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 빈 디젤이 스포츠카를 훔쳐 질주하다가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점프하던 서막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응용하겠다는 <트리플X>의 액션 전략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또 산산조각난 차의 주인이 랩음악과 컴퓨터게임을 규제하는 법안을 상정한 국회의원이었고 그의 차를 왜 응징하는지 셀프 카메라로 실시간 방송하던 방식은 트리플X의 정치적 성향, 즉 스피드와 자유로움으로 성장한 안티 히어로라는 것을 적절히 노출시켰다.
속편의 서막 액션도 좀 세다. 아늑하고 평화로운 목장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미국형 닌자들이 들이닥친다. 땅속 깊숙이 자리잡은 첩보국 NSA의 비밀기지로 순식간에 침투한 이들은 목표인물을 가차없이 제거하며 기지를 박살낸다. 스피드를 갖춘 액션이나 NSA 본부의 피습이라는 출발은 근사한데, 시작만 창대한 꼴이 돼버렸다. 간신히 탈출에 성공한 NSA 간부 기븐스(새뮤얼 L. 잭슨)가 2대 트리플X를 찾아 사건의 배후와 음모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여기서 궁금한 건 2대 트리플X의 특성과 정체성이다. 명령불복종 혐의로 9년째 군 형무소에서 복역 중인 전직 네이비실 다리우스 스톤(아이스 큐브)이 선택됐다. 익스트림 스포츠의 달인에서 군인으로 건너뛴 건, 미국 내부의 군부 쿠데타라는 소재 설정이나 장갑차와 탱크를 활용해 카액션을 펼치는 ‘군대 액션’의 스타일 때문이었을까. 그렇더라도 흑인 래퍼 아이스 큐브가 왜 굳이 람보가 돼야 하는지 좀체 납득하기 어렵다. 그는 조직이나 상사와 불화하는 안티 히어로도 아니고, 두뇌 사용이나 신식무기의 활용에서 007보다 진화하지 않으며, NSA 동료가 의아해하는 것처럼 스포츠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몸에 딱 붙는 잠수복을 입고 군함에 침투하는 장면에서 볼록 튀어나온 배와 오동통한 몸매는 불행하게도 만화 캐릭터 ‘남기남’을 연상시키고 만다. 다만 할렘가의 흑인 조직을 설득해 탱크를 절취하고 백악관을 구하려면 흑인 래퍼가 적절해 보이긴 하다.
감독 리 타마호리에게 더이상 <전사의 후예>의 흔적을 기대할 필요는 없겠지만 <007 어나더데이>에서 보여줬던 설계 솜씨는 어디로 간 걸까. 대미를 장식하는 대통령 전용 탈출 모노레일과 스포츠카의 추격신은 CG액션의 건조함을 새삼 되풀이한다. 새뮤얼 L. 잭슨이 “다음 트리플X로 완벽한 후보를 찾아냈어”라는 말로 영화를 끝냈으니 다음 시리즈를 기대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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