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동화책을 읽어 내려가는 기분을 주는 마루 밑 아리에티는
일본에서 개봉한 이래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마루 밑 아리에티>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지브리 특유의 어여쁜 그림과 달콤한 감수성이 아니다.
<붉은 돼지>의 무정부주의적인 감수성과 <원령공주>의 ‘살아라!’라는 정언명령이
프랜시스 버넷의 동화 <비밀의 화원>(<마루 밑 아리에티>에서 쇼우는 침대에 누워 이 책을 읽고 있다)풍
상냥한 고딕 동화와 어떻게 결합하는가의 화학작용이다.
인간의 풍요로운 물질세계에선 작은 그 무엇 하나가 없어지더라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소인들은 물건을 가져가는 행위를 ‘빌린다’라고 표현하고,
이를 알아챈 인간은 ‘작은 도둑들’이라고 부른다.
이 갈등은 마지막에 이르러 어떤 대가도 원하지 않은 채 상대방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혹은 내게 정말 소중했던 것을 상대방에게 건네는 ‘선물’의 형태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각설탕과 빨래집게로 대표되는 그 ‘선물’은 서로에게 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남는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로 남는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연출을 맡지 않았지만, 그의 존재감이 <마루 밑 아리에티>
곳곳에서 느껴지는 신기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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