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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jjangill 2010-09-21 오후 1:02:40 931   [0]

초점 잃은 눈동자, 새파랗게 질린 얼굴, 그리고 죽음처럼 고요한 표정. 영화 전체의 공기가 안개처럼 탁하고 무겁게 느껴진다면, 그건 모두 이 어린 딸, 다코타 패닝의 연기 덕분이다. 무표정한 얼굴에서 서늘함을 뿜어내는 이 어린 소녀의 연기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소름끼친다. 그러나 소녀의 표정에서 슬픈 두려움을 끌어내기에 영화가 내세우는 공포의 미학은 다소 낡고 전형적이다. 갑작스런 엄마의 자살로 실의에 빠진 딸을 위해 데이비드(로버트 드 니로)는 도시 외곽으로 이사를 한다. 새로운 공간에 점차 적응해가던 딸 에밀리(다코타 패닝)는 어느 날부터인가 상상 속의 친구 찰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에밀리가 찰리의 존재에 확신을 가질수록 집안 곳곳에는 서서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데이비드 역시 찰리가 단순한 허구의 인물이 아닐 수도 있음에 의심을 품고 그로부터 어린 딸을 구해내기 위해 비밀을 밝혀나간다.

영화가 노리는 지점은 나이트 샤말란의 등장 이후 모든 공포영화의 강박이 된 ‘반전’이다. 세상을 다 알아버려 피로해진 여인의 얼굴, 다코타 패닝에게 의지하는 영화의 중반까지는 내용만으로 보자면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이 밋밋함을 보상하듯 갑작스럽게 펼쳐진 반전은 그 내용이 예상외라는 점에서는 분명 ‘반전’이지만, 전후 맥락과 구성의 인과성 측면에서 본다면 <식스 센스> 이후 지속적으로 실패를 거듭하는 사이비 반전에 가까워 보인다. 이 유사 반전 덕택에 나름의 밀도를 유지하던 공포는 말초적인 폭력과 피로 얼룩져 봉합된다. 영화의 제목처럼, 분명 어딘가에 있으나 보이지 않는 존재의 비밀을 찾아내는 일은 데이비드에게, 에밀리에게, 그리고 공포의 열쇠를 찾아내려는 관객에게도 주어진 몫이다. 그것은 곧 공포영화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며 ‘도대체 누가 찰리일까’에만 몰두할수록, 다시 말해, 그러한 의문에서 찰리는 어디에, 어떻게, 무엇을 위해 숨었나에 대한 긴장이 사그라질수록 이 공포의 숨바꼭질은 결국 시시한 게임으로 남고 만다. 충격적인 결말 한방만으로 과정의 허술함을 메우거나 과정의 긴장을 지워버리는 반전은 ‘진정한’ 반전이 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참고로, 이 영화가 준비한 두 종류의 엔딩은 극장마다 다른 버전으로 상영될 것이라고 하니 극장의 선택이 곧 영화에 대한 해석을 좌우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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