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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로 채울 수 없는 따듯한 감성 마루 밑 아리에티
sh0528p 2010-09-15 오전 1:18:30 492   [0]

한편의 따듯한 에세이를 읽은 그런 느낌...
3D처럼 눈 앞에 다가오는 영상은 없을 지 모르지만
내 안에 메말라가던 감성을 적시고 채워주다.

 

 

지브리 스튜디오로 대변되는 일본 재패니메이션은 무수한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힘과 일관된 메세지가 녹아있었다. <미래 소년 코난>에서 시작한 그들과의 인연은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들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쳤다. 미야자키 하야오로 대표되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은 따듯한 색감을 통해 보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고 편안하게 만들며 <원령공주>나 <반딧불의 묘>에서처럼 '인간과 자연의 공생'이나 '생명의 귀중함'을 간혹 잊고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새삼 깨우쳐주는 역할을 한다. 흥미위주나 폭력성으로 아이들의 호기심에 편승하여 인기를 얻으려는 대신 아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소재나 이야기를 통해 인간미 넘치는 감성적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이 갖는 가치이다. 거기에 더해 어른이 봐도 놀라운 기발한 상상력과 재미는 요즘처럼 3D 영상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도 2D의 작품이 상업적으로도 경쟁력을 갖는 큰 이유가 된다.

 

 

<마루 밑 아리에티> 역시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답게 이들의 일관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화면 가득 숲 속을 보는 듯한 자연색이 넘치고 불 빛도 우리가 익숙한 색이 아닌 자연의 불꽃 색이 비추는데 이것은 소인 인간들의 자연친화적 색감과 달리 인간의 공간은 소인들의 색감에 비해 다소 삭막하게 그려진 차이도 볼 수 있다. 그런 색감의 차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말하는 주제인 '인간과 자연'은 '인간과 또 다른 인간 (소인)' 이라는 정도로만 변화를 주어 인간미 넘치고 따듯한 감성이 느껴지도록 풀어간다.  환경 오염이나 자연 보호와 같은 거창한 메세지가 드러나진 않지만 이야기 속에 이 메세지는 부드럽게 녹아져 무의식적으로 가슴에 남겨지는데,  가령 심장이 아파 수술을 앞둔 소년은 심각한 환경 오염의 위험에 직면해 있는 인간를, 소인 아리에티 가족은 점점 수가 줄어들어 멸종에 직면한 자연을 떠올리게 한다. <원령공주>에서 '재앙신'으로 표현된 환경 오염과 이를 지키려는 인간의 노력과 유사한 스토리를 우리 현실 속 상상의 소인으로 표현하여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환경 보호를 위해 인간이 노력해야 한다는 메세지는 소인 가족이 곤충이나 동물들의 위험 속에서도 그대로 사는 것과 달리 인간의 눈에 띄면 이사를 가야한다는 설정으로 전달하고 있다.

 


원작인 메리 노튼의 <마루 밑 바로우어즈>를 모티브로 했고 요네바야시 히로사마의 연출로 새롭게 태어난 <마루 밑 아리에티>는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기획과 각본을 맡아 그의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할 정도로 여전히 변함없는 감성적인 흐름과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마루 밑 아리에티>는 전작의 재미들에 비해선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나 감동스런 에피소드는 조금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인간에게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는 소인 가족이 소년 이외에 가정부에 눈에 띄여 위기를 맞는 부분이 위기에 핵심일 뿐, 외로이 홀로 지내던 가족이 걱정하던 대가 끊기는 문제나 소인에게 큰 위험이었던 고양이 마저도 마지막엔 왠지 잘 정리된다.

 

어쩌면 애초 위기나 갈등을 담으려는 스토리보다 소년과 소녀의 따듯한 인간적 교감이 핵심이라고 본다면 이번 작품에는 다른 작품 못지않은 교감에서 우러난 감성이 풍부하다. 아리에티라는 소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우리가 늘상 보는 시선과 달리 거대하고 웅장하게 그려져 시각적으로도 신선함이 느껴진다. 그런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아름다운 영상에 맞는 감미로운 배경 음악은 때로는 빠르고 때로는 부드럽게 템포를 조절해가며 청각에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라기보다는 서로를 아끼는 존재로서 감정의 교류는 이성적 감정 이상의 감동을 준다. 건강한 몸은 아니지만 아리에티의 가족을 살리기위해 목숨을 걸고 달리는 소년의 모습이나 약한 심장이지만 아리에티로 인해 삶에 이유를 찾고 그녀에게 심장의 일부가 되어 잊지 않겠다는 소년의 대사는 보는 이에 눈시울을 붉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에필로그"
3D의 작품이 관심을 받는 요즘 시대의 흐름과 역행해 보이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신작 <마루 밑 아리에티>는 비록 눈 앞에 현란한 무엇은 없을 지 몰라도 화면 가득한 자연 색감과 소년과 소녀의 따듯한 감성 교류가 주는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런 감동은 3D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는 분명 차별화된 것이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이다.

아파트에 살면서 마루라는 공간을 과거의 추억 속에서만 존재한다. 안타깝게도 내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아파트 생활을 해서 마루가 무언지도 모를 것이다. 그 밑에서 숨어있던 고양이나 누나를 골려준다며 마루 밑에 던져 놓은 신발의 추억도 알리가 없다. 그런 추억이 없는 대신 아이들은 3D 만화를 보며 즐거워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마루 밑 아리에티>는 아빠와 감정의 교류를 이어주는 재미 이상의 작품이었다.


(총 0명 참여)
kooshu
잘 읽었습니다~~   
2010-09-1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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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아리에티(2010, 借りぐらしのアリエッティ)
제작사 : 스튜디오 지브리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수입사 : 대원미디어(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arrietty2010.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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