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틀 안에서 끝없이 자기복제하고 있는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의 운명. 그 소재와 인물과 이야기의 재조립을 거쳐 나온 또 하나의 산물이 <퍼펙트 웨딩>이다. 명랑하고, 밝고, 씩씩한 여주인공 찰리(제니퍼 로페즈)는 해변에서 운동하는 케빈(마이클 바턴)과 눈이 맞아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고, 그의 어머니 바이올라(제인 폰다)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얼떨결에 청혼까지 받는다. 찰리는 어느 로맨틱코미디의 여주인공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혹은 거의 모든 로맨틱코미디 여주인공의 특징을 두루 갖추고 있는 그런 여자다. 케빈은 그 매력적인 여주인공의 상대로 더없이 적당해 보이는 남자다. 그 둘 사이에 케빈의 어머니 바이올라가 낀다. 그녀는 오랫동안 시사 프로그램의 꼿꼿한 앵커로 활약해왔지만, 이제는 퇴물로 취급받아 현장에서 물러나야 할 처지에 놓인 사람이다. 하지만, 여전히 격식과 수준은 그녀 최선의 삶의 조건이다. 며느리 될 아가씨가 마음에 안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퍼펙트 웨딩>이 유도하는 영화의 재미는 여기다. 자로 잰 듯한 품격의 어머니와 말괄량이 아가씨가 착해빠진 아들(과 남자친구)을 사이에 두고 전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퍼펙트 웨딩>은 새로운 장르적 변조점으로 시어머니를 등장시킨다. 로맨틱코미디의 (해피엔딩을 향한) 한시적 갈등이란 남녀의 대척점 사이에서 종종 벌어지는 것인데, 이걸 변조하는 과정에서 등장하곤 하는 인물이 부모다. <퍼펙트 웨딩>에서의 그 초점은 며느릿감과 시어머니의 갈등 사이에 있다. 그러나 <퍼펙트 웨딩>의 경우 그들의 갈등은 너무 빨리 찾아온다. 스토리의 배열상 이미 그렇다는 것이다.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관습적으로 누려오던 옥신각신하는 남녀의 사랑이 처음부터 없다. 이를테면, 어머니가 등장함으로써 찰리와 케빈의 로맨스를 이 영화는 너무 쉽게 포기해버린다. 게다가, 남녀 사이에 부모가 등장했을 때, 그것도 주인공 하나(아들)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을 때, 그 영화는 교훈극의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니 핵심은 그 예정된 교훈극에 닿기까지 어떻게 갈등을 확장하느냐에 있는데 이 영화는 그 지점에서 너무 정직하다. 야심차게 설정한 인물의 등장과 구도가 오히려 긴장감을 방기해버리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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