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이해준 감독에 대해서 잘 몰랐다. 솔직히 [천하장사 마돈나]라는 영화를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정재영]을 캐스팅하고, [정재영]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는 이해준 감독의 말을 듣는 순간, 내 모든 촉은 그에게로 향했다. 영화에 대해 쥐뿔도 몰라서 그 영화를 본다고 해도 20%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그를 알아보기로 했다. 일단, 그가 쓴 [품행제로]는 내가 재밌게 본 영화 중 하나여서 [천하장사 마돈나]를 보기 전 나는 드물게 두근거렸다. 그리고 [천하장사 마돈나]를 보고 난 후 나의 소감은 딱 한 줄이었다. '이 사람 알고 싶다!'가 바로 그것인데, 그때부터 이해준 감독은 장진감독 이후로 나를 설레게 만드는 두 번째 감독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번 영화 [김씨 표류기]는 전작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주인공 (소수이며 소외받는)오동구와 씨름이 주는 앙상블처럼, 여기서도 두 김씨가 주는 앙상블이 물흐르듯, 자연스레 전개 된다. 밤섬의 김씨와 방안의 김씨의 앙상블도 천하장사 마돈나 못지 않게 강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김씨 표류기]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그 이유는, 영화계에서 봉테일(봉준호감독)로 유명한 분이 이미 있긴 하지만, 이해준 감독도 한 디테일 해주신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주관적 견해지만 나름 말끔하고, 신사적인 배우 정재영을 그토록 망가지게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배우는 자신을 버릴수록 영화 안으로 온전히 흡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남자 김씨가 발견한 '희망'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관객들이 많았다. 특히 그 부분은 [정재영]의 연기내공이 드러나는 부분이었으며, 이 남자김씨 역에 정재영이 아닌 다른 배우를 이입시킬 수 없게 만들었다. 남자김씨는 지독한 인간사회 너머에서 '희망'을 보았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는 점점 예수로 변모한다. 하지만, 끝내 사람들은 그런 그를 발견하지 못한다. 표면만 보기 때문이다. 예수를 몰라봤던 것처럼 그를 외면한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소외받는 계층의 천륜처럼 느껴지게 한다.
여자김씨 또한 소외받는 계층이다. '히키코모리'. 사회와 단절되고, 고립된 사람들을 오늘 날 우리는 그렇게 부른다. 물론, 사회와의 단절된 삶은 본인의 의지이고, 선택이다. 하지만 '아무도 없으면 외롭지 않다'라는 말과는 달리 인터넷을 통해 가상 생활을 한다던가, 달에서 내려와 지구를 찍는 그녀의 모습이 세상에 대한 미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그렇게 외면했던 것이다. 그리고 무리에서 혼자인 삶보다 자신의 세계에서 자신이 주체인 삶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끝끝내 인간적일 수밖에 없는 한사람의 인간이기에 그녀 또한 마음 한 구석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는 사랑영화가 아니다. 나는 감히 이 영화를 '만남'과 '소통'의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날의 사회, 서로 '아는'것 조차 어려운 이 사회에서 이 영화는 그 만남의 위대함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급정거하는 버스에서 넘어지려는 상대에게 손을 내미는 소박한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영화의 제목이 정해졌을 때부터 왜 '정씨' 표류기가 아니고, 김씨표류기인가에 대해서 궁금했었다. 감독님은 인터뷰 때, 영화제목에 대한 질문에 '그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성씨가 김씨여서 그렇게 지었다고' 말씀 하셨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 갈 때 생각했다.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다수에 속하는 '김씨'이기 때문에 이 영화가 더 여운을 남기지 않는가 하고.
예전에.. 맥스무비 블로그에 제가 남긴 후기를 이곳에 옮깁니다.(http://blog.maxmovie.com/jesandgod/post/2795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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