온 가족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지브리표 애니라는
점에서 큰 호응력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마루 밑 아리에티>는 원작이 있는 영화이지요.
영국의 동화작가 메리 노튼의 판타지 소설 '마루 밑 바로우어즈 (The Borrowers)'를
영화화하였구요, 영화로는 1997년작 존 굿맨 주연작의 '바로워즈'가 있죠.
소인 '아리에티'를 주인공으로 한 <마루 밑 아리에티>는 어느정도 소재면에서는
익숙한 편이지만, 지브리만의 감성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물론 그 감성으로 관객들의 가슴 속으로 살포시 안겨드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시작부터 영롱한 느낌이 나는 'A Different World'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전작들도 그랬지만 영화전체적으로 음악이 매우 좋더군요.
그림체나, 영화 속 묘사, 음악 등이 확실히 여성분들이 더 좋아할만한 구석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아리에티'를 중심으로 '더부살이'하는 그녀의 가족의 삶을
보여주는데 이 부분이 매우 볼만합니다. 인간들의 생활도구를 빌려쓰고,
또 그들의 집안에서 어떻게 살고있는지 등이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인간들이 사용하기위해 만들어놓은 공간과 도구들이 그들에겐 매우 중요한
삶의 터전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 매우 재밌습니다. ^^
대표적인 그런 도구가 바로 '각설탕'인데요.
우리들에게는 커피나 차를 마시기위해 한 두개씩 사용하는 게 흔치만,
그들에게는 이 '각설탕'하나 조차도 매우 소중합니다.
그것 하나를 가져오기위해, 목숨을 걸어야할지도 모르니까요.
또한, 그 '각설탕'은 결국 인간소년 '쇼우'와 10cm 14살 소녀 '아리에티'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어줍니다. 아주 결정적인 이 영화의 소도구지요.
'쇼우'와 '아리에티'의 이어질 수 없는 아련한 관계는,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 가서 감성을 최고치로 이끌어냅니다.
어린 나이에 심장이 안 좋아 수술을 앞두고 있는 '쇼우'는,
일찌감치 삶에 대한 의지를 많이 포기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부모님은 이혼한 상태로 자주 뵙지도 못한 상태.
그러던 중 만난 '아리에티'는 종족멸망이라는 위태위태한 상황에서
살기위해 노력하는 소녀입니다. 그녀의 가족도 마찬가지이지요.
그런 그녀를 보고 새롭게 '삶의 의지'를 보고배운 '쇼우'.
그리고 그녀의 가족을 지켜주고 싶은 '쇼우'의 마음.
당연히 그녀를 잊을 수 없겠죠?
'아리에티' 도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또한 사춘기소녀로써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역시 '쇼우'를 만나면서
많이 해소되면서 한층 더 성장해 나아갑니다.
이렇게 되면 정말 한 여름의 소년, 소녀의 성장담으로써 부족함이 없군요.
영화는 이전 영화들보다 확실히 작고 소품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그렇다고, 대충 만들었다는게 아니고 확실히 '소인', '미니멀' 등을 소재로 다루다보니
그런 느낌이 큰 거지, 영화는 볼만하고 감성적인 부분이 많은 영화입니다.
'借りぐらしのアリエッティ'. 일본 제목인데요.
빌려사는 아리에티, 더부살이 아리에티 등으로 해석되는데,
사실 영화를 보면 빌려쓰기보다 가져다쓰는 아리에티 가족에 가깝습니다.
빌려쓰는 거면 언젠가 돌려줘야하는데 그건 아니지요? ^^;
(곧 죽어도 그들 가족은 빌려쓰는거라고 하지만요. 하하)
그래서 국내에서는 '마루 밑 아리에티'라는 적절한 제목을 택했네요.
사실 최근 몇년 간의 지브리표 애니메이션이 조금 가볍거나 부족한 감이
없지않아 있었는데, <마루 밑 아리에티>는 그 중간이상쯤은 하는 것 같습니다.
3D가 판치는 요즘 애니메이션 판도에서 꿋꿋하게 지브리표만의 이런 애니를
내세우는 그들의 뚝심과 자존심은 역시 영화를 보면 건재할한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아름다운 영상과 감성적인 느낌으로 치장한 지브리표 애니메이션을
추석맞아 가족들과 함께 한번 본다면 꽤나 괜찮은 추석선물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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