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너무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예고편이 나왔을 때부터 시선이 갔다. 사실 공효진이 맡은 양미숙에 관심이 생겼다. 영화를 보고 내가 느낀 건 역시나였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에겐 정반대의 '역시나'였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난 이 못생긴여자에게 처음부터 끌렸다. 그리고 그게 내가 여자이고, 나 자신을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여자이기때문일 거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는 알게 모르게 많이 나왔었는데, 나는 그런 영화들 중 단연 이 영화를 높이 사고 싶다. 이 영화는 꽤나 현실적이다. 우선 못생긴 여자에 관해선.. 그녀는 안면홍조증이 있고 곱슬머리에 예쁜 얼굴이 아니다. 어디선가 들은 얘기로, 남자가 보는 여자의 얼굴은 중간이 없다는 말이 있다. 세상의 수많은 커플들을 보면 그건 좀 과장인 것 같지만 분명 세상엔 중간 이하의 얼굴이 존재한다. 어느 개그코너에서 누군가 말했 듯이 어정쩡하게 생긴 여자나 이 영화속 양미숙일 것이다. 하지만 못생긴 그녀에게도 열등감보다 더 큰 사랑 받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이 영화의 낮은 평점이 많은 남자들에게서 나온 걸 안다. 그 욕망을 열폭(이하 열등감 폭팔)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 잘 알 수 있다. 사랑받고자 하는 것은 모든 생물에게 있어서 본능인데도 그녀의 본능을 죄처럼 얘기한다. 어쨌든 양미숙은 사랑을 갈망했다. 학창시절부터 좋아했던 선생님이 있었고, 그녀는 뻔뻔할 정도로 당당히 사랑을 구애했다. 실제로 이건 죄는 아니었다. 구애의 상대가 유부남이었지만 당연스럽게도 그 상대는 양미숙에게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구애는 대단히 용감무쌍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대개 외모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에 웃으면서도 마음속에선 눈물이 났다. 특히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사랑받는, 양미숙에게 캔디라는 소리를 들었던 같은 러시아어 선생 이유리라는 여자때문에 더 슬펐다. 게다가 영화 속 그녀는 순수해보이는 두 눈과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무엇보다 약간의 백치때문에 양미숙을 포함해서 많은 여자들에게 아마 공공의 적이 되었을 것이다. 주인공보다 더 예쁜 등장인물에 놀랄 틈도 없이 정말 인상적이었던 것은, 짝사랑하는 서선생의(왕따를 당하는)딸 종희와 양미숙의 관계인데 그 둘이 의외로 잘 어울렸다는 것이다. 사실 남자들의 우정을 다룬 영화는 많아도 여자의 우정을 다룬 영화는 드물다.(특히 한국에서는) 여자들은 로맨스영화만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제작사 때문에 더더욱. 뭐, 실제로 통계가 나타내주고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 환상의 콤비는 정말이지 사랑스러웠다. 상처받은 사람만이 아는 그들의 우정은 정말 대단했다. 영화의 말미에 날아오는 밀가루와 쓰레기 세례를 받지만 함께여서 안심인, 행복하진 않아도 '안심'하는 그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보였다.
예전에.. 맥스무비 블로그에 제가 남긴 후기를 이곳에 옮깁니다.
(http://blog.maxmovie.com/jesandgod/post/141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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