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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경찰 즐거운 경찰
sunjjangill 2010-09-30 오전 6:33:30 686   [0]

<즐거운 경찰>에서 정작 즐거운 사람은 경찰 롤랜드 샤프(토미 리 존스)가 아니라 치어리더인 여학생들이다. 위험에 처한 그들은 언제나 웃고 떠든다. 반대로 ‘정의의 수호자’인 샤프의 얼굴은 항상 굳어 있다. 원하는 것이 명쾌한 소녀들과 달리 샤프는 범인 검거, 아이들의 보호, 딸에 대한 그리움 등 세상사의 고민 앞에서 갈팡질팡한다.

악당 코플랜드 사건의 중요한 증인인 모건 볼을 뒤쫓는 텍사스 경찰 롤란드 샤프. 그 과정에서 동료 엘렌이 총에 맞는다. 모건 볼은 다른 킬러한테 살해되고 그 광경을 다섯명의 여학생이 목격한다. 살인사건의 목격자인 앤, 이비, 헤더, 테레사, 바바라는 치어리더다. 경찰서로 불려온 아이들은 용의자들의 몽타주를 보고 외모를 평가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후 샤프는 여학생들과 ‘합숙’하며 그들을 보호하기로 결정한다. 한편 그는 치어리더팀의 교사로 학교에 위장전입한다. 이혼한 샤프에게는 딸 엠마가 있다. 엠마와 비슷한 또래인 아이들은 그런 샤프를 장난감 취급하며 놀려대기 일쑤다. 화가 난 샤프의 위압은 더해가고 아이들은 복장, 음식, 외부 출입문제 등으로 사사건건 그와 충돌한다.

<즐거운 경찰>은 장르라는 바다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배다. 초반과 종반의 액션, 중반의 코미디와 멜로는 매끄럽지 못한 이야기의 이음새로 인해 삐걱거린다. 명배우 토미 리 존스는 코미디 캐릭터에 안착하지 못한다. 그는 계속 고뇌하다가 뜬금없이 화해를 이야기하는 생뚱맞은 인물로 그려진다. 잡탕밥처럼 여러 장르를 주입식으로 밀어넣는 연출방식이 빚어낸 결과이다. 치어리더를 정면으로 다룬 <브링 잇 온>같이 청춘영화를 향하거나, 감독 스티븐 헤렉의 전작인 <홀랜드 오퍼스>처럼 휴먼드라마로 단순화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5주가 넘는 강훈련으로 다져진 여자주인공들의 치어리딩 솜씨가 극중에서 버스 위에서 뛰어내리는 단 한순간에만 발휘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즐거운 경찰>은 미국 남부 텍사스의 풍광을 배경으로 한다. 감독과 남자주인공이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찍은 작품에 대한 텍사스 지역의 화답일까. 작은 분량이지만 텍사스대학의 풋볼 경기 장면은 싱그럽고 군중신도 사실감 있게 연출되었다. 물론 “주를 찬양하시고 탄약을 분배하시오”라는 선동적인 대사는 충분히 귀에 거슬리지만. <엑설런트 어드벤처> <마이티 덕>으로 10대 청소년용 코미디 전문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는 스티븐 헤렉의 감각도 늙어버린 것일까. 아이들을 감시하던 샤프가 연애 때문에 역으로 그들의 지시와 감시를 받는 것처럼. 그의 구수한 코미디가 통하기에는 세상은 너무 현기증나게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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