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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존재와 생명에 대한 존중... 마루 밑 아리에티
ldk209 2010-09-27 오후 5:42:33 591   [1]
나와 다른 존재와 생명에 대한 존중... ★★★★

 

살다보면 집 안에서 물건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분명히 내 기억엔 책상 위에 어떤 물건을 올려 두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나오질 않는다. 그러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 잃어버렸던 물건이 멀쩡하게 책상 위나 생각지 못했던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세상에 이런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 어디 있을까. 이런 경우 자신의 기억력 탓을 하면서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한 대답으로 서양에선 자신의 집 마루 밑에 사는 소인들이 인간들의 물건을 빌려 갔다가 다시 돌려주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들을 빌리는 사람이라는 뜻의 바로워즈(Borrowers)라 불렀으며, 1997년에 이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피터 휴이트 감독, 존 굿맨 주연의 코미디 영화 <더 바로워즈>가 제작되기도 했다. 그러니깐 지브리 스튜디오의 새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의 기본 설정은 오래 된 서양 이야기에서 가져 온 것이며, 그래서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이 <The Borrowers>인 것이다.

 

지브리 스튜디오가 제작한 대부분의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한 작품이다. 그러나 미야자키 하야오는 2008년 <벼랑 위의 포뇨>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감독으로 직접 연출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물론 이 약속을 어겼으면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다) 따라서 <마루 밑 아리에티>는 어쩌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부재할 지브리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잣대로 기능할 것이다.

 

오래된 저택의 마루 밑에 살고 있는 호기심 많은 14살의 소녀 아리에티는 처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인간들의 물건을 빌리러 마루 위 세상으로 올라갔다가 요양 온 소년 쇼우에게 정체를 들키고 만다.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소인을 봤다는 얘기를 들어왔던 쇼우는 아리에티를 위해 각설탕을 가져다주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이지만, 자신의 의도와는 반대로 아리에티 가족은 큰 위기에 처하게 된다.

 

우선 <마루 밑 아리에티>의 가장 큰 특징은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의 전통을 계승하듯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소인들이 살고 있는 공간의 미장센은 한마디로 예쁜 상상력의 가능한 도달점을 보여준다. 인간에게는 눈에 잘 띄지 않을 작은 물건들인 단추라든가 우표가 벽을 장식하고 덜 박힌 스티플이나 못이 마루 위 세상으로 올라가는 비밀통로를 구성한다. 그 공간을 구성하는 파스텔 톤의 빛은 꿈을 꾸는 듯 아름답고 아스라하다.

 

물론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이유가 단지 화면이나 음악의 아름다움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건 무엇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담겨져 있는 세계관에 동조하기 때문이다. 인간만이 결코 지구의 주인은 아니라는 것, 인간은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다른 생명을 존중하고 공존해 가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담겨져 있는 메시지이며, <마루 밑 아리에티>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깐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연출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임과 동시에 지브리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세계를 벗어난 작품이 나올 수 있겠는가란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작품인 것이다.

 

아무튼, 쇼우는 아리에티 등 소인들에 대해 우호적 감정을 가지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의 관심은 소인들에게 크나큰 위기를 불러오는 계기가 된다. 이것은 우리가 자연을 보호한다며 행하는 많은 행위들이 좋은 의도와는 반대로 자연을 해치는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음을 말한다고 보인다. 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요즘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 <1박 2일>에서 환경이 잘 보존된 곳을 소개해 줬는데,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그 동안 잘 보존되어 왔던 환경이 파괴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환경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행위는 손대지 않고 관심도 가지지 않고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일지도 모른다.(일단 인간의 손이 닿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파괴는 기정사실화된다)

 

여기에서 소인들을 위기에 몰아넣는 아줌마의 존재는 일반적인 인간들의 속성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소인들이 빌려 가거나 가져가는 인간들의 물건은 없어지더라도 크게 문제되는 물건들이 아니며, 대부분은 없어져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물건들이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그 물건을 가져가는 소인들을 도둑놈이라 일컬으며, 그것마저도 나눠주기 싫어 소인들을 사로잡고 물건을 빼앗으려 한다. 탐욕에 사로잡힌 인간들.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인간은 지구의 바이러스라는 영화 <바이러스>의 명제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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